입김

계절 편지 - 25년 11월 (1)

by Pink Brown

추워졌습니다.

봄, 여어어어어어르으으음, ㄱ, 겨울(우우우우우우울)로 넘어간 느낌입니다.

가을은 기역도 발음하기 전에 끝나버렸습니다.

입김이 납니다. 작은 호흡으로는 나지 않지만 입을 한껏 벌리고 하아아아 숨을 뿜어내면 입김이 납니다. 공기 중에 겨울 냄새도 스미듯이 퍼져 있습니다. 심호흡을 해 봅니다. 입가에 자그마한 미소가 걸립니다.


드디어, 겨울입니다.


더위가 시작될 무렵, 눈 감았다 뜨면 다시 이 계절이 되었으면 하고 바랐던 계절.

온 몸에 감기는 습기가 지겨워질 무렵부터 더욱더 간절하게 기다려온 계절.


겨울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입니다. 따스하고 활동하기 좋은 봄, 휴가 시즌이 있고 각종 외부 활동이 자유로운 여름, 기역을 발음하기도 전에 사라져버렸지만 하늘이 높고 공기가 청명한 가을을 내버려두고 굳이 왜 춥고 어둡고 긴 겨울을 좋아하느냐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겨울이 좋습니다.


여러 겹 껴입은 포근한 옷.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따스한 온기.

따뜻한 차 한 잔이 그 어느 때보다 어울리는 오후, 향기로운 차와 함께 읽는 책 몇 장.

어두운 밤에도 아주 작은 송이조차 존재감을 드러내는 사라락 내리는 눈.

두껍게 쌓인 눈을 밞는 소리.

추운만큼 더욱더 반가워지는 따뜻한 실내.

그 무엇보다 편물이 올려진 무릎이 따뜻해지는, 뜨개질이 어울리는 계절.


싫은 것애는 이유가 있지만, 좋은 것에는 이유가 없다고들 하지요. 하지만 저는 겨울이 좋은 이유가 아주 많습니다. 추운 것을 싫어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따스한 것이 더욱더 소중하고 반가워지는 계절이 좋은 아이러니함이 매력적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 중에 하나가 입김입니다. 퐁퐁퐁퐁 입에서 코에서 뿜어져 나와 주변으로 순간적으로 퍼져버리는 수증기. 아, 내 몸 안이 이렇게 따뜻했구나라는 증거. 무지무지 추운데 그로인해 나의 몸 안이 촉촉하고 따스했다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 입김은 저에게 그런 의미입니다. 그래서 입김 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물론 안경을 쓰면 그보다 더 불편할 수 없는 존재가 입김이기도 하지만요. (그래서 저는 추운 밖을 바라보는 따뜻한 실내가 좋습니다.)


본격적으로 추워지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았습니다.

독감 예방 접종도 하고, 방한 용품들도 꺼내서 손질하고, 옷장 속의 옷을 겨울 버전으로 바꾸고, 이불을 두꺼운 것으로 갈아주어야 합니다. 그렇게 겨울 준비는 시작됩니다. 이번 주말에는 겨울 준비를 제대로 해 볼 예정입니다. 따뜻한 옷들을 다시 꺼내면서 이걸 다 어떻게 정리했을까, 쌓여있는 빨래들을 보며 이걸 다 언제 빨지 고민하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당신의 주말도 안녕하시길.


작가의 이전글나의 향수 ① By the firepl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