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ː명 [생명] 05. 달고나색

색 이름에 생명을 불어넣다 / Sunrise Yellow

by Pink Brown

ink Brown

Nov 24. 2025

[달고나색]

밝고 노란 황갈색

과자의 맛이 설탕보다 달구나에서 유래되었다는 설이 있다.


[에피소드]

집에 들어가는 길이었다. 바람을 타고 어디선가 달콤한 향기가 콧속으로 훅 들어온다. 어라, 뭐지, 이 익숙하면서도 뇌를 녹여버릴 것 같은 달콤한 향기는. 앞으로 걸어갈수록 점점 짙어지던 그 향기는 다름 아닌 아파트 단지 후문 앞에 구부리고 앉아 가스버너와 국자, 몇 가지 틀, 나무 꼬지로 만들어지는 달고나 할머니에게서 나는 냄새였다. 설탕이 열기에 녹아내리는 냄새, 소다가 들어가면서 미묘하게 달라지는 향기, 솜씨 좋게 국자에서 덜어내어 모양을 잡고 틀로 무늬를 찍어내는 장인의 솜씨. 달고나 할머니가 나오시는 날은 그 앞에서 계속 구경하고 싶은 유혹에 휩싸인다. 아이 때였다면 그랬겠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그렇게 구경하고 있으면 왠지 사드려야 할 것 같아 망설여진다. (빤히 쳐다본다고 타박하실지도 모르고...) 달고나 향은 정말 좋지만 나는 그 안에서 나는 소다 특유의 쌉싸름한 맛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에게도 달고나를 직접 사 준 기억은 없다. 천 원을 쥐어주며 하교할 때 사 먹으라고 한 적은 있지만서도. 하지만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부정기적으로 출몰하시는 달고나 할머니는 꼭 용돈을 준 날에는 나오지 않으셨다. 신기하기도 하지. 아이들은 매번 아쉬워하면서 집에 오곤 했다. 이제는 달고나 할머니도 자주 나오시지 않고, 하교 동선도 달라져서 달고나를 먹겠다고 용돈을 달라고 하지는 않지만 (편의점에 워낙 맛있는 것들이 넘쳐난다), 그래도 왠지 달고나는 한번쯤은 사 먹어보고 싶은 추억의 기억이다. 항상 그렇다. 나 어릴 적에도 꼭 하굣길에 학교 문을 나서면 그 옆에 달고나 할머니(꼭 할머니시다)가 앉아서 아이들을 자동으로 집결시키곤 하셨다. 빙 둘러서서 달고나 만드는 과정을 구경한다. 소다가 들어가서 부풀기 시작하면 아이들의 눈도 함께 커진다. 집에서 하면 국자에서 절대로 떨어지지 않지만, 달고나 할머니는 국자에서 부푼 설탕 덩어리를 솜씨 좋게 덜어내어 모양까지 완벽하게 잡아내신다. 가히 진기명기한 구경거리였다. 용돈이 없었던 나는 그때에도 한 번도 달고나를 사 먹어보지는 못했다. 한참을 구경하다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리곤 했던 기억이 있다. (한참 구경하다 항상 돌아서던 두 가지 아이템이 있는데, 하나는 달고나, 하나는 병아리였다) 그럼 어른이 되어서 돈을 벌기 시작하면 한 번쯤 사 먹어볼 법도 한데, 왜 나는 단 한 번도 사지 않았을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 어쩌면 달고나의 달콤함이 아쉬움의 추억으로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아있기를 바라서 그럴지도 모를 일이다.


[나만의 색]

달고나는 유혹적이다. 그 냄새만큼 인간의 식욕적 본능을 이끌어 내는 것이 없을 정도이다. 공장에서 만들어진 포장된 달고나가 대부분인 요즘, 달고나 할머니는 무형문화재급으로 귀한 분이 되셨다. 그래서일까. 달고나색은 나에게 무언가 아련함을 가진, 따스한 추억의 색이다.


출처 : 색이름 (오이뮤, 2019.10)

작가의 이전글색ː명 [생명] 04. 취람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