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체 의학의 흥미로운 이야기
유전자,DNA. 내 몸의 수많은 세포 속에 자리해서 끈임없이 복제가 이루어지고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에이지리스'에서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전체 세포 속 DNA를 모두 꺼내 연결하면 우주까지도 갈 수도 있을 정도로 길다는 점에서 '염색체 스파게티'라고 했던 재미난 표현이 생각이 났다. 유전체는 체내의 거의 모든 세포가 한 권씩 보유하고 있는 레시피북과 같다.(39.P) 우리 몸은 지금 계속해서 세포분열이 일어나고, DNA복제가 이루어지며 늙어가기도 하고, 수많은 요인들로 인해 돌연변이 유전자가 생성되어 병에 걸리기도 한다. 그리고 이미 우리 몸은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그것이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일 수도, 더 거슬러 올라가 먼 옛날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일 수도 있다. 가족력이 중요하다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저자는 이 유전자 분석 기술을 통해 지금 내가 가진 유전자에 병에 걸릴 위험이 있는 유전인자가 있는가 없는가 검사를 통해 분석하여 그에 맞는 예방과 치료가 이루어질 맞춤의학기술이 머지 않은 미래에 올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아니, 이미 이 여정 속의 저자를 보다보면 그것은 이미 시작되었고, 보편화가 되기까지가 이제는 멀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정확하겠다. 저자의 여정을 따라, 유전자 분석을 통한 치료가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보고, 의사로서, 학자로서의 그의 열정에 나는 감탄의, 감탄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감사했다. 조던피터슨의 '질서너머'에서 "세상에는 복잡하고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채워야 하는 자리가 무수히 많다. 믿을 만한 기술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는 사실은 진정 감사해야 할 일이다." 나는 이 저자를 보고 하는 말 같이 느껴진다. 이 책에는 희귀질환 때문에 어려움과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들과 그의 가족이야기를 포함해 어떤 유전자가 문제인지 DNA의 염기서열을 분석하고 치료까지 이어가기 위해 힘쓰는 그의 팀과의 협력과 열정에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듣도 보도 못한 질병이 나에게 찾아온다면, 그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하물며 태어나자마자 선천성 희귀질환을 겪는 아기를 가진 부모라면? 특정주기마다 찾아오는 암 때문에 큰 수술을 몇 번이나 겪어야 하는 삶이라면? 나는 지금 이 상황에 대해 말로 어떻게 형용할 수가 없다. 심지어 울었다. 암 수술을 몇 번이나 견디고 난 후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환자의 사례를 보며, 나는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특별한 것이 아닐 수 있음을 깨닫는다.
유전자 분석을 통해 치료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아주아주 어려웠다. 우리 몸은 너무나 복잡한 구조로 되어있다. 복잡계 속 블랙스완이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말은 세상사회 속에만 국한되어있는 게 아닌듯하다. 작은 유전인자가 언제 어느 부분에서 질병을 일으킬지 모르기 때문이다. 건강한 레퍼런스의 유전자 염기서열과 비교하여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염기서열분석을 통해 이 병을 일으킨 용의 유전자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서, 결정적인 단서와 증거를 찾아가는 일은 그리 순탄치 않았다. 인과관계와 상관관계를 따져보는 것이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했다. 우리가 아는 세상은 상관성과 인과성을 따져볼 수 있는 가시적 여건과 세상에 대한 이해를 가지고 있지만, 유전체라는 100%이해하지 못한 세계에 대해서는 그것이 참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약개발에서 중요한 인과성을 증명할 근거는 유전자분석을 통해 제공될 수 있다.(400.P) 유전체 의학의 발전이 불러올 미래가 어떤 미래일까, 이제는 필수요소로 자리잡게 되겠다. 하지만 여기에는 무수히 많은 요소들을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겠다. 건강보험제도나 법 등 미국에서 유전체 의학에 대한 보건의료법 관련이 논의되기까지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는데, 하물며 대한민국이라면. 조금 더 그런 세상이 빨리 오기를 나는 바란다. 유전체 의학이 보편화된 세상에서 건강으로 인한 고통을 덜고,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간다면, 우리 사회 또한 건강해지는 것이 아닐까. 나는 이 세상이 좋은 세상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나도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우리는 연결되어있다'에 따르면, 우리 몸을 구성하는 요소는 우주에서 온 산소나 기타 물질 등이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또, 게놈오디세이에서도 옛날 사람들의 몸에 침투해 정착한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이 그대로 전달되고 있다하니, 우리가 과거와도 연결되어있음을 시사하는 바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유전체 분석을 통해 우리라는 인류의 어떤 모습이 새롭게 다가올지도 모를 일이다.
각국 수장들, 환자들과 피실험자들, 연구자들, 그리고 호기심 넘치는 평범한 구경꾼들의 마음을 오래전부터 사로 잡은 꿈의 미래가 마침내 펼쳐질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결국 맞춤의학의 시대를 여는 열쇠는 전체를-그러니까 우리 모두를-아는 것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