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헤이즐리 Mar 22. 2023

죽음의 수용소에서

삶의 끝에서의 깨달음


일단 제목부터가 강렬하고 자극적인 느낌에 이끌렸던 빅터 프랭클 박사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나치 수용소에 수감되었던 저자가 정신의학적 배경으로 하여 삶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정신분석학의 아버지 카를 융과 지그문트 프로이트와는 다른 학파로 분류되는 로고테라피에 대한 이야기이다. 삶의 의미와 이유를 찾게 해주는 로고테라피 기법을 통해 환자에게 삶에 대한 책임감을 불러 일으킨다.

나치수용소에서의 6년동안 그는 정신의학자로서가 아니라 그저 한낱 인간으로서 생존을 위해 싸웠다. 그 뿐만 아니라 거기에 있는 모두가 그랬다.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하루하루를 투쟁하며 살아간다. 과연 내가 이 글 하나로 그 곳의 이야기를 감히 담을 수 있을까 할 정도로 조심스럽다. 굶주림이 뭔지, 인간답지 못한 삶이 뭔지 그의 묘사로서 조금은 느낄 수 있다. 차례차례 단계를 밟아가며 그 속에서도 적응을 해 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왜냐하면 인간의 생존본능이 진정으로 발휘되는 순간이 아닌가 생각했기 때문이다. 보통의 일상에서의 정상적인 반응이 수용소 안에서는 그 감정반응의 역치가 상당히 낮아지는 듯 했다. 사람들이 하나 둘 없어지고, 널브러진 시체를 보아도, 누군가가 채찍질을 당해도, 온갖 더러운 것들로 엉망진창이 된 몸을 보아도 마치 그것이 자연스러운 일인듯 적응하며 생활해나가는 수감자들의 생활을 보면서 인간의 생존본능에 대해 경이롭기까지 했다. 마음과 달리 계속해서 살아야 한다는 신체와 정신의 반응이 그러했다. 그에 더해, 실로 죽음에 관한 유머가 수용소 안에서는 통한다는 것이다.

수감생활의 막바지에 이르러 지칠대로 지친 수감자들 사이에서 프랭클 박사는 정신의학자로서의 면모를 보였다. 그것은 모든 수감자들과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나에게도 심금을 울리는 몇 마디였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 자기 삶에서 무엇과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을 잃어버린 것이 있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라는 질문이었다. 내가 생각하기에 프랭클 박사는 책 내용의 뒤에 나오는 로고테라피의 기본인 존재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 같다. 나는 내 삶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혼자 생각해본 적이 있었고, 질문을 받은 적도 있다. 최근의 나의 결론은 그저 인간은, 내 자신을 포함해서, 진화생물학적 토대로서 가치를 평가하고, 그 가치에 의해 살아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수동적인 생각을 했다. 우리가 뇌를 달고 있는 이상, 생존과 번식에 최적화된 자연선택의 섭리로서 모두가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적인 생각말이다. 프랭클 박사는 이것이 위험한 발상일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하고, 삶에 대한 책임감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삶에 의미가 있나? 하는 질문 자체를 생각해보았을 때, 그 질문을 던지는 주체는 바로 나다. 이 세상에서 그 무엇도 대체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가한다면 그것은 내 자신이다. 자신의 존재에 대한 유일성과 독자성. 이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 우리는 생존에 대한 책임과 그것을 계속 지켜나가야 한다는 책임이 생겨난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에 무엇을 기대하는가가 아니라, 삶이 우리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하는 것이다. 삶에 대한 책임감의 원동력은 자신의 존재의 유일성과 독자성에서 나온다. 그리고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물음들, 이를테면, 역경과 시련 속에서 어떻게 우리가 대답할 것인가 하는 것. 그 답은 올바른 태도와 올바른 생각을 통해서만 할 수 있고, 오직 나만이 해결할 수 있는, 나만이 해야하는 삶의 과제가 있다는 것이 중요하겠다.

이 책은 한 마디로 말한다면, 허무주의와 냉소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지침서라고 할 수 있겠다. 로고테라피 기법을 통해 각자의 삶의 의미를 찾게 해준다. 그리고 로고테라피의 본질은 책임감에 있다. 그 기저에 깔려있는 이론들은 힘겨운 삶을 영위해나가는 것에 대해 희망의 빛을 보게 한다.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자기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목적의식이 분명한 사람들이었다. 삶을 놓아버리고 싶게 만드는 절망 속에서도 살아야겠다는 의지와 목적이 있는 사람, 자기 삶의 의미를 알고 있는 사람들 말이다. 로고테라피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책의 뒤쪽으로 갈수록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놓았다. 중요한 것은 존재의 본질을 깨닫고 그에 상응한 반응을 통해 의미를 찾아나가는 것이다. 모두가 잠재적인 의미를 안고 살아간다. 이제는 생물학적 관점을 통해 행복이라는 가치를 찾는 삶이 아닌, 조금 더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고 싶다면 이 책을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 가치들은 우리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그 무엇으로, 인류의 진화과정을 통해 구체화되어왔다. 그 가치들은 인간이 하나의 생물로서 살아온 지난 날의 역사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심오한 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_샬럿 뷜러
- 죽음의 수용소에서 -





*이 글은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기반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어떤 생각들은 나의 세계가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