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이야기가 나오면 많은 사람들이 금세 머리가 복잡해진다. 포화지방은 나쁘고, 불포화지방은 좋고, 트랜스지방은 더 나쁘다는 식의 말은 많이 들었지만, 막상 무엇이 무엇인지 설명하려고 하면 선뜻 정리되지 않는다. 더구나 돼지비계, 버터, 식용유, 마가린 같은 익숙한 식품이 등장하면 혼란은 더 커진다. 돼지비계는 포화지방일까, 식물성 기름은 모두 건강할까, 마가린은 무엇으로 이루어진 지방일까. 이런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지방을 이해하는 핵심이 그 안에 들어 있다.
먼저 우리가 흔히 쓰는 “포화지방”과 “불포화지방”이라는 말부터 조금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정확히 말하면 지방 자체가 포화냐 불포화냐로 나뉜다기보다, 그 지방 안에 어떤 지방산이 더 많이 들어 있느냐에 따라 그렇게 부르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불포화지방”이라는 표현은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지방을 편의상 부르는 말이다. 반대로 포화지방도 포화지방산이 많은 지방을 뜻한다. 또한, 우리가 섭취하고 사용하는 동물성 또는 식물성 지방에는 포화지방산만 100% 들어 있는 지방도, 불포화지방산만 100% 들어 있는 지방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지방은 여러 종류의 지방산이 섞여 있다. 다만 그 비율이 다를 뿐이다.
이 점을 이해하면 돼지비계 같은 동물성 지방도 조금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다. 사람들은 흔히 동물성 지방은 곧 포화지방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돼지비계에도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이 함께 들어 있다. 다만 포화지방산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 상온에서 굳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는 그것을 ‘포화지방 쪽에 가까운 지방’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버터도 마찬가지다. 반대로 식물성 기름이라고 해서 모두 불포화지방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식물성 기름 속에도 포화지방산은 존재한다. 단지 대체로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이 높아서 상온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하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그래서 지방을 가장 쉽게 구분하는 첫 번째 방법은 상온에서의 상태이다. 일반적으로 포화지방산이 많은 지방은 상온에서 고체이고,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지방은 상온에서 액체이다. 물론 이것도 절대적인 법칙은 아니다. 일부 포화지방은 액상에 가깝게 보일 수 있고, 일부 불포화지방은 조건에 따라 반고체나 고체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굳어 있으면 포화지방산이 더 많고, 흐르면 불포화지방산이 더 많다”는 정도의 감각은 지방을 이해하는 데 꽤 유용하다. 복잡한 화학 구조를 모두 외우지 않아도, 이 정도만 알아도 식탁 위의 지방을 보는 눈이 훨씬 선명해진다.
건강 측면에서는 왜 이 구분이 중요할까. 포화지방은 대체로 혈중 LDL 콜레스테롤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여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지나치게 많은 포화지방 섭취는 경계의 대상이 된다. 반면 불포화지방산은 종류에 따라 몸에 보다 유익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오메가-3 지방산처럼 잘 알려진 일부 불포화지방산은 염증 조절, 심혈관 건강, 세포막 기능 유지 등 여러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이야기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흔히 “불포화지방은 좋은 지방”이라고 기억한다. 물론 이것도 단순화된 표현이지만, 방향성 자체는 이해를 돕는 데 도움이 된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가장 헷갈려하는 것이 바로 트랜스지방이다. 이름만 들으면 포화지방 류에 해당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나쁜 지방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불포화지방산의 한 형태이다. 다만 그 구조가 자연스러운 형태와 달라져 몸에 좋지 않은 방향으로 작용한다는 점이 문제다. 과거에는 액체 식용유를 가공해 보다 단단하고 안정적인 지방으로 만들 때, 즉 부분경화 과정에서 트랜스지방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마가린이나 쇼트닝 같은 가공지방 이야기와 함께 트랜스지방이 자주 등장했다. 중요한 것은 트랜스지방이 화학적으로는 불포화지방산 계열에 속하지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포화지방과 비슷하거나 때로는 더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름에 “불포화”가 들어간다고 해서 모두 건강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주는 예가 바로 트랜스지방이다.
결국 지방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동물성은 나쁘고 식물성은 좋다” 혹은 “고체는 전부 해롭고 액체는 전부 안전하다”는 식의 단순한 이분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지방은 모두 혼합물이고, 그 안에 어떤 지방산이 얼마나 들어 있는지에 따라 성질과 건강 효과가 달라진다. 돼지비계도 포화지방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고, 식물성 기름도 불포화지방만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트랜스지방은 불포화지방산이지만 건강에는 해롭다. 이렇게 하나씩 정리하고 나면, 지방에 대한 막연한 공포도 줄어들고 광고 문구나 유행하는 건강 정보에도 덜 흔들릴 수 있다.
식품과 영양을 이해하는 일은 복잡한 화학식을 모두 외우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식품을 조금 더 정확한 언어로 바라보는 것이다. 포화지방, 불포화지방, 트랜스지방을 구분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이름을 외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방은 하나의 단순한 덩어리가 아니라 여러 지방산의 비율로 이루어진 혼합물이며, 그 비율이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 이해가 생기면 우리는 비로소 식탁 위의 기름 한 스푼, 버터 한 조각, 비계가 붙은 고기 한 점의 영양을 좀 더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