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싱가포르까지, 다사다난했던 여행의 첫 단추
여행은 사람을 순수하게, 그러나 강하게 만든다.
-서양 격언
남편과 약 5주 간 3개국 여행을 떠나기 위해 45L 배낭 2개를 메고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새벽 7:35 비행기 탑승을 위해 약 3시간 전에 도착한 인천국제공항 제1 터미널은 제법 사람들로 붐볐다. 보안검색대 통과를 위해 30분이 넘도록 줄을 서있어야 될 정도였다.
공항 면세점에서 남편의 Oakley에서 선글라스를 구입하고는 공항 지하철로 15분가량 이동했다. 보딩까지는 30분 정도 여유가 있었는데, 급하게 당분간 마지막 한식이 될 순두부라면과 김치찌개로 이른 아침식사를 대신했다.
우리가 이용한 에어아시아(AirAsia) 항공은 아시아 최대 저비용 항공사(LCC)로, 말레이시아에 거점을 두고 있다. 그 영향으로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싱가포르를 가려면, 쿠알라룸프르 국제공항을 경유해야만 했다. 저비용 항공사이기에 별도의 음료와 음식은 사전신청 또는 기내에서 구입하지 않는 이상 제공되지 않았다.
약 6시간의 비행을 거쳐 쿠알라룸프르에 도착했을 때 목이 너무 말라 costa coffee에서 아이스아메리카노 1잔을 시켜 남편과 나눠 마셨다. 원래라면 경유지에서 1시간 정도의 시간 여유가 있었겠지만, 인천에서 약 30분 정도 늦게 출발하는 바람에 30분 안에 모든 걸 해결해야 했다. 간이 보안검색대를 통과하자마자 바로 게이트 앞으로 달려갔다.
싱가포르에 도착하여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후끈한 열기가 우리를 반겼다. 비행기에서 입고 있었던 얇은 긴팔 후드 집업이 갑갑하게 느껴질 정도라 서둘러 벗어 가방에 넣었다. 오후 5시경에 창이공항 제4 터미널을 나서면서 본 하늘은 아직 밝은 대낮이었다.
어? 카드가 없네?
이때 발생한 첫 번째 해프닝. 현금 인출을 위해 가져온 트래블로그 카드를 분실한 것. 앞서 쿠알라룸프르에서 커피를 사 마실 때 해당 카드를 사용했는데, 남편이 그걸 비행기 좌석 앞 주머니에 넣어두고 내린 것이다.
이 사실을 버스정류장 앞까지 걸어갔을 때 알아챘는데, 등골이 순간 서늘해지는 그 기분이란. 평소 한국에서도 카드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다가 분실하여 몇 번 재발급받은 이력이 존재했던 분이라는 걸 나도 잠시 깜빡하고 있었다. 그래도 이미 벌어진 일이니 기내에 있을 카드 행방을 공항 직원의 도움으로 찾아봐야겠다란 생각이 들었다.
그 길로 바로 공항 인포데스크로 달려가 다시 기내에 들어가서 놓고 간 카드를 확인해 볼 수 있을지 물어보았다. 우리 같은 경우가 꽤 있는지 인포데스크 직원은 침착하게 응대해 주었는데, 간단한 여권정보와 비행 편, 개인 연락처를 모바일로 입력하고는 카드 분실 당사자인 남편만 경비원을 대동하여 들어갈 수 있었다.
창이공항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는 시간이 얼마나 초조했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남편은 ‘우리가 타고 온 비행기가 이미 다른 행선지로 출발해서 직원이 해당 비행기에 연락을 해봤는데, 내가 앉았던 좌석 앞 주머니에 카드 같은 건 못 찾았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3개국을 여행하면서 수수료로부터 자유롭게 현금 사용을 하기 위해 마련한 카드 딱 1장이 그렇게 여행 첫날 분실됐다.
시내로 가려면 Ez Link 카드를 구매해야 돼
트래블로그 카드가 없다고 공항 터미널에서 싱가포르 시내로 못 갈쏘냐. 일단 가지고 있던 카드들을 살펴보았다. 요즘 해외에서 visa, mastercard 등을 카드결제기에 태깅해서 결제하는 탭(tap) 결제가 가능하다고 광고하던 걸 지나가며 보았던 게 기억났다.
공항 인포데스크를 다시 찾아가 물어보니, 아까와 다른 또 다른 직원이 나와 응대를 해주었다. 이 친구에게 버스 승차 시 카드로 탭 결제가 가능한지 물어보았는데 '확실하지 않으니 Ez Link(싱가포르의 티머니, 즉 교통카드)를 사는 게 안전할 거야‘라고 했다.
사실 좀 찜찜한 부분이 있었지만,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 다녀왔던 거리가 아른거리면서 ‘그래, 일단 왔다 갔다 또 고생하느니 그냥 여기서 교통카드를 구매하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렇게 공항 ATM에서 20만 원어치를 출금한 뒤, 바로 옆에 있는 편의점에서 EzLink 교통카드를 2장 구매했다. 1인당 SGD 10였는데, 교통카드 값이 SGD 5이고, 그 안에 SGD 5가 충전되는 형식이었다. (*SGD: Singapore dollar)
다시 버스정류장을 찾아 36번 버스에 승차하려고 보니, 탭 결제가 가능하다는 문구가 버스 한편에 버젓이 쓰여 있었다. 아뿔싸, 공항 직원을 너무 믿었나 싶었다.
교통카드 구매에 대한 후회도 잠시, 숙소까지 40분 정도 버스를 타고 가면서 새로운 걱정이 생겼다. 짧게 2박 3일 여정이기에 유심을 별도로 준비하지 않았던 우리는 버스 안에서 '어디서 내려야 되지?‘하며 구글 맵을 주시하고 있다가 시청(city hall)을 지날 때쯤, 한 정거장을 더 가봤다.
그랬더니 웬걸... 아예 다른 쪽으로 빠지는 것 같아서 황급히 내렸다. 우리가 내린 곳은 SMU(Singapore Management University) 캠퍼스 근방이었는데, 다시 뭔가 버스를 타기는 아깝고 배낭을 메고 걸을만하니 숙소까지 걸어보기로 했다.
우리 예약이 취소 됐다고?
이때 닥친 두 번째 시련. 이번에는 내가 구글맵에 호텔을 잘못 저장해 둔 것.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첫 번째로 예약을 했던 호텔의 악명 높은 후기를 보고 급하게 새로운 곳으로 예약하면서, 새로 예약한 호텔을 구글맵에 저장해 두는 걸 깜빡한 채로 잠들었는데, 공항에서 급하게 떠나오느라 구글맵에 저장되어 있는 호텔만 보고 온 것이었다.
어쩐지 숙소에 도착했을 때 ‘너희 예약은 취소되어 있던데?’라고 대답하던 카운터 직원의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다. 황급하게 현재 예약되어 있는 숙소로 체크인하러 출발하기엔 둘 다 긴 비행을 하면서 이미 지칠 대로 지쳐있었고, 아까부터 계속해서 울리는 배꼽시계를 무시할 수는 없어 근처에 위치한 호커 센터로 주린 배를 채우러 걸어갔다.
(2편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