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모임에 이어서 나를 위한 두 번째 자발적인 모임에 나갔다. 분위기가 좋아 마치 모임 같은 분위기의 드로잉 수업이다. 글쓰기 모임을 처음 시작 했을 때처럼 오랜만에 느끼는 낯선 분위기에 긴장을 조금 하긴 했지만 원래 진행되어 오던 수업이다 보니 새로운 멤버인 내가 적응만 하면 되었다. 연령대가 조금 높아, 보통 퇴직을 하시고 자신의 시간을 갖고자 나온 분들이 많았다, 나도 곧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이지만 여기서는 한참 어린 막내가 되어 있었다.
첫날부터 눈치껏 개인마다 필요한 자리 세팅을 돕고, 몸을 쓸 일이 있으면 빼지 않고 손을 거들었다. 그때마다 다른 분들과 연령이 비슷하거나 조금 더 많으신 여자 선생님은 이번 신입은 잘 들어왔다며 흘려가는 소리로 항상 말씀하셨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저녁반 수업을 듣는 나이 있으신 남자 수강생 분이 오전반 수업으로 옮겨 오시면서 다 같이 티타임을 보낼 수 있게 빵을 사 오셨다(여기는 이런 분위기이다). 선생님이 먼저 나서서 빵을 봉투에서 꺼내 먹을 수 있게 조각을 내시자 '내가 가야겠군' 몸이 먼저 나서서 옆에서 따라 조각을 내어 다른 분들이 편히 먹을 수 있게 두었다. 그렇게 원탁 테이블을 둘러싼 소소한 스탠딩 티타임을 즐기고, 한 명씩 자리로 돌아가 그림 그리기 준비를 하는 와중에 비어 있는 티타임 테이블 아래 빵 부스러기가 떨어진 게 보였다.
내가 신세를 지는 공간이 아니었다면 분명 지나쳤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자발적으로 나의 만족을 위해 온 수업이니 뭐라도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었을까. 빵부스러기들을 모아 휴지로 담았다. 주저앉아 부스러기를 모으기 시작하자마자 선생님의 말씀이 시작되셨다. '이런 신입은 없었는데' 하는. 앉아 부스러기를 휴지통에 넣기까지 선생님의 말씀과 함께하니 모든 행동이 아주 길게 느껴졌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지만 너무 당황해 빠르게 자리로 와서 작업을 시작했다.
당황한 마음이 조금 가시자 얼마 전 시작한 칭찬일기에 필요한 '타인의 칭찬'에 적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부스러기를 보고 짧지만 조금은 고민을 했던 과정이 떠오르면서 과연 이 행동이 칭찬 받기 위한 것은 아니였는지, 그저 모임에 대한 선의였는지 의문이 들었다.
직장에서 생활하면, 지금의 옮겨 온 직장은 어쩌다 보니 내가 다시 막내가 되어, 막내가 이런 일에 나서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누가 시킨 것은 아니었지만 막내라면 총무를 맡아서하고 번거로운 일은 제일 먼저 나서서 하지 않으면 자리가 불편하여 일을 멈추고 나도 모르게 일어나게 된다.
당연히 여기는 직장에서 보다 훨씬 나이 차이나는 독보적인 막내이다보니 습관대로 움직였을 뿐이고, 더군다나 내가 오고 싶어서 오는 수업이고, 생각해 보면 정말 아주 사소한 행동이었다. 그런데 이런 행동에 칭찬을 받으니 정말 낯설었다는 게 맞을 것이다. 한참의 어른에게 나의 작은 행동이 기특해 보여 뭐라도 한 말씀하고 싶었다랄까. 어린 조카가 어떤 행동을 해도 이뻐 보여 기특하다는 말을 덧붙이는 것처럼.
요즘 칭찬 일기를 써서일까. 오늘 딱히 한 일이 없는 것 같은 날에도 칭찬일기를 시작하면 어느새 페이지가 꽉 차있다. 처음에는 쓸게 없을 거 같아 간단하게 끝날 문장도 길게 늘려쓰다가 쓰다보면 점점 칸이 부족해진다. 오늘 건조증이 심해 따가움으로 세수조차 어려워 동네 피부과를 다녀왔는데. 이 것을 칭찬 일기에 적을 때는 피부과를 다녀옴. 이렇게 한 문장으로 적으면 뭐라도 칭찬해줘야 할 거 같아. 한 줄을 더 적게 된다. 나를 케어하고 돌보는 시간을 가짐. 나는 소중하니까.
생각해 보면 나는 누군가를 만나면 이런 말을 자주 했던 거 같다. 어구 잘했어. 널 돌보는 게 제일 중요하지. 그런 말을 왜 나한테는 한 적이 없었을까. 친구들에게 했던 말은 정말 그렇게 생각해서 잘하고 있다고, 너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계속 그렇게 하라는 의미였는데. 나에게 뒤에 붙는 한 문장은 아주 낯설게만 느껴졌다. 피부가 아파 너무 힘들어서 병원까지 다녀오고 참 힘든 하루였다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럼에도 아주 잘했어. 기특해로 나를 칭찬하기. 낯설지만 아주 큰 변화였다.
오늘 모임에서 받은 칭찬도 그런 느낌인 것 같다. 그저 당연하고 습관적인 행동이었는데 거기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한 줄 더 나아가 당연한 게 아니라 잘한 행동이고 칭찬할만하다고. 이 작은 변화에 나의 마음 가짐은 크게 달라진다. 어디에서도 쉽게 얻을 수 없는 귀한 나의 자존감이 한 스푼 올라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