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봤나? 서예 전시회! 書藝-30

나도야 걍 전시회(?)

by w t skywalker

오늘도 제비 2리 주민 서예반에 장학사로서의 임무를 띠고 보무도 당당하게 귀한 시간을 내어 잠깐 들렀다.

서예반원들은 자체 전시회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일단 전시회에 참가하려는 마음을 갖게 되면, 참여하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마음이 가장 먼저 분주해지고 정신은 아득해진다.

자동차에 시동이 걸리게 되면 맨 먼저 윤활유가 엔진을 감싸고돌듯이 전시회를 개최하게 되면, 묵향은 스튜디오 내의 내밀한 공간과 초조한 맘으로 붓을 든 허약한 신체의 마디마디를 에워싸고 감아 돈다. 그 느낌은 뱀이 꽈리를 틀고 전신을 감싸오듯이 서서히 옥죄어 온다.

스트레스는 만 땅이자 이내 충만으로 치닫는다.




그렇게 서예 전시회 준비는 스트레스를 동반한 팡파르와 함께 그 서막을 올린다.


그 과정을 충실히 겪어낸 제비 2리 서예반원들이 삼삼오오 오늘 스승님 갤러리에 모였다.

각자 나름 혼신의 역량을 쏟아부은 최고의 작품을 들고서 선생님의 채점을 기다리는 학생 마냥 초조함을 주머니 속처럼 깊은 마음 한 구석에 꼭꼭 눌러 감추고들 있다.


내래 그 맘, 완죤 잘 알지비에~이요!

시험 준비를 잘 해온 아이는 시험시간이 즐겁겠지만, 셤 준비에 소홀 또는 대충 하거나 미비한 학생은 시험 시간이 죽을 맛인 것과 같은 이치겠지요.


여기저기 신음소리 대신 꾀병을 앓는 듯 엄살 소리로 갤러리 데시벨이 자꾸 높아만 간다.

내래 그 맘도 백퍼 잘 알지비에~이요!

세상 모든 일처럼 마음도 텅 비게 되면 채우고 싶지만, 일단 꽉 차게 되면 비우고 싶은 게 당근이지요.




하여간, 조선시대 왕비를 뽑는 듯 눈썰미가 날카롭고 매섭기로 유명한 사부님의 엄밀하고도 정밀한 레이더를 거쳐 간택(조선시대 왕비는 무려 세 번의 과정을 거친다; 초간택, 재간택, 삼간택)을 받은 작품들이 꽃단장을 하려는 듯 하나씩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사진 1. 강릉 제비 2리 서예반원 출품작들

꽃단장 바로 낙관을 찍을 수 있는 작품들은 인기 모델들이 캣워크에서 각선미를 한껏 뽐내며 걷듯, 스승님의 서예 테이블에 하나씩 올라 그 자태와 풍채를 완연히 드러낸다.

그러면, 사부님께서 직접 고른 서예 전시회 출품 당선작 중에서 한 작품씩 혼신의 힘을 다해 쓴 결구에 낙관을 손수 찍어주신다.

간택을 거쳐 낙관이 찍힌다는 것은 무척이나 영예로운 것이다.

글씨를 쓰고 나서, 낙관을 찍게 되면 그 작품은 더 이상 이전의 작품이 아니라 풍모를 달리한다. 마치 양반집 규수에서 왕비로의 신분 이동 및 변화는 환골탈태이자 인기가 급상승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낙관을 찍는 것도 쉽지 않다. 일반 인주와 달리 낙관용 인주주안(朱颜) 인주로써 점성이 강하고 진한 인주이며, 날인이 퍼지거나 번지지 않고 매우 깔끔하고 보다 선명하게 찍힌다. 그렇게 낙관을 찍음으로써 서예 작품의 영구적인 가치를 보장하는 장점이 생기게 된다.


낙관용 인주는 상대적으로 점성이 높아 도장에 인주를 먹이는 일도 쉽지 않다.

물론, 초보자는 인주를 찍지도 못한다.

숙련된 조교의 시범을 통해서나 간신히 낙관을 겨우 찍을 수 있게 된다.

도장에 인주를 먹이는 그 방법은 순간적이면서도 연속적으로다가 리듬을 타면서

'탁탁탁탁탁!'

이런 소리가 들릴 정도의 탄력으로 순간적으로 손목에 강하고도 재빠른 스냅을 주어 인주를 도장에 먹이자마자 곧바로 떼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즉시 도장 밑면은 그만 뭉개지고야 만다.

사진 2. 간택된 출품작에 낙관을 찍어주시는 자애로운 사부님의 모습과 주안 인주의 점성도





낙관을 찍고 그다음 순서로써 드뎌 표구를 하게 된다. 이는 양반댁 규수가 간택 이후에 왕궁내 모든 이들의 환대 속에서 가마를 타고 당당하게 입궁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표구를 하게 되면 또 그 맛이 완죤 달라지게 된다.

한 나라의 왕비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못해 인기 킹왕짱인 K-화장까지 마쳤다고 생각해 보라.

그 외모와 풍모 그리고 위엄까지 말도 다 형용할 수 없는 아우라까지 갖추게 되는 것임은 자명한 이치가 아니겠는가!

사진 속의 출품 작품을 보면서 여러분도 같이 느낄 수 있다면 행운일 것이다. 암먼유!


다음 편에서는 표구를 거친 작품들의 화려한 외출을 살펴볼 것이다.



"하나님께 노래하며 그의 이름을 찬양하라 하늘을 타고 광야에 행하시던 이를 위하여 대로를 수축하라 그의 이름은 여호와이시니 그의 앞에서 뛰놀지어다." (시 6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