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비키, 은퇴] 書藝-6

May great fortune come with the spring.

by w t skywalker

The winter is coming!

왕좌의 게임 속 스타크 가문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경고와도 같은 문구를 되뇌인지도 어느새 한 참의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얼음장 같던 마음과 날씨도 경직됨과 매서움을 벗을 수 있게 산 너머 남쪽으로부터 훈풍이 불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봄, 봄, 봄, 봄, 봄이 왔어요. 우리들 마음속에도.

비록 계절이 때와 맞지는 않으나, 서예반 수업이 장기간에 걸쳐 무려 5학기가 흐르는 동안을 편년체 형식을 빌어 시간 순서대로 쓰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계절과 동떨어지게 된 점은 무척 죄송스러우나, 이왕 이렇게 된 바, 미리 내년 봄을 맞이하는 희한한 심정으로 만끽하며 즐겨주시라.


그럼, 다시

The spring is coming!


선조들은 겨우내 학수고대하던 봄이 오기 직전 긴~긴~ 겨울을 먼저 마음으로부터 흔쾌히 떠나보내고자 마치 의식을 치르듯이 입춘대길이라고 대문에 써 붙이고 봄이 왔음을 아니 봄이 지척에 있음을 반가운 마음으로 서로에게 먼저 알리고, 봄을 살갑게 맞이하는 전통을 지켜내 왔다.


서예시간에 사부님께 조심스럽게 입춘대길을 부탁드려 본다. 사부님은 흔쾌히 쓰윽~싸악~!

순식간에 입춘대길 건양다경!

출품 직전의 수준에까지 다다른 작품이 뚝딱!


나도 붓을 들고서

쓰윽~싸악~!

캬~

꽤나 그럴싸한데.

엊그제 초보자 땟국물이 줄줄 흐르던 갓난 애기의 길 영자를 쓰던 하룻강아지 실력이 가제트 팔처럼 길어지고 늘어나 이젠 제법 솔찬히 대가의 면모를 느끼게 해주는 모범적인 실력으로까지 자라나다니 놀랍스무니이다.

보고 베끼는 데에는 나름 소질을 보이는구먼. 마치 먹잇감을 놓치지 않으려고 저 푸른 창공 파~아란 하늘에서부터 재빠르게 활강하는 독수리의 매서운 눈빛과 날카로운 밭톱을 내세우는 듯이 말이다.


문구 하나만으로도

내 마음에는 벌써 훈훈하고도 남을 따스한 봄이 지척에 있는 것 같다.

이 기쁨을 나만 혼자 가득 소유하기엔 벅차다. 가족들에게도 듬뿍 나누어줘야지. 나누면 복이 와요.


화선지를 곱게 접어 손에 들고 집으로 총총. 집에 와서는 두 손에 화선지를 활짝 펴 들고, 현관문 안쪽에 세상에서 유일하게 우리 가족만 볼 수 있게 신식으로 여행 기념 자석을 활용하여 살짜꿍 슬며시 붙여본다.(웬 걸요, 브런치 글에 사진을 게시했으니 세상 사람들이 다 보겠군. 안타깝다잉!)


와우!

멋지다.

어릴 적 명절에 시골 고향 집에 방문했을 때 느끼던 그 감흥이 쪼끔 일렁 출렁인다.

우리 애들도 그러려나? 어림 반 푼 어치도 없겠지.

그래도 희망을. '꽃들에게 희망을' 책처럼

부모 맘으로는 아이들이 커서 언젠가 향수로 기억하고 살풋이나마 느꼈으면 하는 소박하고 투박한 바람이다.


나이 들어 보니 다른 그 어떤 계절보다 봄이 무척이나 기다려진다. 앞으로 남아있는 봄이라는 계절의 향연이 언제까지 나에게 선물로써 눈앞에 펼쳐질지 모르겠고, 더구나 겨울 북풍과 삭풍을 천천히 식어가는 몸뚱아리로 꿋꿋이 견뎌내기에는 몸의 체온마저 적당하지가 않으니 더욱 그렇다.

뭐, 여러 가지 나름대로의 이유를 들 수는 있겠으나, 그중에 제일은 이쁘디 이쁜 꽃이 그저 반갑기만 하기 때문이리라.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 동지 섣 달 꽃 본 듯이 날 좀 보소'라는 소리 없는 아우성이 들리는 않는가?


아. 그래서 선조들이 입춘대길이라고 문지방 위에 붙이고 봄을 그렇게 반겼겠구나 싶다.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와 함께 함이라. 놀라지 말라. 나는 네 하나님이 됨이라. 내가 너를 굳세게 하리라. 참으로 너를 도와 주리라. 참으로 나의 의로운 오른손으로 너를 붙들리라."(사 4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