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키비키, 은퇴] 書藝-4

first footprint!

by w t skywalker

어느새 서예 시간은 흐르고 흘러,

가로, 세로, ㄱ, ㄴ, ㄷ, ㄹ, ㅁ, ㅂ, ㅅ, ㅇ 등을

도장 깨기 하듯 천천히 하나씩 격파해 나가면서 징검다리 건너듯 조심스레 건너고 건너 드디어

처음으로 글씨란 걸 써보게 되는 행운의 다리에 마침내 무탈하게 도착했다.


교재는 탁본으로 된 장맹용비의 글씨를 보고

선생님께서 손수 체본을 해주시면,

이어서 문하생들은 바로 선생님께서 쓰신 대로 흉내를 내며 따라 하기에 엄청 바쁘다.

물론, 선생님의 그 엄청난 내공 수준을 따라 글자를 쓴다는 생각은 언감생심(焉敢生心)일 뿐만 아니라, 당분간은 아니, 앞으로도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며, 여전히 조족지혈에 불과할 뿐이다. 당랑거철의 무모함을 드러내다니 무식하면 용감하다더니.


선생님께서 이르시되,

'붓글씨는 그리는 게 아니라 쓰는 것이다.'

"또한, 단순히 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예술의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그래야 단순히 서(書)에 머물지 않고, 오롯이 서예(藝)라고 할 수 있다고 삼척동자도 알아들을 수 있게 명확한 가르침을 내려주신다.


아, 그렇구나!

그래서, 글씨(書)가 아니라 예술(藝)이구나.

서(書)에 그치지 않고 예(藝)에 이르러야 하는구나.

이제껏 글씨를 쓰는 줄로만 알았던 나의 단순함과 여전히 무지막지함에 부끄러울 따름이다.

쥐구멍은 어디 있나? 이리저리 찾기에 바쁘다. 다행히도 쥐구멍은 주변에 없다.


모든 한자 글씨의 가장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자주 언급되는 길 영(永) 자를 마침내 영접한다.

친구 중에 서 길영이라는 친구가 생각난다.


길 영(永) 글자!

단순하게만 보여도 그 속에는 한자 획의 모든 것이 글자 획 하나하나에 촘촘히 보석 같이 박혀있어 눈부시게 빛나고 있다. 그야말로 눈을 멀게도 할 수 있을 정도로 보석 중의 보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여기에서

선생님의 글씨를 한 번 감상해 보고 가자.


엄청나게 창피하지만,

내 글씨도 딱 한 번만 보여드리고자 한다.

재미있지 않겠는가?

나만 그런 건가?

여러분들도 분명히 재미있어할 것이다.

나를 낮추고, 선생님을 높이는 나만의 잔꾀니까 말이다.

제자의 충심과 겸양이 대단하지 않은가?

이쁘게 봐주시라.

그럼, 용기를 내어 길 영자 한 자를 과감히 여러분 앞에 투척해 본다.

엉터리 글자를 마주하고 보니 어떠신가? 웃음 밖에 나오지 않으시는가? 그렇다면, 붓을 한 번 들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이 만큼 오는 것도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자연스레 붓을 든 겸연쩍은 두 손을 뒤로 하고, 이윽고 존경의 눈길을 저에게 줄 수밖에 없음을 자인하게 될 것이다. 확신한다. 써 보시라. 권유드린다. 이내 감탄사가 나올 것이라고.



"사람은 고생을 위하여 났나니, 불꽃이 위로 날아가는 것 같으니라" (욥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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