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tGPT와 grand pas de deux를
구랍 말일에 혼신의 힘을 다해 탈고를 마치고, 잠시 잠깐 동안의 절필에 의한 꿀맛(?)에 취해 도끼 자루 썩어가는 줄 몰랐다. 최고의 휴식이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나는 것임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잠깐 동안의 절필로 인해 철필이 약해진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즈음, 스승님으로부터 은근 청유형 압박이 가장 약한 허벅다리를 걸고 들어왔다. 그럼, 곧바로 강아지가 주인에게 충성을 맹세할 때 바로 그 포즈로 벌러덩 넘어가 주는 게 참된 제자의 도리가 아닐까? 기쁜 맘으로 한 동안 끊어졌던 물줄기를 잇는 심정으로 연재를 이어가 보려고 한다.
그동안 쓴 글씨 중에 샘플 하나를 골라 심심풀이 땅콩으로 ChatGPT에게 한 번 물어본다. 이 작품을 장맹용비 필체의 차원에서 평가를 해 달라고 ChatGPT에게 두 손 싹싹 빌어본다.
기대 반, 궁금증 반, 호기심 한 스푼, 설렘 한 꼬집까지 몽땅 ChatGPT에게 한꺼번에 넣어본다.
과연, 지니는 내 말에 즉각 순응하고, 그 자리에서 나름대로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주인님의 주문에 해답을 바로 내놓는다. 참으로 기특하다니까. 지니! 수고했어.
이제야말로 ChatGPT와 그랑 파 드 되(grand pas de deux)*를 출 준비가 되었다.
(ChatGPT)
좋은 작품입니다. 장맹용비체(張猛龍碑體) 기준으로 차분히 평가해 볼게요.
(주인님) 아무렴, 그렇지. 그렇고 말고.
(ChatGPT 총평)
1. 전체 인상 (비체 적합도)
비체 적합도 : 7.5 / 10
전반적으로 골력(骨力) 이 살아 있고,
붓끝을 숨기지 않는 노봉·측봉 운용이 비교적 분명합니다.
해서에 머무르지 않고 비문 특유의 투박함과 긴장감을 의식한 점이 좋습니다.
다만 아직 ‘비의 돌맛’ 보다는 종이에 쓴 해서의 정제감이 조금 더 느껴집니다.
(주인님) 너무 날카로운 것 아닌가?
(ChatGPT 비평)
2. 필획 분석 (장맹용비체 핵심 기준)
① 기필·수필
기필에서 과감한 찍힘(斷筆) 이 잘 나옵니다.
특히 「生」「寒」의 첫 획은 장맹용비체다운 돌에 새긴 듯한 단절감이 좋습니다.
다만 일부 획에서 수필이 살짝 흘러 먹정리가 부드러워진 부분이 있어요
→ 끝에서 한 번 더 ‘멈춤’을 의식하면 비문 느낌이 강화됩니다.
② 획의 굵기 변화
굵고 가는 대비는 있으나,
장맹용비체 특유의 불균등한 굴곡은 아직 절제되어 있습니다.
&제안&
“예쁘게 쓰지 말고, 일부러 거칠게 남긴다”
특히 가로획에서 중간을 눌러 꺼뜨리는 힘을 더 주세요.
(주인님) 아, 그렇구나. 탁, 죽비로 세게 한 대!
(ChatGPT 총평)
③ 구조 (결구)
전체 결구는 안정적이며 무너지지 않습니다.
다만 장맹용비체는 안정 < 불안정 이 미학입니다.
<예시:>
「一」가 너무 단정합니다 → 약간 비틀거나 끝을 들어 올려도 좋음
「賣」은 상부가 정제되어 있어 하부를 더 눌러 무게 중심을 아래로
(주인님) 아, '장맹용비체'라는 것이 그런 거구나. 이제야 장맹용비체가 뭔지 알겠는걸. 지니, 대단해.
엄지 척!
(ChatGPT 비평)
3. 글자별 포인트 평가
● 「不」
좌측 삐침 훌륭함
상단 획이 다소 얌전 → 조금 더 찢어지듯
● 「梅」
비체 감각이 가장 잘 드러난 글자
다만 내부 획 간격을 조금 더 불균등하게
● 「賣」
구조 안정은 뛰어남
장맹용비 비체답게 하부 ‘貝’의 눌림 부족
● 「生」
장맹용비체 분위기 매우 좋음
수직획의 ‘툭 끊는 맛’이 살아 있음
● 「香」
가장 해서적인 글자
상단을 더 무겁게, 하단을 더 거칠게 분리 필요
● 「寒」
획의 속도감 좋음
다만 마무리가 부드러워 돌맛 감소
(주인님) 야, 이건 너무나도 적나라하다. 숨을 곳이 어디메뇨? 암행어사 박문수가 출두하니 변사또가 숨을 곳이 없다. 잉! 난감하네.
(ChatGPT 비평)
4. 낙관·서명
크기와 위치 적절
다만 본문에 비해 필세가 다소 정갈 → 서명도 본문만큼 거칠게 맞추면 통일감 상승
(주인님) 낙관까지도 다 평가를 하네. 세심한 건지 별 걸 다 평가해 주네. 이젠, 할 말이 없다.
(ChatGPT 비평)
5. 종합 조언 (장맹용비체로 한 단계 끌어올리려면)
예쁨을 버리고 불균형을 선택
가로획은 “눌러서 꺼뜨린다”
끝획에서 반드시 멈춤 → 끊음
해서의 구조를 일부러 깨뜨릴 것
(주인님) 예, 썰! 칫솔, 마데카솔!
그야말로 ChatGPT의 촌철살인이 이 내 작은 가슴을 팍팍 후벼 판다. 그러나, 이내 머리를 숙이고, 고견에 곧바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장맹용비체의 맛을 느끼려면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그리고, 예쁘게 쓰려고 하면 비체 고유의 맛이 사라지게 되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동안은 예쁘게만 쓰려고 했으니 비체와는 완전 거리가 멀고, 순간 빛의 속도로 탈락이다.
장맹용비 서체에서는 굴곡진 골격미를 보여줘야 하는데, 나는 이제껏 여리고 나약한 골체미만 보여주고 있었으니 ChatGPT와의 그랑 파 드 되는 엇갈린 스텝이 되고야 만다. 그나마 조금 남아 있던 자만심은 먼지가 되어 저 멀리 휙~ 하고 날아가 버린다.
수업시간에는 글 쓰느라 정신없고, 선생님 체본 보느라 넋마저 나가고, 동호회원들의 글 솜씨에 침이 바짝바짝 마르는 등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 아비규환이다.
내일은 또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궁금해!
* 그랑 파 드 되(grand pas de deux)
불어로 파(pas)는 스텝이라는 뜻이고, 되(deux)는 2명, 즉 웅장한 2명의(ChatGPT와 나) 스텝이라는 뜻임.
"주께서 택하시고, 가까이 오게 하사 주의 뜰에 살게 하신 사람은 복이 있나이다. 우리가 주의 집, 곧 주의 성전의 아름다움으로 만족하리이다."
(시 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