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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 May 25. 2024

내가 미국에서 경험한 것들 (2)

* 미국 여행을 하며 이곳저곳에서 든 생각 모음집 

이번 글은 미국 주요 도시를 여행하며 느낀 각 도시들이 주는 생각 모음집이다.

나는 관광객이지만, 관광지를 선호하지 않는다. 항상 여행을 갈 때마다 로컬들이 많이 찾는 카페를 가본다거나, 거리를 돌아다닌다. 


미국은 도시마다 각자 다른 날씨, 문화, 배경을 갖고 있다. 참 매력적이다. 

도시에 머무를 때마다, 내가 살고 싶은 삶의 형태가 휙휙 바뀌는 것도 신기한데, 이번 글은 내가 도시를 돌아다니며 느낀 점들에 대해 짧게 작성하려 한다. 



1. 샌프란시스코 (SF) 


(1) 실리콘밸리 '잔잔함 속에서도 바쁨이 스며들어 있는 곳' in SF


샌프란시스코는 나에게 꿈같은 존재이다. 실리콘밸리의 매력에 흠뻑 빠져있었다.

실리콘밸리에 가면 미래가 펼쳐질 것 같았고, 어떤 일을 하면 행복할 지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결론적으로 나는 실리콘밸리에서 해답을 찾지 못했다. 그저 여러 회사들을 보며 감탄하며 돌아다녔다. 

그 곳에서 실리콘밸리 사람들을 만났고,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자부심은 그들을 더 빛나게 했다.  

내가 느낀 실리콘밸리는 어떤 특별한 것들이 있기보다는 변화의 주축이 되는 회사들이 실리콘밸리를 특별하게 만든 것처럼 느껴졌다. 예술가의 동네, 몽마르뜨가 생각났다. 


카페에는 코딩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은데 그 중에서도 인도계, 중국계 사람들이 매우 많았다. 

인도계 미국인이 미국 평균 소득보다 2배이며, 미국에서 가장 고소득 1위 계층이라는 통계를 봤는데, 아마 많은 비율은 실리콘밸리에 있지 않을까하는 추측을 해본다.


카페에서 코딩 프로그램을 열어놓고서 이야기하는 사람들, 책 읽는 사람들

실리콘밸리를 걷다보면, 익숙한 바쁨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2) 비실리콘밸리 '무서워도 미워할 수 없는 곳'  in SF 


호텔들이 밀집하고 있는 샌프란시스코의 다운타운에는 마약 중독자와 홈리스들이 매우 많다. 

허공에 소리치는 사람들,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구분이 안가는 외침은 매우 쉽게 들린다. 무엇보다 도시가 버려진 도시처럼 으슥한 기운이 흐른다. 물론 폐건물들은 흔하다. 

그렇다고 샌프란시스코의 자랑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

이 위험한 다운타운에서 20분 거리에는 바다 사자를 보며 각종 레스토랑과 놀이기구가 있는 pier39가 있고, 15분정도 더 차로 달리면 매력적인 리틀 이탈리 거리가 있다. 또 20분 배를 타고 가면, 소살리토라는 환상적인 섬이 있다. 위의 곳들을 돌아다니다보면, 가족들끼리 휴가를 보내는 행복한 감정도, 노부부가 와인 한 잔을 마시며 여유를 만끽하는 모습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미워하려해도 미워할 수 없는 도시, 샌프란시스코이다. 




2. 뉴욕 (NY)

(1) 맨해튼 '아메리칸드림을 흠뻑 느끼게 해준 도시'  in NY


'뉴요커'라는 말이 있듯이, 뉴욕은 city of city의 상징이다.

나는 교환 학기를 마친 뒤, 뉴욕으로 바로 떠났고 뉴욕과 오하이오는 엄청나게 다른 곳이란 걸 느꼈다. 

물론 타임스퀘어와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같이 웅장한 건물들이 뉴욕 감성에 한 몫하겠지만, 가장 큰 차이는 인종이었다. 누가 관광객이고 현지인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가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마다 나는 속으로 '저 사람은 인도사람일 거야'라고 생각을 하지만, 그 사람은 프랑스 사람이었고, 애리조나 사람이었다. 몇 번의 추측이 빗겨나가자 '관광객','현지인'을 구분하려는 생각과 '미국인', '외국인'의 차이를 밝히려는 것은 내 좁은 시야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깨달았다. 

출생지와 국적은 엄연히 다른 것인데 왜 같다고 가정했을까? 

비로소 뉴욕에 와서야 진정 이민자들의 나라,미국이 실감났다. 



(2)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서 월스트리트 '돈이 가득해서 그런가 건물창문이 왜 다 금색으로 보일까' in NY


뉴욕 맨하튼 보고 든 생각은 참 단순했다. '모든 건물이 다 크다', '전광판이 엄청 크다' 

자본주의에 먹혀버린 난 금전적 가치 판단('얼마나 들까...?')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이 자본의 출처를 찐하게 느끼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그곳은 바로 세계 금융의 중심, 월스트리트였다.

생각해보니 난 '자본주의'라는 개념에 대해 얕은 지식만 갖고 있었다. 

전 날 밤부터 다음날 오후까지 자본주의에 관한 책을 후딱 읽고, 월스트리트로 향했다. 


월스트리트에서 FRB는 요주의 인물인 셈인데, 월스트리트와 FRB에 관한 세 줄 요약을 하자면 

1. 연준이라고 불리는 FRB는 매년 이자율 설정, 금융 시장 규제에 관한 정책을 발표하며 이에 따라 세계경제의 흐름이 바뀐다. 

2. FRB는 12곳의 가장 중요한 도시에 설치된 지역 연준은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3.이 중에서도 월스트리트에 위치한 뉴욕 FRB는 가장 중요한 포스트이다. 뉴욕주식시장과 전 세계적인 규모의 투자은행과 일반 은행들이 뉴욕연준의 산하에 있기에 그렇다.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월스트리트의 'power of 갑'에 대해 미리 공부하고 갔음에도, 그곳에 갔을 때의 나는 완전히 압도당했다. 

끝없이 펼쳐진 고층 건물들, McKinsey & Company와 Goldman Sachs Gr 본사 그리고 정장 입은 사람들(미국에서 정장 입은 사람들을 정말 못 봤다.) 왜 이 곳에서 천문학적인 돈이 흐르는 지 느낄 수 있었다. 

돈을 벌고 싶다는, 금융 회사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한 번도 든 적이 없는 나였지만, 당장이라도 이 곳에 스며들어 돈을 만지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 들게 해주는 신기한 곳이었다. 




3.라스베가스 (LV)


(1) 카지노 in LV '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맡을 수 있는 담배와 대마초의 찌든 냄새로 가득한 카지노

그 곳에서 초점없이 슬롯머신 앞에 앉아 도박하는 사람들을 본 후, 밖에 나가자마자 본 건 화려한 호텔들 

거리에 있는 호텔들은 내가 본 어떤 호텔들보다 크고 화려했다. 이러한 거리를 만들기 위한 자본은 모두 카지노 도박으로 벌어들인 것으로 보였고, 마치 호텔이 악마처럼 느껴졌다. 환상적인 분수쇼를 보기 전까진.. 

분수쇼를 본 후, 라스베가스 거리의 화려함은 나를 들뜨게 만들었고, 악마가 아닌 서커스 공연 단장처럼 느껴졌다. 원숭이, 호랑이들의 서커스 쇼를 보이는 것처럼 이곳저곳에서의 불빛들은 서로 뽐내고 있었다. 

분수쇼를 본 후, 카지노에서 간단하게 슬롯게임과 룰렛게임을 했다. 초심자의 행운인가, 100달러 투자해서 60달러를 벌었다.(결론적으로 머무는 동안 80달러 잃었다.) 

난 도박하면 집 말아먹을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재미가 아닌 돈 벌고 싶어서 룰렛을 돌리고 있었기 때문)

몇 시간동안 카지노에 있으면서 사람들의 게임을 지켜봤는데 대부분 사람들은 돈을 잃고 파산을 해야만 자리에서 떴다. 도박은 돈을 잃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놀이공원 어트랙션정도로만 즐기는 게 라스베가스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인 것 같다. 


돈을 쓰는 게 당연한 도시, 라스베가스는 가장 자본주의 도시이다. 


(2)스쿠터 타고 Red rock canyon에 올라가보자 in LV

라스베가스에는 사막 한 가운데에 세워진 계획 도시이다. 사막이 무쟈게 많다는 거.

그리고 각종 캐년들이 많다. 난 red rock canyon을 스쿠터 타고 3시간동안 오르는 투어 상품을 구매했는데, 결론적으로 2023년 최고의 선택 중 하나였다. 

절벽에서 하이킹하고 있는 사람들 봤는데, 정말 움파룸파족처럼 작아보였다. 

'어차피 사람도 저렇게 작게 보이고 행복하기만 해도 모자른데, 근심 걱정은 다 날려버리자!' 외침과 함께 나만 들리는 노래를 부르면서 스쿠터로 사막을 가로질렀던 추억은 잊지 못할 것이다. 

강추 또 강추이니 꼭 하길 바란다! 


하지만 내 기준, 딱 3일의 여행 일정만 좋은 도시이자 절대 살기 싫은 도시이다. 




4. 샌디에고 


샌디에고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도시이자, 미국인들이 노후를 보내고 싶은 1위 도시이다. 

미국 어디에서 살고 싶냐고 묻는다면, 무조건 샌디에고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웃기게도 내가 갈 때마다 샌디에고의 날씨는 화창함보단 . 항상 바람이 불고 구름이 많은 날씨였다. 365일 중에 360일은 화창하다는데..샌디에고 날씨 운은 정말 없다. 

그럼에도 샌디에고는 완벽했다. 

높은 야자수 나무들과 각자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는 단독주택들의 나열, 항상 따뜻한 날씨, 적당한 햇빛, 해변가에서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들, 가족이 모두 서핑하는 모습.. 너무 좋다. 지금 이 글도 샌디에고의 라호이아 비치 앞에 돗자리 펼치고 작성하고 있는데, 정말이지 너무 평화롭고 행복하다. 

샌디에고에 머물면서 한 가지 생각이 계속 들었다. '어떻게 하면 이런 행복함을 느끼며 살 수 있을까?'  


Y Combinator 창업주인 Paul Graham의 "Cities and Ambition"처럼 도시마다 주는 메시지가 존재한다.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세상에 필요한 것들을 만들며, 코딩을 배우고 창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뉴욕에 가면, 인종의 다양성과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그 속에서 바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라스베가스에 가면, 500달러를 재미로 배팅하는 사람들처럼 펑펑 돈을 쓸 수 있는 부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샌디에고에 가면, 이 행복을 항상 느끼며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 각자의 가치가 다른 것처럼 도시가 추구하는 가치도 다르다면, 내가 추구하는 가치가 있는 곳에 사는 게 삶의 만족감을 꽤나 높여주지 않을까? 


미국에 머물면서, 수많은 인도계, 아시안계 미국인들을 봤다. 

그들처럼 나도, 내가 한국인이라 해서 한국에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엔, 몇 개의 도시를 빼고는 서울이 압도적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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