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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 Jun 30. 2024

엄마와 나: 남 얘기는 일치, 우리 얘기는 완전 불일치

엄마가 이모 이야기를 들려줬다. 서로 '내 말이~'를 반복한다 그렇지만?

오늘 엄마는 이모를 만나고 왔다.


이모의 고민은,  

갓 성인이 된 딸이 너무 걱정스럽다는 것


20살 딸에게 남자친구가 생겼을 까봐,

혹여 일탈에 빠져버릴까 봐 노심초사하는 이모였다.

한 가지 웃겼던 말은,

 '우리 ㅇㅇ이는 예뻐도 너무 예쁘잖아~

정말 길 걷다 보면 ㅇㅇ이한테서 광이 나!!'


그 말을 엄마가 나에게 해주는 동시에,

우리 둘은 빵 터졌다. ㅋㅋ


 : ㅇㅇ이는 예쁘지~~ 근데... 모든 엄마들이 다 그.        런 거 아니겠어?

        물론 ㅇㅇ이가 예쁘지만 광은... 음...ㅋㅋ

       이모 표현 너무 웃기다 ㅋㅋ


엄마 : 그러니까~! 아니 ㅋㅋ 내 새끼는 다 예쁘지 뭐!

         광이 난다는 표현을 처음 들어본다니까?

        웃겨 진짜 ㅋㅋ



이 외에도


성인이 된 딸의 엠티 소식에 화가 났던 이모의 속상함 !

남자친구가 생긴 것 같은데

말을 안 해줘서느끼는 배신감 !

통금 시간의 갈등 까지 !!


모든 주제가 이미 우리 모녀에게는 다 겪은

일들이기에 갈등 상황 자체가 짐작이 가고,

또 얼마나 싸우고 풀고를 반복할지 뻔히 보였다.

그저 우리는 얼른 갈등의 언덕을 넘기길

(이모가 해탈하길) 바라며 연신 '그래~ 이런 건

정말 놔야 돼~'만 되풀이하며 맞장구를 계속 쳤다.



이렇게 일심동체의 마음으로 대화가 끝나면 좋으련만,

불효녀인 나는 엄마에게 물었다.


나: 엄마 근데 왜 엄마는 이렇게 양보하면 된다는 걸        알면서

     왜 지금은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반대해?


엄마: 옛날에 그런 것들이랑 지금이랑 다르지!

        이건 안돼! 절대!


이런, 분위기는 반전되었고 가파르게 삭막해졌다.


이런 이야기를 꺼내지 말걸이라는 생각보다

답답함이 먼저 올라온다.

'또 이렇게 끝나..'

30초의 대화가 알려준다.

현재의 우리는 갈등의 평행선을 걷고 있다는 걸


이번 갈등도, 전에 겪었던 통금 문제,

남자친구 문제와 같이 모두 해결되겠지?  

라는 생각을 갖고 있으면 편하다.

언젠가는 내가 원하는 방향대로 할 거라고

믿으면 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왜인지,


어쩌면 이번의 갈등은 엄마의 뜻대로 따라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현재의 엄마는 과거보다 훨씬 더

감싸 안아줘야 하는 존재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픽 화를 내고 나면 미안하면서도 엄마가 안쓰럽다.
(왜 나같이 성향 정반대인 자식이 엄마한테 나왔을까!)



아무래도 이젠 내가 받은 사랑을 베풀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 생각은 곧 지나간 시간이 함께할 남은 시간을 넘어섰다는 걸 느끼게 한다.


어느새 지나온 시간이 너무 밉고, 나 자신이 밉다.  

오늘도 글을 쓰면서 후회하는 막내딸이다.

꽤 커버린 것 같지만, 조금만 더

아래에서 애처럼 엄마 아빠를 올려다보는 시기가 더 있었으면 좋겠다.





엄마와 대판 싸운 후, 엄마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과 상태 메시지를 바꿨다.

사진은 내 사진으로,

상태 메시지는 '너무 달려왔나. 쉬고 싶다'


추후 엄마에게 물으니, 나한테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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