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흥얼거리기

Say Yes To Heaven

by 네모

현대인은 노래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놓여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노래를 듣는다. 에어팟이나 버즈를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만, 헤드셋을 끼고 다니는 이들도 적지 않다. 줄이어폰을 고수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과 있을 때는 스피커로 노래를 틀어 함께 즐기기도 한다.


노래를 듣는 방식이 다양한 것처럼, 플레이리스트를 만드는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다. 기분에 따라 노래를 모으거나, 좋아하는 가수의 곡만 모은 리스트를 만들기도 하고, 활동에 따라 여러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두는 사람도 있다. 나는 마음에 드는 노래를 발견하면 우선 ‘좋아요’를 누른다. 유튜브 뮤직을 사용하고 있어서, 자동으로 ‘좋아요 표시한 노래’라는 플레이리스트가 생기고, 그날그날 기분에 맞춰 노래를 꺼내 듣는다.


어떤 날은 일어나자마자 듣고 싶었던 노래를 틀고 외출 준비를 하기도 하고, 노래를 듣는 중에 새로운 곡을 찾아 헤매는 날도 있다. 하루에도 감정이 몇 번씩 바뀌니, 그러려니 하며 노래를 바꾸고 또 바꾼다. 반면, 어떤 날은 감정이 너무 솔직해서 한 곡만 반복해서 듣기도 한다.


그런 날엔 늘 무기력한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유는 다양하다. 부모님과의 다툼, 친구들과의 불화가 원인이 되기도 하고, 취업처럼 도피하고 싶은 미래가 불쑥불쑥 떠오르면서 무기력함이 나를 덮쳐온다.


그럴 땐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그냥 잠들어버리는 게 최선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해야 할 일이 많은 날에는 그런 선택이 오히려 최악이 된다. 무기력은 옅어지기는커녕 더 짙어진다. 그래서 나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한 곡만 반복해서 듣는다. 소제목의 'Say Yes To Heaven'이라는 노래다.


잔잔한 멜로디는 마치 갈대밭을 거니는 느낌을 준다. 혼자 걷고 있지만 꼭 누군가의 손을 잡고 있는 듯한 환상을 느끼게 해준다. 타인이 아닌 또 다른 나와 함께 걷는 기분이다. 같은 가사가 반복되는 이 노래는 처음 들었을 때 큰 감흥을 주진 않았다.


그저 자주 듣는 잔잔한 곡 중 하나일 뿐이었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을 때, 그렇지만 귀가 허전할 때 듣기 좋은 노래. 그래서인지 어느 순간부터 무기력할 때 이 노래를 듣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렇게 노래를 반복해서 듣다 보면 처음엔 감도 잡지 못했던 무기력의 실마리를 풀어가게 된다. 익숙해진 가사처럼 무기력의 이유도 점차 선명해진다. 그러다 보면 그 노래는 식상해져서 나는 또 다른 노래를 찾는다.


다른 노래를 찾다 보면 어느새 기분이 조금은 바뀌어 있음을 느낀다. 분명 무기력했는데, 조금 더 신나는 노래를 찾는 걸 보면 무기력에서 벗어났음을 알 수 있다.


사람의 감정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바뀐다. 기분 나쁜 아침이지만 그날 잠들 때는 행복하게 잠들 수 있고, 행복한 일로 가득했지만 울면서 잠들 수 있다. 무기력도 한순간에 바뀔 수 있다 생각한다. 당장 새로운 걸 시도해 무기력을 없앨 수 있지만 그러기 힘들다면 나를 위한 노래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감히 제안해본다.


듣다 보면 어느새 감정을 흥얼거리는 노래를 발견할 수 있고, 꽤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럴 때는 시큰둥해하지 말고 새로운 시도를 한 자신에게 박수를 보내보자. 내가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행동을 한 것이니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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