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강우량이 적당하다고 평가되고 있다.
대체로 비는 메마른 토양을 젖셔주기 때문에
농사에는 아주 중요한 변수다.
가뭄이 지속되면
대지의 온갖 생명체는 말라 죽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에 대한 서양과 동양의 인식 차이가 있는 것 같다.
해외 여행을 하다 보면
비오는데도 우산을 쓰지 않는 남자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그들은 가끔 머리에 젖은 비를
흔들어 버리고
여전히 그냥 걷는다.
우리나라 같으면 가까운 편의점에서
비닐 우산이라도 구매해 갈 것인데
이들은 다르다.
단순히 돈이 아까워서 그럴까 라고도 생각했지만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여기에는 근원적인 어떤 이유가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의 패턴화된 양식에는
보이지 않은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원래 우산의 역사는 매우 긴 편이다.
유럽 중심으로 보면
대부분 하인들이
햇빛을 가리거나 비를 맞지 않게
옆에서 씌워주었다고 한다.
그런 신분이 되지 않는 사람들은
유럽에서는 비가 오면 마차를 이용하거나
그냥 맞았다고 한다.
그게 남자다운 행동으로 여긴 것 같다.
또한 영국이 날씨는 비가 계속 오는 것이 아니라
왔다가 개었다가를 반복해
굳이 불편하게 가지고 다니지 않았다고 한다.
잠깐 왔다가 화창한 날씨가 되니까
잠깐 오는 비 때문에
우산을 들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강수량도 많지 않아
비가 오면 잠깐 외출을 피하거나
멈추는 것을 보고 나갔다고 한다.
비교적 최근인 2017년
미국 서부 오리곤주에서
설문 조사를 했다.
미국에서 비교적 비가 자주 내리는 곳인데
1,700여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비오는 날 우산을 챙겨 가는가?’라는
질문에 ‘절대 안 가져간다’가 66%로
압도적으로 조사되었다.
이유는 매우 단순했는데
‘두 손이 자유로운 게 좋다’였다.
여행을 하면서 깨달은 것은
유럽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우리처럼 장시간 폭우가 쏟아지는 스타일은 아니다.
잠깐 왔다가 개고
해가 쨍쨍하다가 비가 쏟아지기도 한다.
그러니 귀찮게 가지고 다니지 않는 것 같다.
또 하나 심리적인 DNA에는
우산을 드는 것 자체가 여성 취향적이고
나약한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우산을 드는 것은 천한 신분의 사람이요
남자답지 못하다는 인식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산을 드는 문제도
이렇게 역사와 문화와 전통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라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