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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난 인문학 Dec 03. 2024

일본의 최고급 타운하우스는
왜 망했을까?

  숲 속에서는

쉬지 않고 일이 일어난다.

이름 모를 풀들이 자라고

계절마다 아름다운 꽃이 핀다.

꽃이 피면 자연스럽게 벌과 나비가 찾아오고

조용했던 산속이 나름 시끄러워진다.

철마다 새들이 와서 집을 짓고

새끼를 낳아 떠나기도 한다.

나무는 나무대로 씨앗을 떨어뜨려

종족 보존을 하고

산 속의 작은 동물들은 먹이 활동을 하면서

분주히 계절을 대비한다.

풍성한 봄과 여름이 지나가면

그들은 벌써 추운 겨울을 대비에

먹이 활동을 왕성하게 한다.

그런가 하면

야생의 풀들은 저마다의 생의 주기대로

사시사철 푸르게 푸르게 살아간다.

자연은 그렇게 서로 도우며 견제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가만히 놔두면 드라마틱한 일들이

수없이 많이 벌어진다.

인간의 간섭이 있는 순간

왜곡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자연은 자연 상태로 있을 때 아름다운 것이다.

누가 심고 가꾸지 않았는데도

채송화는 마당에 봄이 되면 싹이 올라오고

여름이면 꽃을 피운다.

어느 누구도 심지도 가꾸지도 않았다.

씨앗이 어딘가에서 날아와

터를 잡고 살아 가는 것이다.

한 두 포기였던 채송화는

다음 해에는 제법 식구를 늘리기도 한다.

5살 위인 누나는 방학이 되면 친구들과 함께

마치 참새들처럼 재잘거리듯 떠들며

손톱에 물을 들이곤 했다.

일주일 후 정도 서로 손톱에 물들인 것을

보면서 누가누가 잘 했나 뽐내기도 했다.

자연은 이렇게 우리에게 많은 서사를 민들어 주는 것이다.

다만 인간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순간

생태계는 파괴되는 것이다.

숲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모두 그들이 필요해서

일어나는 일들이다.

인간이 좋은 방법으로 하면

그들에게는 불편한 것이 되고 마는 것이다.

산 중턱에 보기 흉하게 지어 놓은 타운하우스들은

살기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환경 파괴의 주범이라고 생각한다.

한 때 나도 나이가 더 들면

타운하우스에 살겠다고 마음먹고

서울 주변을 돌아보기도 했다.

보기에는 너무 예쁘고

그림 같은 집이었지만

조금 황망해 보였다.

무엇보다 건강에 위급한 상황이 벌어졌을 때

해결할 방법이 요원했다.

또한 환경이라는 것을 생각하고

이런저런 자료들을 보면서

환경을 파괴하면서 지은 산속의 집에서는

살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다.

일본의 사례인데

일본이 한창 잘 나가던

80년대 후반에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시골 마을에

최고급 타운하우스를 짓고 분양을 했다.

처음엔 반응이 뜨거웠는데

점점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인기가 시들해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요인은 주변에 노인들만 있으니

죽음에 대한 생각이 엄습해 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아침 저녁으로 보던 사람이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다음 차례는 누가 될까 하고 걱정하는 분위기로 우울해지기 시작했다.

결국 이 고급 타운하우스는

사는 사람이 없는 빈집이 되고 말았다.

그걸 벤치마킹한 주택 공급 업체가 도쿄의 번화가에

노인들을 위한 타운하우스를 분양했는데

초대박이 났다.

들어가 사는 분들이 증언하길

시내에 젊은이들의 노는 모습을 보니까

젊은 시절에 대한 생각이 나고

더 건강한 몸을 만들어서

나도 저렇게 재미있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만들어 주었다는 것이다.

건강에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바로 병원에 가 체크도 할 수 있고

먹고 싶은 음식이 있으면 바로 찾아가서

먹을 수도 있고 해서 대만족이었다고 한다.

그냥 머리로 생각하는 것과

실상황은 이렇게 다를 수 있는 것이다.

또한 나이 들면 자연 친화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하지만

상대적으로 찾아오는 외로움에 대한

극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자연 현상으로 보면

사람도 나이가 들면 자연 친화적이 되어야 하는데

실제 삶은 여러가지 변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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