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선생은 ‘처음처럼’이란 말을 좋아한다고 한다.
술이 아니다.
우리가 마시는 그 소주 이름이 아니다
연극 시작하기 전
모든 출연진이 모여 구호를 외치는데
이것도 ‘언제나 처음처럼’이다.
‘처음처럼’은 언제나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 아닐까?
처음 연극하는 그 마음으로
첫 공연 올리는 그 설렘으로
그렇게 하자는 제안 같고
부탁 같다.
노 배우님의 마음이 너무 아름답다.
지난 달 연극 관람을 하는데
이순재, 박근형, 신구선생께서 관람하고 있었다.
아마도 후배들 연기를 모니터링 하시는 것 같았다.
그 연세에도 활기차게 연극을 하고
드라마를 하는 것을 보면
대단한 의지라고 할 수 있겠다.
서로 아끼는 마음도 연기판에서는
이미 알려진 이야기다.
한살이라도 어린 후배가
선배를 모시는 반면
선배는 후배들에게 누가 되지 않게
행동하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모두 그 분야에서는 일가를 이룬 분들인데
모두 대접받고 내가 최고다라는
자부심이 있을진데
그 분들은 만나면 아직도 연기 이야기를 하고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존중한다고 한다.
저렇게 아름답게 늙어간다는 것이
세상 사람들에게도 귀감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모두 제 잇속 챙기기에 바쁜데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챙기는 게 아름답지 않은가?
사람을 나이를 들어보면 알 수 있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외로워진다고 한다.
만나는 사람들의 숫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또 만나는 사람들의 숫자도 문제지만
관심사도 줄어들어 대화의 폭이 좁아진다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건강하려면
4,5개의 소모임을 가지라고 권한다.
하버드대학에 발표한 내용도 마찬가지다.
건강한 사람들을 분석해 보니
돈 버는 모임이 아닌 취미를 공유하는
모임이 4,5개 있는 사람들이 외롭지 않고
건강하게 생활한다고 한다.
노년의 가장 큰 괴로움 중에 하나가 외로움이라고 한다.
그러니 모임이 몇 개 있으면
외로울 틈이 없을 것 같다.
나는 골프 모임이 5개 정도 있고
매주 월요일 옛 직장 동료 7명이 모여 고스톱을 치는 모임이 있고
그림 그리는 모임과 악기 모임이 있다.
또 고1 때 같은 반 했던 친구
10명이 부부 동반으로 2달에 한번씩 만나 저녁을 같이 하고
1년에 한 두 번 여행을 간다.
성격이 완전히 달라서
모일 때마다 다른 화제를 가지고
대화를 하니까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아마도 신구선생이 늘 외치는 ‘처음처럼’이라는
마음만 있으면 깨질 일이 없을 것이다.
처음에 만난 그 마음으로
서로 아끼고 존중하면 모임은 지속될 수 있다고 본다.
조금 안타까운 일은
와인 모임도 있는데
최근 와인 모임을 주도했던 선생님이 돌아가셨다.
와인을 그 선생님한테 현대백화점에서
배우고 시음을 계속했다.
처음엔 많은 동호인이 있었지만
하나둘씩 안 나오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10명 내외는 그래도 자주 만나는 편이었다.
그런데 노환으로 돌아가시는 바람에
선장을 잃고 방황하고 있다.
아마도 선생임 안 계시고
첫모임을 해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
지속 가능한지 아니면
아쉽지만 여기서 해체해야 할 지…
‘처음처럼’ 늘 그렇게 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일단 나이가 문제고
다음은 내부자들의 마음이 문제다.
지속 가능하려면
이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