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반

by 고작가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들이 매일 하는 행복한 고민이 있다면 오늘 먹을 점심메뉴를 고르는 일이 아닐까 싶다. 육지에서 식당업을 할 때는 별 고민 없이 있는 반찬에 국을 끓여 점심을 해결했지만, 매일 현장에서 일을 하다 보니 점심식사의 중요함이 몸으로 느껴졌다.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도 있듯이, 가장 자주 먹는 음식은 한식이다. 그중에서도 ‘백반’.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점심메뉴로 백반을 먹는 경우가 많다. 육지에서 백반이라 부르는 집밥 스타일의 한식메뉴를 제주도에선 흔히 ‘정식’이라 부른다.

보통 밥과 국, 5~6가지의 밑반찬, 돼지고기 볶음과 생선구이나 조림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가격은 8,000 ~ 12,000원 사이가 많고 점심에만 파는 메뉴이다. 마을마다 한 두 집 이상은 꼭 있는 정식집은 관광객보다는 주로 도민들이 이용하기 때문에 점심시간이 좀 빠르게 시작한다. 오전 11시부터 손님들이 들기 시작해서 1시면 거의 점심장사가 파장 분위기인 곳이 대부분이다. 오늘 소개할 맛집은 세 곳이다.

첫 집은 위미리에 위치한 ‘팔도강산’이다. 메뉴는 오직 정식뿐이다. 때문에 테이블에 앉으면 바로 음식이 세팅된다. 국과 밥. 밑반찬 5~6가지, 쌈채, 돼지고기 볶음에 생선구이가 나오고, 특이하게 양념치킨도 함께 나온다. (최근 들어 안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가격은 1인당 만원이다. 음식이 푸짐하고 맛도 꽤 괜찮다. 점심시간에는 항상 만석이라 조금 늦은 시간에 방문하는 것이 좋을 수 있다. 쌈으로 나오는 야채에 삶은 양배추가 함께 나오는데, 독특한 쌈장을 넣고 밥과 함께 싸서 먹으면 맛이 좋다. 이곳 쌈장은 가자미 식해처럼 삭힌 듯한 신맛이 나는데 고기볶음과 함께 먹어도 어울리는 맛이다. 생선구이도 주로 옥돔 세끼 말린 것을 튀겨 뼈째 먹을 수 있어서 밥반찬으로도 아주 좋다. 백반을 좋아하거나 푸짐한 양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만족할 식당이다.

두 번째 집은 상효에 위치한 ‘우리 한 식당’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자주 가는 곳이다.

조금은 한적한 상효에 있지만, 점심시간에는 언제나 만석인 도민 맛집이다. 2년 사이에 가격이 올라 1인당 12,000원이지만 맛있으니까 서운하지 않다. 이곳은 국대신 청국장이 나오는데, 이 청국장을 먹으러 오는 손님들도 꽤 많을 정도로 맛이 좋다. 청국장만 따로 포장해서 팔기 때문에 한 번씩 청국장을 사가곤 한다.

5~6 가지의 밑반찬과 돼지고기 볶음, 계란말이, 생선까스, 청국장이 나온다. 내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는 모든 메인 반찬을 주문 즉시 조리해 주기 때문이다. 고기볶음도 뜨겁게 나오고, 계란말이 역시 엄마가 해 주시는 것보다 더 맛있다. 청국장은 어머니들도 인정하는 맛이니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듯하다. 모든 반찬이 고루 맛있으니 공깃밥 한 그릇이 모자란다. 둘이 가면 세공기, 셋이 가면 다섯 공기는 먹게 되는 과식유발 맛집이다. 그래서일까, 우리 한 식당에선 추가 공깃밥이 무료로 제공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재료가 소진되면 1시에도 문을 닫는 경우가 간혹 있으니, 늦은 점심에 방문하는 건 피하는 것이 좋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집은 혼밥을 하거나 아침에 백반을 먹고 싶을 때 방문할 수 있는 곳이다. 신시가지에 위치한 ‘양혜란 식당’이다. 아침정식이 메뉴에 있어서 혼자 아침에 가더라도 따뜻한 집밥을 맛볼 수 있다.

점심에 나오는 정식에는 5~6가지 반찬에 밥과 국, 돼지고기 볶음과 생선구이가 나온다. 딱새우 정식과 문어장 정식도 주문할 수 있다. 두 메뉴인 경우 구운 맨김이 함께 나오는데, 따끈한 밥에 간장소스를 얹어 김에 싸서 먹으면 맛있는 밥도둑이 된다. 밑반찬과 쌈채소가 셀프로 리필되어서 편하게 추가로 먹을 수 있다. 양혜란 식당엔 샛돔구이를 추가로 먹을 수 있는데, 셋돔은 나 역시 제주에 와서 처음 맛본 생선이다. 흔히 참돔세끼라고도 하는 샛돔은 가격이 저렴하면서 맛이 좋아 도민들이 즐겨 먹는 생선이므로, 육지 분들이라면 샛돔구이를 추가해 보는 걸 추천하고 싶다.


세 집 모두 관광객들 보다는 도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므로 특별한 맛이나 화려한 데코레이션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른 아침부터 귤밭에 나가 육체노동을 하는 대다수의 서귀포 사람들이 자주 찾는 맛집임을 기억해 주시길 바라보는 마음이다.

맛있게 먹은 점심 한 끼는 힘든 오전일을 마친 나에게 주는 선물이자, 남은 오후일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고마운 원동력임을 알았기에, 언제나 감사한 마음으로 점심식사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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