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둠 생선구이

by 고작가

식당을 정리하고 가정집의 주방에서만 음식을 해야 하는 일이 한 번씩 아쉬울 때가 있다. 예를 들면, 김치를 담그거나 명절음식을 준비할 때처럼 많은 양의 재료를 준비하고 조리할 때 식당 주방의 큰 조리대와 개수대, 여러 개의 화력 좋은 화구들과 크고 종류별로 갖춰진 조리구와 그릇들이면 힘들이지 않고 뚝딱 할 수 있는 일들을 좁은 공간에서 스트레스받아가며 소꿉장난 하듯 음식을 조리할 때면 옛 주방이 그립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처럼 배추가 비싸면 김장은 안 하는 게 나을듯하고 일 년에 두 번 하던 명절음식도 점차 그 가짓수를 줄이고 있는터라 식당을 다시 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정작 아쉬운 건 생선구이를 마음대로 할 수 없을 때다.

섬에서 살다 보면 너무도 싱싱한 생선들을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살 수 있고, 주위에서 냉동시키기 귀찮다고 주는 싱싱한 생선들도 차고 넘친다. 생선조림도 너무 자주 먹을 수 없고, 사실 물 좋은 생선은 소금만 뿌려서 구워 먹는 게 가장 맛있다.

식당을 할 때는 야끼바(생선을 굽는 조리기구)가 있어서 어떤 생선이든 손질해서 소금만 적당히 뿌려 올려놓기만 하면 환상적인 생선구이가 나오곤 했는데, 집에서 생선을 굽는 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냄새와 연기, 기름 때문에 아파트 주방에선 생선을 굽는 게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일까, 제주의 전통 가옥에는 물부엌이라는 게 있다. 마당에서 집안으로 들어가기 전 마당과 연결된 간이 부엌이다. 생선을 손질하거나 조리할 때, 밭일을 하고 더러워진 옷가지를 정리하거나 간단히 씻을 때 집안에 들어가지 않고 쓰는 야외 다용도실인 셈이다.

그래서 오늘 소개할 맛집은 생선구이 집이다. 두 집 모두 생선을 여러 종류 구워준다. 첫 집은 서귀포 신시가지에 있는 “뜰채”이다. 점심시간에 손님이 많다는 점 말고는 딱히 아쉬운 점이 없는 집이다. 일반정식은 1,1000원 생선구이는 15,000원. 정식을 주문해도 생선구이가 나오긴 하지만 4,000원을 더 투자해서 호사로운 밥상을 받아보고 싶다면 모둠생선구이를 드시면 된다.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갈치, 고등어, 조기, 삼치는 기본적으로 나오고 철에 맞춰 장대나 가자미, 볼락도 나오기도 한다. 워낙 많은 양의 생선을 구워야 하기 때문에 직접 본 것은 아니지만, 생선별로 소금을 직접 뿌리는 게 아니라 염지를 하는듯했다. 구이를 먹어보면 겉에만 짠맛이 나는 게 아니고 속살까지 균일하게 소금기가 배어있어서 많이 먹어도 물리지 않는 편이다. 함께 나오는 찌개나 국도 냄비에 따로 끓여 나와서 따뜻하게 먹을 수 있다. 밑반찬도 먹을만하고 워낙 회전율이 좋은 식당이다 보니 모든 재료가 신선하다. 점심시간 이후에 브레이크 타임이 따로 없기 때문에 늦은 점심이나 이른 저녁으로 방문해도 좋은 곳이다. 주택가 골목에 위치해 있어서 처음 가는 분들은 내비를 잘 따라가야 찾을 수 있다.

두 번째 소개할 집은 모슬포에 있는 “할망 밥상” 집이다. 뜰채가 도민 맛집이라면 할머니밥상은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모슬포항 근처에 있기도 하지만 흑돼지와 생선구이를 함께 팔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은 것도 장점이다. 야끼바에 생선을 구워내는 것이 아니고, 팬에 기름을 두르고 튀겨내듯 구워주는 방식이라 느끼할 수도 있지만 바삭한 식감의 생선구이를 좋아한다면 가볼 만하다. 함께 나오는 밑반찬도 깔끔하고 제철 생선을 맛볼 수 있다.


두 집 모두 아쉽게도 냉동생선을 해동해서 구워주기 때문에 생물생선을 먹을 때의 식감과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간고등어 한 마리를 구워서도 온 가족이 맛있게 먹던 시절을 생각해 보자. 생선구이를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는 점에 집중하자. 두 집 모두 양이 많을 수 있다. 억지로 먹기보다는 손대지 않은 생선은 쿠킹호일에 포장해 집에 가서 데워 먹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 갓 구운 생선에 함께 마시는 제주 막걸리가 입안의 비린 맛을 지워주는 건 섬사람들만의 팁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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