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번 YTN, 24번 YTN2, 16번 MBN 모두 TV 뉴스프로 채널이다.
언제부턴가 점심장사가 끝나고 나면, 항상 틀어 놓는 TV 채널.
어릴 적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가 있는 날이면 밤새 개표방송을 틀어놓고, 맥주를 드시던 아버지의 모습처럼 나는 매일 나오는 확진자 상황과 코로나 동향을 살피기 위해 뉴스를 틀어 놓는다.
뉴스를 보다 보면 코로나라는 단어 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말이 자영업자다.
코로나가 발생하고 1년이 지난 지금. 온 국민이 자영업자들을 걱정해 주고 있는 것 같다.
가게에서 가까운 종로나 명동을 지나다 보면, 영업을 하지 않는 빈 점포와 영업을 하고 있는 가게의 비율이 비슷해 보인다.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나로서는 미래의 내 모습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깨끗하게 비워져 있는 쇼윈도 안의 빈 가게는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누군가의 삶의 터전이었을 텐데...
영업을 접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견디고, 힘든 고민을 했을까?
오랜만에 운동화를 사기 위해 나간 명동에서 수많은 비어있는 가게를 보며, 무거워진 마음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미래의 두려움이었을까. 운동화를 사지 못하고, 내 마음같이 너덜너덜 해진 신던 운동화를 끌고 가게로 돌아온 적이 있었다.
20여 년 전, IMF 가 터지고 온 국민이 힘들어할 때, 박세리 선수가 LPGA에서 양말을 벗고 연못에 들어가 공을 올리고 우승을 하던 순간.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LA유니폼을 입고 역투를 하던 순간.
금융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하겠다고, 어린아이부터 노인 분들까지 금붙이를 들고 나오던 모습들은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 주었다.
하지만 2020년 뉴스만 틀면 나오는 자영업자들의 폐업 소식은 얼마 남지 않은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치 시한부 인생을 사는 것 같다.
자영업자들 뿐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가 힘들다 보니 주위의 직장을 다니는 지인들도 명퇴를 생각하거나, 퇴직 후 걱정을 많이들 한다.
그들은 회사를 나올 때 퇴직금이라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들의 폐업은 빚더미에 앉게 되는 것이기에 폐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와도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본다.
사실상 영업을 할 수 있는 식당업 외에 집합 금지 명령을 받은 실내 체육시설이나 노래방, 호프집 사장님 들은 폐업 상태로 몇 달째 버티고 있다.
수입이 없으면 내가 안 쓰면 된다는 단순한 상황이 아니다.
임대료, 공과금, 4대 보험료, 세금은 영업을 하지 않아도 지출을 해야 하기에 수입이 없어도 빚을 내서라도 가게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나에게 가게를 접는다는 건, 빚더미에 앉는 것 외에 부모님 때부터 해온 가업을 포기한다는 또 다른 아픔이 있다.
장인정신을 가지고 장사를 해온 건 아니지만, 20년 이란 긴 세월 동안 찾아주신 단골손님 들과 부모님의 장사 노하우까지 놓치고 쉽지 않다.
그러한 이유로 나 역시 소중한 내 삶의 터전을 끝까지 포기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