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다와 요리사의 어디쯤

by 고작가

식당을 운영하며 살아온 15년. 서귀포 노가다로 생활한 지 4달.

제주에서 사는 것도 낯설고 처음 해보는 현장일이 힘들고 생소하지만, 즐겁게 지내려 애쓰며 살고 있다.

아직은 드릴이나 망치보다 사시미 칼과 프라이팬이 편하지만, 매일 아침 출근길 묵직한 작업화의 끈을 조이며 마음도 함께 조여 본다.

식당을 할 땐 매일 겪는 점심장사를 위해 모든 신경을 곤두세웠다. 바쁜 점심장사 주방엔 뜨거운 기름과 물, 불과 칼이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과 항상 공존한다.

매일 만드는 메뉴이지만, 작은 실수로도 오랜 단골손님을 등 돌리게 하는 것이 음식장사다.

모든 직업이 그렇듯 돈을 받고 음식을 파는 일은 아픈 사람에게 약을 파는 일처럼 신경 쓸 일이 참 많다.

그렇게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참 많은 음식을 팔면서 돈을 버는 것보다 뿌듯할 때는, 우리 음식을 맛있게 남기지 않고 드시고 가시며, 맛있게 잘 먹었다는 손님들의 진심이 담긴 말 한마디였다.

음식장사 꾼은 본인이 만든 음식이 깨끗이 다 비워져 빈 접시로 들어와야 행복하다.

반대로 노가다 꾼의 일은 집을 짓는 일이다.

본인이 작업한 결과물이 바로 눈앞에 보이고, 그 결과물이 허물어지지 않고 오래도록 원형의 모습을 유지해야 완성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비가 새는 지붕을 고쳐주고, 낡은 내. 외벽의 색을 새로 입혀주며, 오랜 시간 꿈꿔온 집으로 리모델링해주는 지금 나의 직업 또한 만족한 결과물이 나왔을 때 고객들은 진심으로 고마워한다.

음식을 파는 일도, 집을 고쳐 주는 일도 모두 사람들의 삶의 가장 기본적인 것이어서 그런지 일반 재화를 사는 것 과는 다른 느낌의 감사함이 마음으로 느껴진다.

자신의 노력으로 만든 결과물이 하나는 깨끗이 비워져야, 하나는 굳건히 유지해야 좋은 확연히 다른 두 직업의 차이가 아직은 낯설다.

비록 이제 시작하는 어설픈 노가다 꾼이지만, 내가 고친 집이 긴 시간 어떤 이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튼튼한 집이 되기를 바라며, 뜨거운 불 앞에서 음식을 만들던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일하고, 기술을 익힌다.

너무도 다른 두 일이지만,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집과 음식을 제공한다는 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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