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보다가

by 레이크스트림



눈을 감으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그날은 월요일, 그것도 회사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던 날이었다. 퇴근하자마자 가방을 집어던지고 밖으로 뛰쳐나왔다. 끓어오르는 답답함을 삭이려고 뛰고 또 뛰었다. 아파트 단지와 숲속마을을 지나 호수공원으로 접어들 즈음, 서쪽 하늘에 무언가가 있음을 알아차렸다.

힘들 때만 나타난다는 달. 그것도 엄마 눈썹을 닮은 초승달이다. 그제야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시냇물 흐르는 소리와 돌다리 사이에 살포시 발을 담근 왜가리의 우아한 자태도 조금 전까지는 인지하지 못했던 것들이다. 아, 내가 아무리 용을 써도 세상은 그대로구나. 혼자 안달 나서 씩씩거릴 필요는 없잖아. 달은 그렇게, 사나웠던 나의 감정을 단번에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뜀박질. 얼굴엔 비 오듯 땀이 흐르고, 심장은 두근거림을 넘어 마치 비트박스를 하듯 요동친다. 하나둘, 하나둘. 박자에 맞춰 마음으로 외친다.

지금, 여기, 내가, 뛴다.
지금, 여기, 내가, 있다.

다시 한번.

지금, 여기, 내가, 뛴다.
지금, 여기, 내가, 있다.

반환점에서 만난 달은 태양을 배웅하며 한층 더 밝아졌다. 남색주홍 하늘에 살포시 박힌 손톱자국. 스마트폰 카메라를 들고 자연이 만들어 낸 예술 작품을 사진에 담는다. 동시에 지금의 마음을 잊지 말기로 한다. 이 사진을 볼 때마다 나는, 자연과 지구와 우주의 일부가 된다.

걱정할 것은 없다.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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