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일기
노을 속으로
하루 해가 지면.
세상은 비로소 윤곽을 드러낸다
저무는 노을빛 속으로
바둥거렸던 하루 일과는
어둠 속으로 스며든다
세상은 단순하다고
온종일 하루를 노닐던 구름도
노을 속으로 스며든다
멍한 게 아니고 맹해지는 요즘이다
먹고 자고 먹고 자고ㅡ삼신할머니가 돌보는 아기도 아니고 ㅡ
나이 들면 아기가 된다는 말은 나는 안 믿는다
나이가 들어보니 그렇더라 차라리 능구렁이가 맞지 하는 게 지금 내 생각이다 고로 지금 나의 이 맹함은 게으름이다
우아함을 보여주는 백조를 굳이 물밑의 발놀림을 들추며 삶의 고단함을 일깨우는 비유가 아니더라도
살아있음은 그냥 사는 것인데 힘써 의미를 부여하려 드는 것 같다
백조도 발길질의 수고로움을 하는데 이 게으름이 무슨 말인가
그냥 사는 것인데ㅡ 배운 대로 못살면 생긴 대로 살아야지라고 영화 자산어보에서 창대가 그랬었지
그냥 나대로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