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를 통해 피포페인팅을 알았다.
명화나 풍경사진들을 보고 있으면 정지된 화면너머 무한한 상상의 세계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은 너무나 행복하다. 잘 그리지 않아도 스케치만으로도 표현해 보고 싶은 마음에 유튜브로 스케치하는 걸 보고 혼자 배우던 중이었다. 그즈음 나는 사물을 보면 구도와 각도를 잡고 머릿속으로 스케치를 하곤 했다. 손이 근질거리고 마음이 조급해지곤 했다. 잘 그리고 싶어서...
ㅡ유튜버 티노씨에서 따라그린 스케치ㅡ
일월오봉도는 브런치작가이신 몬스테라님이 올린 글에서 취미로 그리신다는 민화이야기에서 알았다. 물론 사극드라마등에서 눈에 익은 그림이지만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려진 화폭에 번호대로 색을 입히면 드러나는 색채의 세상 ㅡ돋보기안경을 쓰고도 돋보기로 확대해야 하는 눈의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하지만 한번 시작하면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집중하는 희열이 있었다.
내가 직접 스케치하고 색을 입히면 좋겠지만 시키는 대로 따라 하는 건 흉내는 내겠는데 혼자 하는 건 아직 능력이 안된다.
유랑선생님의 민화 이야기 마지막 회가 일월오봉도였다.
반갑고 신기했다. 왜 신기한지는 모르겠지만 어쩜 작가님이 내 맘을 알고 있기라도 한 듯한 착각 같은 기분이었다. _내 자리가 초라해 보일 때라는 주제글에서 일거다.
초라하다 못해 비참하고 비굴한 기분까지 총집합체인 지금의 나. 그래도 살고 있다는 게 신기한 게 아니고 어이없는 지금 이 순간.
본업을 가지고도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스스로 찾아 열정을 다하는 많은 분들을 보며 그들의 시간은 24시간이 아닌 거 같다는 바보 아닌 바보 같은 생각을 종종 한다. 나의 게으름과 나태함은 뒤로 숨겨둔 채로
내가 칠한 일월오봉도 삽병은 거실 한편에 놓여있다. 나는 일월오봉도를 볼 때면 그림 속 물줄기가 쏟아져 내리는 상상을 한다. 때로 물줄기 소리의 환청도 들린다. 그때 나는 그림 속으로 들어간다. 참 편하다.
내 삶의 주인이 내가 아닌 삶을 살아온 것도 나의 선택이고 그게 나의 쓸모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충실히 살았다. 이제 오로지 나의 의지로 내가 주인인 나의 삶을 살아봐야지 얼마나 남았으려나 모르지만.
하고 싶은 거 하나씩 치열하게, 오로지 나를 위해.
든든한 일월오봉도를 뒷배경으로
ㅡ내가 색을 입힌 일월오봉도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