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자가 숨을 멈추었다
왜인지 모르게 찾아온 죽음 앞에
여자는 잠시의 휴식을 얻었다.
내 아들이 우네
내 딸이 우네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아, 울지 마,
이제 우리 얼굴 붉히지 않고 너희들과 즐거운 날만 있을 텐데 행복하기만 할 건데,,
나는 잠시 머리가 아팠을 뿐이야
길게도 아니고 짧게 잠깐 잠깐동안, 그래서
딸아 너의 손잡고 행복한 나들이 하려고 진통제 처방받으러 병원에 잠시 들른 거였어
나는 아직 젊고 건강했으니 너무 멀쩡했으니 위급환자들 검사할 동안 잠시 링거 맞으며 쉬면 된다고 그랬었어 진짜 그랬었고.
요 근래에 찌르듯 아픈 두통에 그렇게 처방받고 엄마는 괜찮았어 그날 아침에도 딸아 너의 신나는 대학생활을 위해서 우린 즐거운 쇼핑을 계획했었지 머리가 또 아파 병원에 잠시 들렀다 가자했던 거였는데.
딸아 엄마가 그만 잠이 깊어져 너를 당황하게 했구나
행복으로 넘쳐도 모자랄 날들인데 딸아 엄마가 너를 당황하게 하고 힘들게 하고 울게 하였구나
엄마도 몰랐어 이렇게 쉽게 깊이 잠들 줄은..
너희들을 만지고 사랑한다고 말하려고 너희들의 눈물을 닦아주려고 해 보았지만 엄마는 너무 깊은 잠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었어 그곳은 너무나 광활하고
너무나 경이로워서 엄마도 스스로 제어할 수가 없었어 아빠가 오고 오빠가 오고 그렇게 우리 식구가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것도 엄마는 좋았어 비록 엄마는 눈을 감고 누워 있었지만 엄마는 볼 수 있었어.
우리 네 식구가 한자리 함께 있으니 엄마는 행복했단다
아빠도 전공은 달라도 의사이시잖아 엄마의 모든 일은 너희들이 힘들지 않게 잘 이끌어 해결해 주시니 엄마는 걱정이 없단다
남편은 내 몸을 깨우려 흔드는데
좀 더 흔들어 봐요 나! 좀 깨워 줘요 콧속으로 바람만 넣지 말고 나를 한번 안아줘요 내 몸이 불어서 뚱뚱해지기 전에 사랑한다고 한 번만 속삭여줘요
나는 언제나 당신의 사랑이 그리웠어요
나의 머릿속과 마음속에는 당신과 우리들의 아들과 딸뿐이었어요. 당신이 늘 바쁘게 일하여 함께 하는 시간들이 없어도 나는 혼자 있어도 혼자인적이 없었어
당신을 위해서도 아이들이 잘 되어야 하고 그래서 날카롭게 굴었지만 이제 우리들의 아이들은 잘 되었죠
우린 행복하면 되는 거였어요
사랑하는 나의 아들아, 딸아
엄마랑 준비한 그 모든 것들 이제 즐기렴, 행복하렴
나도 몰랐어 이런 작별을 할 줄은
한 번쯤 느끼고픈 혼자만의 여유를 이렇게 고립되어 내팽개쳐진 것 같음을
그래도 여보, 당신이 있어 든든하네요
이제 당신 차례예요. 우리의 아이들 부탁해요
여자는 콧속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거부한다
ㅡ그만해 맛없어....
한 여자가 숨을 거두어들였다.
남자는 어이가 없다. 멀쩡히 두 발로 걸어 들어가서 식물인간으로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아내가 믿기지가 않는다. 그날 아침도 대학교 입학할 딸과 함께 쇼핑을 계획하며 아내가 더 들떠 있는걸 남자는 무심코 적당히 쓰고 다녀라고 한마디 하고 출근을 했었다.
딸이 대학만 들어가면 신경 안 쓰고 자유로울 거라며 말하던 아내는 아이들의 교육에 극성이었지만 그건 남자도 그럴 수밖에 없다고 인정하면서 방관하는 입장을 취하면서 때로 엄마에게 들볶이는 아이들을 위로해 주는 자상한 아버지 역할이었다.
집안의 모든 것을 스스로 다 해결해야만 하는 아내의 성격은 가끔씩 날카롭게 곧두서서 남자는 아이들의 교육 또한 아내에게 다 맡기고 있었고 이제 딸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게 되니 아내가 더 홀가분해하며 들떠있던 중이었다
몇 번 머리 아프다고 성질부리는 걸 본 적이 있었던 거 같다 그뿐이다 퇴근하고 오면 멀쩡했었다
고약한 성질머리 때문이라고 외면해 버린 날 아내의 시한폭탄은 시작되고 있었다니
남자의 전공이 정형외과나 신경과였으면 막을 수 있었을까 그 성질머리를 이길 수 있었을까
아니 좀 더 다정한 남편이었으면 그랬으면 달랐을까
남자는 무엇이 먼저인지 그저 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