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수신자 미상

by DIA

안녕하세요.


잘 지내세요?

별건 아니고, 생각나서 편지 써요.


나를 잘 속이고, 잘 믿고, 잘 살아보자는 마음으로 여태 살았는데, 모든 말에 '잘'이 붙는 걸 보니 참 나답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요즘이에요. 혼자서 모든 걸 잘 해내려고 했던 제가, 사실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제대로 해내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걸 이제야 인정하게 돼요.


지금껏 뭘 잘하려고 했는지, 또 뭘 혼자서 하려고 했는지 모르겠어요. 그저 잘 살아가다 보면 모든 게 메워질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자주 울었어요. 한참을 울다가 나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고는 펜을 쥐었어요. 어떤 말은 뱉어내지 못하면 돌이 돼서 숨구멍을 막아버리더라고요. 난 이렇게 낮고, 이렇게 유약한 사람이에요.


나를 속이며 살아왔으니, 당신을 속이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오늘은 진실을 고백하고 싶어요. 솔직히 말하면, 나 한순간도 괜찮지 않았어요.


그리고 미안하지만, 당신도 괜찮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정말, 정말 괜찮지 않아서 나를 꼭 찾아와 줬으면 좋겠어요. 그럼 나는 먼저 당신의 아픈 곳을 치료하려고 노력할 거예요. 내 곁에서 당신이 나을 때까지 지켜볼 거예요.


그러고 나면 당신은 아마 나에게 무언가를 쥐어주려 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에요. 혼자가 아니라 둘이 되는 것. 잘 사는 게 아니라, 못 살더라도 그런대로 함께 살아가는 것. 그것뿐이에요.


그럼 나는 알아서 자라날 거예요. 무럭무럭. 쑥쑥. 언제 이렇게 컸나, 기특할 정도로 그렇게 자라날 거예요.


그러니까, 곁에만 있어줘요.


말이 길어졌네요. 오늘이 지나면 하지 못할 고백이기에, 술기운을 빌려서 편지를 썼어요. 이 편지를 정말 부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그런 용기가 있다면 좋겠어요.


추신,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사랑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상관없이 있는 그대로를 바라봐주는 거래요. 그냥 그렇다고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