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알게 된 후의 상담.

4. 대학에서의 마지막 심리상담.

by 보너

마지막 상담은 복학을 하고 난 뒤, 바쁘게 졸업전시를 하고 그 이후 막학기에 이어졌다.

지금은 그리 강렬하게 생각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나는 이 시기를 무난하게 잘 지낸 것 같다. 나는 총 4번의 상담을 했고, 한 번에 10회기 정도의 상담을 평균적으로 진행하였다.


처음 상담을 시작할 때만 해도, 상담의 기억과 내가 힘들어했던 기억이 평생 흐려지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나는 마음 때문에 힘들어한다기보다는, 회사에 다니면서 상사욕을 하고 또 그만두고 이직을 위해 공부를 하는 등. 평범하게 짜증 내면서 잘 살고 있다.


복학하고 난 뒤, 불안감은 조금 남아 있었지만,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물론 그곳에서도 남의 험담을 잘하는 친구를 볼 수 있었지만, 나는 이제 더 이상 그들이 유독 나에 대한 악감정을 가지고 욕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그런 것들을 좋아하고, 상황이 온다면 아무에게나 험담을 할 수 있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다.


상처를 아예 받지 않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오히려 그들이 한심하게 여겨지면서 그들이 내뱉는 말은 나에게 별로 타격이 없었다.


그 뒤에는 학업에 집중하느라 바빴다. 가끔씩 불안이 올라올 때면, 명상을 하거나 친구와 수다를 떨었다.

나는 그 당시에 전화영어를 했었다. 영어선생님이 아주 칭찬쟁이에 긍정적인 사람이고 나의 영어실력을 위해서라면 수다를 많이 떠는 것이 좋다고 해서 매일 수다를 떨었던 기억이 있다.


누가 몸이 힘들면 잡생각이 사라진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내가 집중할 거리가 눈앞에 있어서 나는 잡생각이 덜 났던 것 같다.


졸업전시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다. 교수님과의 마찰이 있었지만, 알게 뭔가. 내 작품인데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는 예전에는 교수가 무서워서 쳐다도 못 보고, 그들에게 받을 수 있는 <인정>에 메말라 있었는데, 졸업전시를 할 당시에는 인정이고 나발이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나의 변화를 가장 크게 알려주었다.




모든 것이 끝나고, 나는 본가에 가서 지냈다. 4학년 2학기가 남아 있기는 했으나, 그냥 집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2학기는 학교를 일주일에 2번만 갈 수 있게 시간표를 짜 놓고, 왕복 6시간이 걸리는 곳을 통학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학교에 가기 싫었구나 생각이 든다. 세상에.


나중에 쓸 기회가 생기면 왜 학교에 가기 싫었는지도 쓰고 싶다.

간단히 말하자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졸업전시에 써서 꼴 보기가 싫었다.

그리고 나는 이게 정말 마음에 안 든다!



집에 왔다.

이제는 잘 울지는 않지만, 가끔 치미는 불안감에 마지막 예방주사를 놓는 생각으로 상담신청을 했다.

상담은 학교를 가는 날에 진행을 했고, 이때까지는 덜 우는 법, 왜 울게 되었는지, 나는 무엇을 원하는 지를 알아갔다면, 마지막 상담의 주제는 내가 울게 된 원인을 직면하고, 이를 간접적으로든 직접적으로든 제공한 나의 부모님에게 모든 사실을 말하는 것이었다.


상담 선생님은 이것은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본인이 원하면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근데, 아마 부모님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나면 훨씬 더 좋아질 것이라고 말을 했다.


이전까지는 부모님께 나의 증상을 말하는 것은 죄의식처럼 여겨졌다.

부모님이 너무 슬퍼할 것 같았고, 나를 한편으로는 한심하게 여길 것 같았다.



결과적으로 엄마는 울었다. 그리고 엄마의 속 사정을 이야기해 주면서 나도 울었다.

우리는 울면서 서로에게 말해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솔직히 4번째 상담 이전까지는 절대 부모님께 나의 속 사정을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4번째 상담에는 이제 말할 용기와 상황이 생겨 나는 이런이런 일들이 늘 속상했고, 너무 서운했어. 근데 엄마도 나를 키우는데 최선을 다한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기도 해.


엄마의 딸이기만 할 때에는 원망만 하던 것들을, 그래도 조금 머리가 컸다고 여러 상황을 유추해 보면서 같은 성인으로서 이제는 이해하게 되어 그리고 용기 내어 꺼내었더니, 엄마도 답을 해 주었다.


우리는 식탁에 앉아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우리 집은 1층인데, 엄마가 나중에 밖에서 다 들리겠다며 이야기했다.


나와 이야기하고 난 뒤, 엄마 또한 상담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그 대신 엄마는 상담은 조금 무섭고, 법륜스님의 학교에 참석했다.


화상으로 진행하는 학교는 신기했는데, 내가 상담받았을 때 들었던 말들 명상할 때 들었던 말들을 법륜스님과 부처님이 똑같이 말하고 있었다. 종교에 부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긍정적으로 바꾸어 주는 또 새로운 발견이었다.


엄마는 그 이후로 책도 많이 읽고 부처님의 말씀도 많이 듣고 아침마다 명상을 하곤 했다.

우리는 많이 안정되어 보인다.


그런데, 사실 살면서 늘 안정될 수는 없기에, 나는 또 대비를 해 놓는 것이다. 내가 슬프고 불안하고 흔들릴 때에 어떻게 하면 다시 안정적일 수 있는지를 미리 찾아 놓았다.


나는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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