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네 일상 3화

- 산책과 리프레시 버튼

by 마르와 앨리


마르와 앨리는 산책쟁이다. 거의 매일 1시간 내외로 즐기는 산책은 우리가 공유하는 취미이다. 겨울에는 추위로 하루이틀 건너뛰기도 하지만, 마음이 동하는 날에는 함께 2-3시간을 걷기도 한다.


이 산책은 사실 앨리가 거의 주도하는 편인데, 앨리는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가면 적절한 산책 코스부터 3-4개 개발하는 산책 장인이기도 하다. 이때 '적절한'의 의미란 다음과 같다.

사람과 차, 오토바이의 통행이 적은 편인가?

길고양이나 산책하는 강아지를 많이 볼 수 있는가?

오가는 길에 좋은 카페가 있어, 산책에 커피를 곁들일 수 있는가? (아이스 라테 한잔이면 마르를 산책 길로 꾀어낼 수 있다)

그렇다, 앨리는 고즈넉하게 걷는 산책을 매우 좋아한다. 앨리에게 산책은 일상의 리프레시 자체라고 한다.


반면, 마르는 산책을 좋아하는 동시에 싫어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앨리처럼 산책이 일상의 리프레시가 된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퇴근 후 산책은 회사 일에 쏟았던 마음을 나에게로 돌리게 하고, 주말의 낮 산책은 게으른 자신을 깨어내 준다.


그리고 나면 내가 남는다. 비로소 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주말과 저녁으로 미뤄두었던, 더 나은 스스로가 되기 위해 해야 한다고 마음먹었던 일들이 마구 떠오른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는 나에게는 마치 이런 안내창이 띄워지는 것 같다.


자, 이제 현생으로/'나 자신'에게로 돌아오시겠습니까?



물론 나는 절반의 확률로 '아니오'를 누르고 게으름을 피운다. 그래도 부들부들 떨며 '아니오'를 누른 자신의 손가락을 기억하므로 기분이 좋지 않다. 드물게 '예'를 누른 날은 마음 편한 밤을 맞이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건 앨리는 이 안내창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나 혼자 이세계에 환생..?) 앨리는 그냥 리프레시 그 자체가 좋다. 이후에 다시 게으름으로 돌아가거나 할 일을 찾아가는 것, 마음 가는 대로 한다. 앨리 방문 앞에 프린트해서 붙여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