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템 찾기
같은 동네에서 산책을 계속 하다보면, 같은 시간대에 자주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을 익히게 된다. 다른 산책쟁이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들 중 절반은 복슬복슬하고 깜찍한 동행과 함께 다닌다.
앨리와 마르는 원래도 동물을 매우 좋아하기에, 산책하며 동물을 만나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한 때 우리 사이에는 산책 길에 개나 고양이를 더 빨리 발견하는 사람이 1점을 가져가는 게임이 유행하기도 했다. 그날 산책이 끝날 때까지 점수를 카운트해서, 진 사람이 커피나 간식거리를 사는 식이었다.
토템이도 그렇게 발견했다.
유난히 복슬복슬하고, 어딘지 꼬질한 느낌의 화이트테리어였다. 관리받지 못했다기보다는, 자유롭게 살아가도록 사랑받은 느낌이었다. 이 아이는 일단 '찹찹찹찹-'이 아니라 '턱턱-' 뒤뚱거리며 걷는다. 느긋하게 걷다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순한 눈망울로 스리슬쩍 들여다본다. 견주가 반 발자국 뒤에서 하고싶은 것을 다 하도록 내버려두는 걸 보면, 성격은 제 아빠를 닮은 모양.
고백하자면, 요 아이의 진짜 이름을 나는 모르올시다. '토템'은 앨리가 지은 이름이다. 우리 동네를 지키는 신성한 동식물 또는 자연물이라는 뜻이다. 다소 거창한 이름이나, 토템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으면 "흠, 일리 있군."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귀엽다는 단어가 마음에 가득 차서, 무념무상의 상태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나는 사랑에 빠졌다.
산책 중 토템이를 만나면, 그날의 퀘스트를 깨는 것과 같은 느낌이 들곤 했다. 어떤 날은 토템이가 보고 싶어 그 아이처럼 골목을 어슬렁거리며 그의 등장을 기다렸다. 그러다 정말 토템이가 나타나면 숨어서 뒷모습을 슬쩍 훔쳤다. 우리는 이제 그 동네를 떠나왔지만, 그 늙은 개가 동네를 비추는 토템으로 계속 남아있어 주기를 내 멋대로 바란다. 그리고 적어도 나와 앨리의 마음 속에는 토템으로 여전히 함께 해주어서 고마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