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 Prologue
사실 난 한 번쯤 주인공이 되어보고 싶었으려나.
나이를 먹으면 낯에는 점점 뻔뻔함이 쌓인다. 벨이 없는 식당에서 직원을 부르는 것이 아무렇지 않아졌을 때 처음 그것을 느꼈던 것 같아. 덕분에 낯선 공간에서 낯선 사람의 눈을 곧게 쳐다보는 것이 익숙해졌다. 그럼에도 배운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거친 글을 남들 앞에 드러내는 것에는 조금의 용기도 필요한 것 같다.
장르는 모르겠고, 주제는 ‘나’일 것이며, 공감을 자아내거나 위로를 건네는 글쟁이가 될 자신은 없다. 내 크로노스타시스의 나열에는 순서도 없을 것이다. 28년 가까운 시간 동안 의지와 상관없이 밀려들어온 기억들 사이에서 잠시나마 세상을 멈춰주었던 순간들을 기록할 것이니 이건 미래에 쓰는 과거의 일기가 될지도.
혹여나 어린 내가 가엾거나 멋스러워 기억이 왜곡될까 걱정되니 반드시 그 순간 듣고 있던 음악을 들으며 곱씹을 작정이다. 아마 열 번째 글을 작성할 무렵에는 곡 이름이 기억나지 않아 애를 먹을지도 모르겠다.
얼굴을 덮은 가죽이 지금보다 얇고 연했을 때, 지극히 평범한 사람의 시간을 멈춘 기억을 보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난 여기서 한 번쯤 주인공이 되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