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살이 서바이벌 2탄 __ 이민 가방 대소동
출산 휴가 100일 이후로는 아이와 길게 시간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방학 때도 동네 학원들과 친정엄마에게 200프로 의존하며 지냈다.
아이와 한달 살기 같은 멋진 계획은 퇴사 이후에나 가능하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합법적으로 우리 아이와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해외연수였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무신론자가 비자 무사 발급을 위해 매일밤 많은 신들께 기도올리던 날들이 몇달째 지나서야 드디어 비자가 나왔다.
고생스럽게 받았던 영국 비자 방문학자 비자 academic visiting visa와 아들의 dependent visa 를 받고는 무척 감격스럽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만큼이나 허탈했다. 내가 이 종이쪼가리 받으려고 그 맘고생을 했구나.
그리하여 마침내 영국에서 1년간 거주를 하기 위해 떠나게 되었다.
이제 어마어마한 우리 살림살이들을 대체 어찌하여 히드로 공항을 거쳐 거주지로 이동시킬지가 문제였다.
이번 에피소드는 살림살이를 영국으로 옮기는 일과 관련한 이야기다. 출국전에는 몰랐지만 직접 당하며 알게 된 충격적 사실을 포함한다. 내가 겪은 고생스러움을 다른 누군가는 절대로 당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실상 두달 동안 긴 바다여행을 마치고 온 선박 택배들을 만날 때 마주하게 될 기상천외한 관세 폭탄이 더 기막히긴 하지만.
1. 인천공항으로 이동 (서울에서 이용한 만족스런 미니버스 – 무브 업체 이용)
이민가방 7개 포함 총 15개의 가방을 서울에서 인천공항으로 옮길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카카오 대형택시를 두대 부르는 방법도 있었고 초록창에서 대형 차량 업체 여러 곳도 찾을 수 있었다. 한참 이곳저곳 후기를 보다가 한 블로그의 후기를 보고 마음에 쏙 들어 무브라는 업체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신청과 접수방법이 매우 간편하게 되어있어 맘에 들었고 고민없이 이곳으로 결정했다. 그런데 정신없이 접수했었는지 출발시간을 너무 늦게 신청해버렸다. 공항에서 15개 짐을 부치려면 시간이 빠듯할 듯하여 시간을 무조건 앞당겨야 하는 상황이라 전화문의를 드려보았다.
문의사항에 바로 응답해주었고 즉시 수정사항이 잘 반영되었다. 친절하고 깔끔한 스타트업 느낌이다. 새벽 4시에 예약된 기사님은 심지어 약속시간보다 더 일찍 오셔서 대기하고 계셨고 잠을 설치고 나와 흐리멍텅한 우리 가족들을 반갑게 맞이해주시며 건강한 새벽 에너지를 기꺼이 나누어 주셨다. 편안하게 안전운행해주신 덕분에 아이는 바로 다시 잠들었다. 다만 어른들은 비행기에 가방 15개를 온전히 싣기 전까지는 쉬이 잠들수 없었다. https://www.movv.co/meta/airport
수하물 몸무게 측정시간!! 초긴장상태!! 다행히 23,0kg 찍고 모두 무사 통과 후에야 비행기 안에서 며칠간 설쳤던 잠을 드디어 청했다.
2. 히드로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
거주지로 이동하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하루 묵었다가 다음날 아침 거주지로 이동하는 방법
두 번째는 바로 대형택시를 이용하여 거주지로 이동하는 방법
우리가 첫 번째만 가능했던 이유는
가방 15개와 함께 이동해야 하기도 했고
이미 집 계약을 해두었기 때문에 부동산에서 키를 받아야 하는데
당연히도 부동산은 5시면 퇴근하시기에 첫 번째 방법을 택해야 했다.
만약 당분간 지낼 호텔이나 에버비앤비로 이동하거나 히드로 공항과 가깝다면야 당연히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하면 된다.
2단계를 어떻게 해결해야할지 고민하던 중 영국에 몇년전 일년간 지내셨던 선생님으로부터 입국 당일 히드로 공항 터미널 2와 연결된 힐튼 호텔에서 첫날을 편히 보내고 다음날 이동하게 되었는데 매우 만족스러웠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모든 고민이 한순간 해결되는 듯 했고 망설임 없이 터미널 2 앞에 있는 바로 그 호텔 "힐튼 가든 인 런던 히드로 터미널 2 & 3"을 예약했다. 1박에 백만원에 육박했지만 가방 15개를 무사히 옮기려면 어쩔 수 없이 매우 마땅히 지출해야 한다 생각하며 눈딱감고 결제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 가족이 아시아나 항공으로 입국했다는 엄청나게 중요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우리가 15개의 가방과 함께 내린 곳은 히드로 공항 터미널 4였다. 내 두 눈을 의심했다. 숫자 4가 분명했다.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 여기서 터미널 2로 가려면 지하철까지 타고 멀리멀리 떠나야한다고 한다.
일단 지하철을 타러 세 개의 트롤리에 짐들을 나누어 테트리스 쌓듯 아슬아슬하게 올리고 약간의 요철에도 떨어질 듯 움직거리는 짐들을 끌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몇번이고 23키로 가방이 히드로 공항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지곤 했다. 지하철을 타기 직전에는 난감하게도 트롤리 이동 금지 구간이 눈앞에 나타나기도 했다. 수많은 짐들을 지하철에 하나씩 싣고 빼고 하는 끔찍한 일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던 건 영국(?) 신사 한분이 마치 자기 짐인 양 열렬히 도와주셨기 때문이었다. 정말이지 그 분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터미널 4에 내리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이 모든 일련의 과정들은 다행히도 우리의 짐 1/3을 감당해낼 수 있는 초등 4학년 건장한 소년이 함께 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함께 고생한 우리 가족들과 백만원짜리 히드로 공항 호텔에서 한국에서 쟁여온 소중한 컵라면 박스에서 두개만 꺼내어 눈물겨운 첫 식사를 했다.
(도착해보니 방 사이즈는 아주 작았고 방값은 20만원 정도가 딱 적당해보였다.)
3. 다음날 아침 공항에서 옥스포드 집으로 이동(히드로에서 이용한 만족스런 미니버스 Onward Travel Solutions 업체 이용)
히드로 공항 택시도 업체가 너무나 많았지만 열심히 검색한 끝에 가장 저렴한 업체를 찾아냈다. 편도 129 파운드짜리 8 seater minibus !! 인천공항 갈때와 마찬가지로 친절한 기사님을 잘 만나 두발 뻗고 편히 옥스포드에 도착하였다.
미니버스에는 모든 짐을 다 싣고도 이렇게 공간이 남을 정도였다. 다만 유일한 단점은 이동 중에는 가방들이 하나씩 넘어지고 굴러다니고 난리라 짐들을 발로 지그시 눌러주면서 와야 한다는 것.
타지에서의 고생은 디폴트값이지만
나 때문에 괜히 가족들이 불필요한 고생을 겪고 있을 때
내 머리를 쥐어박게 된다.
이때 누군가 비난하기 시작하는 순간 생지옥으로 변하지만
그럴 수도 있다며 괜찮다고 말해준다면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추억이 될 수 있다.
옥스포드에 도착 후에도 매일같이 예상치 못한 새로운 미션들이 주어진다.
모든 게 처음이고 낯설고 두렵지만 가족의 힘으로 그럭저럭 헤쳐나가고 있다.
옥스포드에 무사히 안착 후 영국에 대한 첫 인상
여름인데 습하지 않다
가끔 더워지기도 한다(에어콘이 그립다면 마트 방문 추천)
모기 같이 생긴 게 돌아다니지만 물린 적은 없다
대형견 개목줄 없을 때 무섭기도 하다
자동차 크락션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인도 차도 모든 도로가 너무 좁다
외식 물가가 한국보다 대략 1.5배 –2배 정도 비싸다
한국차가 정말 많이 보인다
핸드폰 결제는 언제 어디서나 신속 정확하다
로밍도 잘 안터질때가 많다
히드로 공항 호텔 예약시 핵심 요약
아시아나항공 이용시 히드로 공항에서 터미널 2 ->Hilton Garden Inn hotel Heathrow Airport terminal 2
대한항공 이용시 히드로 공항에서 터미널 4 -->Hilton London Heathrow Airport terminal 4
물론 가방 산더미를 싣고 히드로 공항에서 1박 필요한 경우에만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