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톨릭 신자이다.
성당 미사는 보통 1시간가량 정해진 형식대로 진행되는데, 내가 미사 중 제일 좋아하는 순간이 있다.
바로 '평화의 예식'인데 이 예식은 신부님이 '평화의 인사를 나누십시오'라고 하면, 주위의 다른 신자들(누군지도 모르는..)과 눈을 마주치며 "평화를 빕니다"라는 인사를 주고받는 예식이다.
나는 미사 도중 딴짓을 많이 하기도 하지만 이 순간에는 진심을 다해 눈을 마주치는 신자들에게 평화를 빌어준다. 물론 대강대강 하는 신자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서로의 평화를 빌어주는 이 순간이 미사의 모든 예식 중에 제일 아름답게 느껴진다.
오늘 친한 동생과 커피 한잔을 했다. 힘든 일이 있어도 항상 밝고 미소를 잃지 않던 그 녀석은 고민이 참 많아 보였다. 그 녀석의 기분을 좋게 해 보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봤지만 썩 잘 통하지는 않았다. 그저 "힘내라 ㅇㅇ야, 다음에는 네가 웃는 모습을 보면 좋겠다." 하며 오늘의 티타임을 마무리했다.
"힘내" 혹은 "화이팅"과 같이 우리가 자주 주고받는 응원의 인사는 앞서 말한 "평화를 빕니다"라는 말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누군가의 처지를 속속들이 알 수가 없고, 설령 안다 하더라도 온전히 그의 상황과 감정에 있을 수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힘내", "화이팅"과 같은 말을 자주 나눈다. 누군가는 진심으로 그 말을 하고, 다른 누군가는 의례적으로 하는 말이겠지만 말이다.
'평화의 인사'도 비슷이다. 우선 평화의 인사를 나누는 상대와 서로 누구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우연히 눈이 마주쳤다는 이유만으로, 눈이 마주친 상대의 삶이 어떤지 알리가 만무하지만, 그저 각자 원하는 만큼의 진심을 담아 '평화를 빕니다'라는 말을 서로 나눈다.
나는 "화이팅", "힘내" 그리고 "평화를 빕니다"와 같은 말을 주고받는 게 참 보기 좋다. 비록 그 말을 전하는 사람이 어느 정도의 마음을 담아 전했는지, 그리고 받아들이는 사람이 그 말을 어느 정도로 느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서로를 응원하고, 그 응원을 받아들이는 그 모습은 참 아름답다고 느낀다.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글을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리며, 진심을 다해 평화를 빕니다. 그리고 화이팅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