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 강론을 듣고

사랑에 관한 강론을 들은 후의 짧은 생각

by 무슨글을쓸까

(각주 '*, **, ***'는 글 아래에 있습니다.)


오늘은 저녁에 선약이 있어 평소 참석하던 청년부 미사가 아닌 초등부미사*에 참석했다.


오늘 초등부미사 강론**의 주제는 '사랑'이었다.

신부님이 "지난 한 주간 사랑을 실천하신 분 있나요?"라고 질문하며 오늘 강론을 시작했다. 그러자 한 아이가 용감하게 손을 들고 "부모님께 사랑한다고 말씀드렸어요"라고 말했다.


제법 귀여웠다. 회중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고, 신부님께서는 그 아이가 잘했다고 칭찬하며 선물을 주겠다고 하시며 '쿠키'와 '책'중에 하나를 고르라고 하셨다. 아이는 "쿠키요"라고 대답했으나 신부님은 "아니야 나는 너에게 책을 주고 싶어"라고 하시며 책을 주셨다. 아이가 "쿠키 주시면 안돼요?"라고 하니 신부님이 재차 "아니야 나는 너에게 책을 주고 싶어"라며 책을 주셨다.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에 회중석에서는 다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신부님은 이번에는 쉬운 퀴즈를 이어 나가셨다. 퀴즈를 맞힌 아이들에게는 아까 그 아이가 원하던 쿠키를 나누어 주셨다. 다른 아이들에게 쿠키를 나누어 주니 처음에 책을 받은 아이의 표정이 영 좋지 않았나 보다.


신부님이 퀴즈를 마치고 강론을 이어나가셨다."여러분들 처음 책을 받은 저 아이의 표정이 지금 좋지 않아요. 제가 저 아이에게 책을 준 것은 사랑일까요?"라고 질문했다. 그러니 눈치 빠른 아이들이 기계적으로 대답했다. "아니요" 그러자 신부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니에요 이것도 사랑은 맞아요." 아이들은 머쓱해하고 회중석에서는 다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어진 강론에는 신부님이 말하고자 하는 핵심이 있었다. "제가 책을 준 것도 사랑은 맞아요. 하지만 제가 준 사랑은 쿠키를 받고 싶어 했던 저 아이의 입장이 아니라, 책을 주고 싶은 나의 입장에서 사랑을 준거예요. 제가 만약 저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쿠키를 줬다면, 저 아이는 아마 지금과 같은 표정이 아니겠죠?. 그러니 우리, 이번 주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사랑을 실천해 보는 한 주가 되어 보는 건 어떨까요?"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강론을 마무리하며 아까 책을 받은 아이와 그 아이가 속한 그룹에게 쿠키를 나누어 주었다. 그 아이와 덕분에 쿠키를 받은 아이들은 기뻐했고, 훈훈한 분위기로 강론은 마무리되었다.


강론 후 이어지는 짧은 묵상시간에 나는 어떤 사랑을 주위에 전하고 있는가 생각해 보았다. 강론의 상황과 비교해 보자면, 쿠키를 원하는 상대에게 쿠키를 줄 때도 있고 쿠키가 아닌 책을 줄 때도 있는 것 같았다. 어찌 사람이 한결같을 수 있으랴. 다만, 상대가 쿠키를 원하는 걸 알고 있고, 쿠키를 줘도 크게 상관이 없는데 내 생각대로 책을 주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한 주는 신부님의 권유대로 상대의 입장에서 더 생각해 보는 한 주를 보내야겠다. 그리고 상대가 쿠키를 원하고, 쿠키를 주는 게 크게 나에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기꺼이 책이 아닌 쿠키를 주는 한 주를 보내리라.



각주

*성당의 주일미사는 메인이 되는 교중미사가 있고, 시간대 별로 특정 연령대를 중심으로 한 미사가 열리기도 한다. 예를 들면 2030 미사, 3545 미사, 초등부 미사 등이 있다. 다만, 해당 연령이 아니어도 그 미사에 참석해도 상관없다.

**성경 말씀을 바탕으로 하는 설교, 비(非) 신자의 경우 강의 정도로 이해해도 좋다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이 앉아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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