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날 힘들게 한다면

훌쩍 떠나도 괜찮아

예전 직장에서 3년 차가 되었을 때의 일이다. 마의 3년 차라는 말이 있듯, 나 또한 혹독한 3년 차를 겪게 되었다.


큰 조직개편으로 인해 결정권자들이 모두 바뀌어버리면서, 팀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그리고 나는 조직개편 두 달 전부터 새로운 업무를 받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그 업무가 가장 바쁜 시기였다. 중간부터 업무를 이어받아하다 보니 전임자에게 자주 연락해야 했고, 이런 상황이 썩 즐겁지는 않았다. 막 새 업무에 적응하며 하루하루 내 업무를 해내기도 바쁜데, 내가 맡았던 업무까지 내가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팀원 모두 하계휴가는 상상도 하지 못하며, 늘어난 업무량과 피곤한 업무체계를 견뎌내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나는 일을 잘한다는 이유로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었기에 휴가는 내게 너무나도 먼일이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오는 친구들의 휴가 사진을 보며 부러움만 가득했고, 하루하루 나는 시들어가고 있었다. 바다가 너무 보고 싶었다.


그러다 업무조정을 해주겠다는 말만 믿고 200%의 업무를 두 달 넘게 처리하던 나는 드디어 몸과 마음이 고장나버렸다. 평소 꿈을 잘 꾸지 않던 나는, 어느 날 상사가 꿈에 나오고 꿈에서도 일을 해야 했다. 이런 스트레스 끝은 피부가 뒤집어지고 탈모가 의심될 정도로 머리가 숭덩숭덩 빠지는 것이었다. 그렇게 잘 먹던 내가, 소화장애로 3주가 넘게 화장실을 들락거려야만 했다. 힘듦과 피로는 어느새 회사에 대한 분노와 화로 바뀌어만 갔다.


책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미친 듯이 업무를 처리해내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일주일에 하루는 새로운 취미를 배우러 갔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사직서를 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벼랑 끝에 서있는 기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사촌언니와 사촌오빠가 서핑을 하러 간다고 했다. 나는 충동적으로 나를 데려가 달라고 했다. 하루 휴가를 내고 떠나기로 했다. 그날 하루 휴가를 내면 내가 업무를 떠맡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나는 정 안되면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으로 훌쩍 떠나기로 했다. 계획적으로 살아온 나에게는 실로 엄청난 결정이었다.


떠나는 날 아침에도 회사에서 업무 관련 전화를 받았다. 떠나는 발걸음이 편하지는 않았지만, 그날 나는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2박 3일 동안 회사일을 아예 생각하지 않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한 발자국 떨어져서 현실을 바라보고 냉정히 생각할 수 있었다.


지난 3년간 나는 최선을 다했고, 이제는 새로운 뭔가를 준비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나도 아쉬울 게 없는 상황에서, 너무 위축되어있었고 과도하게 스트레스받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스트레스는 나만 망가뜨릴 뿐이므로, 나는 이제 내가 스트레스받는 것을 허락하지 않기로 했다.


나 정말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