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건수로 따지면 30~50건 정도 펫시팅을 하는 나에겐 보기만 해도 사랑을 많이 받은 강아지, 고양이를 알아챌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물론 펫시팅을 맡기는 것 자체부터 많이 사랑한다는 뜻이긴 한데 (보통은 비용 부담으로 어쩔 수 없이 집에 두는 경우가 많으니) 유독 정말 애지중지 키웠거나 사랑을 많이 받아 구김살이 없는 친구들이 보인다. 사랑을 많이 주면 버릇이 없나? 고집이 세나? 싶지만 오히려 반대인 경우가 많다. 사랑을 많이 받으면 젠틀하고 매너가 좋다. 버릇없고 고집이 센 친구들은 반대로 세심한 사랑을 많이 받진 못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동물이 가진 본성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일단 내 경험으로만 말하자면 사랑을 많이 받은 친구들은 대체로 점잖고 매너 좋고 기본 훈련이 잘 되어 있었다.
낯선 사람이 자신이 지켜야 하는 공간에 불쑥 들어왔는데도 강한 적대심을 품지 않는다는 건 그만큼 사람에 대한 좋은 경험이 많다는 뜻이다. '사람은 모두 나를 아껴주고 좋아해. 해치지 않아.'라는 게 인식되어 있으니 문을 열자마자 반갑다고 인사하는 친구도 있고 손등 냄새 한번 맡더니 손길을 피하진 않지만 조용히 옆에서 따라다니는 친구도 있다. 나는 어떻게 반겨주냐에 따라 같이 반갑게 반겨주거나 말보단 행동으로 조용히 해야 하는 일만 하기도 한다.
또 하나의 사랑을 많이 받은 특징은 집 내부가 사람 물건보다 강아지 물건이 정돈된 채로 더 많을 때다. 어떤 집은 방이 3개인데 3개 방과 거실까지 전부 강아지 방석과 물, 장난감이 따로따로 있기도 했다. 반려동물을 예쁘게 보이는 옷이나 장신구가 많기보다는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매트가 집 전체에 깔려 있거나 튼튼한 하네스 브랜드를 사용하거나 날씨 별로 사용할 수 있는 패딩이나 우비가 준비되어 있거나 캣타워의 종류가 여러 개가 있고 편하게 숨을 곳도 많이 준비한 집 등이다. 게다가 특유의 동물 냄새도 잘 나지 않는다. 같이 살고 있는 게 맞나 싶을 정도로 깨끗한 집도 많다. 집구석구석 질 좋은 브랜드로 알려진 용품들도 많이 있다. 단순히 돈이 많은 거 일수도 있지 않을까 싶지만, 이건 원룸에서 키우던 좋은 아파트에서 키우던 과 상관없이 느껴진다. 정말 자식처럼 키우는 집이 많아졌구나 체감하고 있다.
그렇게 사랑만 받았으니 당연히 아이들 상태도 너무 좋다. 털은 윤기 나고 표정은 해맑고 너무 조르지도 피하지도 않고 적당히 유대감을 쌓는 법을 아는 친구들이다. 고양이는 정말 성격이 좋지 않으면 처음 본 사람과 잘 놀아주지 않기에 쉽게 판단할 수 없지만 강아지는 산책하면 티 난다. 매일 산책을 한 강아지들은 전반적으로 여유 있다. 어차피 매일 하던 산책이니 급할 것도 없고 원하는 코스 위주로 산책하니 느적느적 걷는다. (어릴수록 평균 발걸음이 빨라지긴 함) 흥분하는 일도 별로 없고 시간 되면 알아서 집에 가야 한다는 것도 어느 정도 눈치를 채는 것 같다. 반대로 너무 어린 나이가 아님에도 과흥분하는 친구들을 보면 슬프게도 산책을 지겨울 만큼 하는 친구들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매주 월, 화에 방문하는 가정이 있는데 유독 월요일에만 미친 듯이 흥분하고 앞으로 튀어나가려고 해서 산책이 여유롭지 못한 경우가 많았는데 알고 보니 주말에는 호텔링을 맡기는데 거기에선 산책을 시키지 않아 월요일이 되면 산책이 너무 가고 싶어 과흥분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꾸 호텔링하고 집에 돌아오면 집에서 사고를 너무 많이 친다고 하소연을 하는 분도 있었다. 내가 전문 훈련사는 아니지만 대체로 강아지는 산책으로 스트레스가 잘 풀려 있으면 집에선 잠을 자거나 쉬는 편인 것 같은데 산책을 자주 못 하면 강아지들은 밖에 대한 집착이 생기고 언제 또 산책을 할 수 있을지 모르니 최대한 모든 것을 영끌해서 하려는 행동을 보인다. 나는 그냥 산책해 주는 펫시터이기에 이래라저래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면 만족하는 산책이 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뛰고 냄새 맡고 배변도 하게 도와주는 것밖에 없음이 조금 슬프기도 하다.
사랑을 많이 받은 반려동물을 많이 보다 보니 우리 강아지도 사랑을 많이 받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집은 안전한지, 매일 같이 보내는 시간이나 산책은 충분한지, 흥분하지 않는지, 고집이 너무 세지 않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적대적이지 않은지 등등 말이다. 우리 집 강아지 2마리 중 한 마리는 남편과 회사로 매일 출근하고 나는 펫시터 일이 아니면 모든 시간을 집에서 함께 남은 강아지와 보내고 산책하고 카페에 데려가거나 공원에 가서 쉰다. 주기적으로 때가 되면 나가주니 우리 집 강아지 2마리 모두 집에선 거의 자는데 집이 쉬는 공간으로 인식되어 있어서 인지 내가 나가거나 남편이 나가거나 2마리 중 한 마리만 데리고 나가도 반응이 없다. 어련히 돌아오겠지 하는 믿음이 있는 것 같다. '나 강아지 잘 키우고 있는 걸까' 하는 걱정이 들지만, 자기 집에 누워 자고 있는 강아지의 표정과 행동을 보니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 마음이 조금 편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