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산책하는 펫시터,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by 펫시터 루미 언니

펫시팅을 맡기는 비용이 생각보다 높다. 그렇기에 주기적으로 펫시터를 부르는 보호자는 그렇게 많지 않은 편이고 대부분은 불가피하게 어떤 일이 생겼을 때만 잠깐 맡기는 돌봄 비중이 높다.


그래서 펫시터 일은 거의 60% 정도는 1번만 돌봄하고 끝나는 단건 돌봄 비중이 꽤 높은 편인데, 강아지, 고양이 돌봐주는 게 뭐가 어려울까 싶지만 실제로는 꽤 난이도가 있다. 보호자의 성향이나 취향에 따라 원하는 돌봄 방식, 먹는 거, 놀아주는 거, 해줘야 하는 게 전부 다르고, 생명을 돌보는 일이기에 엄청난 책임감도 가져가야 한다.


밥만 챙겨주세요.
놀아만 주세요.
물은 갈아주지 마세요.
노즈워크 장난감 잔뜩 해주세요
... 등등


정말 다양한 요청들이 많다. 이런 요청을 들어주는 건 어렵지 않지만 제일 어려운 건 물건의 위치나 급여해야 하는 용량이 제대로 쓰여 있지 않을 때다. 분명 안내글에는 현관 앞에 모든 물건이 있다고 했는데 찾아보니 없다. 그러면 어쩔 수 없이 처음 보는 집을 이리저리 뒤져보며 찾아야 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정말 보이지 않을 때는 매우 당황스럽다. 게다가 앞서 말한 것처럼 펫시터를 부르는 가격이 꽤 있기 때문에 일하는 시간 단위가 30분이라 시간도 촉박하게 느껴진다. 30분의 돌봄을 방문했을 때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비상이다 비상. 보호자와 채팅과 전화 연락은 할 수 있지만 채팅은 잘 보지 않고 전화는 안심번호로 걸리기 때문에 번호만 보고 스팸이라고 생각해 받지 않는 경우가 크다.


그렇다면 어째야 하나. 내가 일하는 플랫폼에선 일정 가이드라인이 있지만 (대부분 찾을 수 없거나 수행할 수 없으면 채팅 안내 후 안 하길 권장) 내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서 내 가방엔 최소한의 비상용품을 꼭 챙기는 편이다. 뜯지 않은 생수, 휴지, 물티슈, 산책줄, 배변봉투 이렇게 말이다. 플랫폼에서 말하는 규칙은 보호자가 준비해 준 용품을 쓰라고 하는데 안 보이는데 꼭 필요한 용품이 생기는 난처한 경험을 하고 나니 내가 알아서 미리 준비하게 되었다. 하지만 음식은 물 외엔 절대 주지 않는다. 어떤 알레르기가 있는지, 씹지 않고 삼키는 친구인지 어떤지에 대한 정보가 없기 때문에 음식류는 철저하게 집 내부에 있거나 준비해 준 것만 허락을 맡고 준다. 이렇게 나만의 비상 용품이 담긴 가방을 챙겨 준비하면 어떤 상황이든 대체로 잘 넘길 수 있다.


고양이 화장실을 치우려고 하는데 봉투가 보이지 않으면 배변 봉투에 넣어 담는다. 흘린 오줌을 닦아야 하는데 휴지가 없다. 내 휴지를 꺼내 쓴다. 쓰레기통이 도통 어딨는지 모르겠다. 배변봉투에 담아 밖으로 가져가 버린다. 이렇게 잘 대처해서 정해진 돌봄 시간 안에 요청사항을 다 수행하려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로운 강아지, 고양이를 보는 건 너무 행복하고 설레지만 첫 만남은 언제나 어렵다.

처음 보는 내가 조금이라도 덜 낯설게 느껴질 수 있도록 닌자처럼 살금살금 조심조심 다가가고 만져주어 본다. 펫시터 교육을 받으면서 조금 생소했던 건 보호자 집에 들어간 뒤에 반려동물을 만날 때 높은 하이톤이 아닌 차분한 목소리와 행동으로 흥분을 낮춰주라는 것이었다. 밖에서 만나는 강아지 친구들을 볼 때마다 "귀여워!!" 밖에 말 못 하는 나에겐 이 설렘을 진정시키는 게 생소했지만 결과적으론 맞는 말이었다. 밖에서 만날 때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동물 친구들은 집에 대한 애착과 소유욕을 가지고 있어 낯선 사람이 내 공간에 들어왔을 때 굉장히 긴장하게 되는데 (배 까면서 만져달라는 경우도 많음) 여기서 내가 귀엽다며 난리 부르스를 떨게 되면 극악의 공포로 다가올 수밖에 없겠더라. 그래서 난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몸을 낮춰 앉아 가만히 있어준다. 먼저 다가와 내 냄새를 맡고 안심하라는 뜻으로. 경계가 심하지 않다면 코 쪽에 살짝 손등을 가져다주면 킁킁 냄새를 한번 더 맡는다. 그런 뒤에 조용히 집 안을 들어가 돌봄을 시작하면 훨씬 안전한 돌봄을 할 수 있다.


보호자의 요청을 들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반려동물이 나를 공포가 아닌 안전한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게 중요하다. 당연히 함부로 안거나 발을 만지거나 쓰다듬지 않는다. 첫 만남은 어렵지만 어렵기에 해냈을 때 성취감이 좋다. 오늘도 내가 펫시터를 지속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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