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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원 Sep 22. 2023

눈과 귀가 호강하는 문화생활





눈과 귀가 호강하는 문화생활          



간만에 눈과 귀가 호강하는 문화생활을 하였다.

오늘 같이 글쓰기 챌린지를 통해 알게 된 작가님과 처음 만나 음악회에 함께 참석했다.

가을비가 아침부터 세차게 내리는 가운데 중년에 남자 두 사람이 처음 만나 음악회에서 음악감상.

그러나 이미 서로의 글을 통해 만나서인지 전혀 낯설지 않은 첫 만남이었다.

예전에 시청에 있는 성공회 성당에서 점심시간에 음악회가 있는 건 알았지만 직접 참여해 보기는 처음이다.       

   

음악회에 주제는 〈로맨틱한 비올라의 선물〉이란 주제로 비올라, 클라리넷, 그리고 피아노의 3중주였다.

막스 부르흐와 비외탕의 슬프면서도 서정적인 선율이 가을비가 오는 공간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였다.

바이올린처럼 날카롭지도 않고, 첼로처럼 묵직하지도 않은 그 중간 어디쯤에서 부드러운 소리가 나를 감싼다.

비올라의 소리는 과묵하지만 내면의 아픔을 승화시켜 아름다운 소리를 발하는 듯하다.

누군가 자신의 아픔을 잘 극복하고 그 이야기로 다른 사람에게 감동과 울림을 주는 그런 사람과 같은 소리다.          


부르흐의 곡은 웅장하지 않지만 서정시와 같은 선율을 눈을 감고 들으면 비 온 뒤 영롱한 빗방울 품은 숲 속 길로 나를 데리고 가는 듯하다.

클라리넷의 음색은 때로는 봄바람이 부는 들판으로, 또 가을낙엽이 가득한 숲 속길로 시간 여행을 하게 한다.

오랜만에 공명 속에 울려 퍼지는 화음이 오감을 깨워 마음에서 춤을 추게 한다.

집에 와서 유튜브로 이 음악을 다시 들어보지만 그 현장의 공기반 소리반의 공명감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금도 가장 기억에 남는 음악회는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세계 합창제였다.

전체 합창제 마지막 날이었는데 마지막 순서로 합창제에 참석한 500명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나와서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불렀다.

그날 맨 앞에서 둘째 줄에 앉았던 나는 그 웅장함에 압도당해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

그날의 음악회 현장의 감동은 무려 35년이 지난 지금도 마음에 여운이 남아있다.          



모든 것이 아름답고 서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올 가을이다.

최근에는 비싼 티켓값을 주고 공연장으로 찾지 않아도 이렇듯 무료로 누구나 참석이 가능한 정오 음악회나 야외 음악회 등이 잘 찾아보면 있다.

이번 가을 기회가 되는 대로 못 볼 것 많이 보고, 못 들을 것 많이 들었던 눈과 귀를 호강 좀 시켜줘야겠다.      

    

차분하게 마음에 정리가 필요하다면 이 가을에 좋은 음악회를 찾아 현장에서 눈을 감고 귀로 음미해 보자.

음악의 아름다운 선율은 당신이 마음으로 귀를 기울일 때 조용히 들어와 흩트러진 마음을 정리해 줄 것이다.

그리고 마음의 탁자에 진한 향기가 가득한 아름다운 꽃 한 송이 놓고 가 내 마음에서 향기가 나게 할 것이다.



#성공회정오음악회 #부르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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