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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원 May 14. 2023

나는 왜 지금 작가가 되려고 하는가?



나는 왜 지금 작가가 되려고 하는가?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소중한 글 기대하겠습니다.’     


브런치 스토리에서 보내온 작가 당선 메일의 제목이다.

브런치에 작가가 되고자 했던 사람들은 이 메일을 받을 때 모두 소중하고 벅찬 마음을 느꼈을 것이다.     


받은 메일은 나에게 ‘당신은 이제 새로운 인생에 도전할 시간입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언제나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고 믿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의 방향을 생각해 본다.     


내가 쓰고 싶은 글, 내가 쓰려는 글의 방향은 무엇인가?     


내가 책과 친해지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때로 기억한다.

초등학교를 다섯 군데를 다녔는데 4학년에서 6학년까지 다녔던 학교에는 제법 큰 학교 도서관이 있었다.

그 학교에서는 독서 카드가 있었는데 그것을 가지고 학년말에 시상을 하였다.

5학년과 6학년에는 독서카드에 100권을 모두 채우면서 독서왕 상을 받았다.

사실 책이 너무 좋아서보다 전학을 많이 다니면서 친구가 많지 않아서이기도 했다.     


나의 본격적인 책 읽기는 중학교에서 시작되었다.

중학교 2학년에 올라가면서 허리를 다쳐서 몇 달을 병원에 누워있게 되었다.

병원에 누워 심심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할 때 아버지께서 집에 있던 소설책을 가져다주셨다.

유현종 님의 ⟪연개소문⟫이라는 8권짜리 장편 역사소설이었는데 일주일 정도에 다 읽었다.

그 이후에 집에서도 탐정소설 50권 전집을 금세 다 읽으면서 책을 읽는 것이 취미가 되었다.     


그러면서 중학교 때부터 나름 어쭙잖게 소설도 써보고, 시도 많이 썼다.

그 이후로 누가 시키거나 별로 읽어주지 않아도 글로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남들이 힘들면 술을 마시며 푸는 것을 나는 글을 쓰며 내 생각을 정리하였던 것 같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나름대로 글을 썼고, 블로그를 하면서도 틈틈이 글을 썼다.

그러면서 나도 언젠가는 책을 내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 시점에 작가에 도전하게 되었는가?     


지난 4월 말로 20년 이상을 함께하던 곳을 갑자기 떠나게 되었다.

물론 상황이 주는 속상함이나 어려움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 과정에서도 다시 내 생각을 정리하며 글을 썼다.

사실 생각으로도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로도 정리되지 않던 마음이 글로 쓰다보면 오히려 잘 정리된다.

그렇게 다시 글을 쓰면서 마음에 희미한 흔적처럼 남았던 글쓰기와 작가가 되는 꿈이 다시 색으로 채워졌다.     

어려서도 단지 일기만이 아닌 시도, 소설도 써 보려고 했던 것을 생각하면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나는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다.

그런데 우연히 알게 된 ‘브런치 스토리’는 새로운 도전을 향해 어디로 첫걸음을 내딛으면 될지를 알려주는 안내자가 되었다.     


예전에 학생들에게 교수가 되든, 의사가 되든, 창업을 하든 그 자체가 꿈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가르쳤다.

그것이 꿈이면 그것이 되는 순간 이미 꿈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단지 작가가 되고 책을 내는 것이 내가 이루고 싶은 꿈의 전부일 수는 없다.     



그러면 글을 쓰면서 내가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첫째는 내 인생에 대한 해석이요, 의미부여의 작업이다.

혼란스럽고, 마음이 힘든 상황이 오면 나는 자주 펜을 들고 노트를 편다.

그러한 때에 괜히 사람들과 만나 얘기를 하다 보면 더 기분이 상하고 혼란스러울 때가 많다.

그런데 차라리 백지 위에 글을 쓰기 시작할 때 내가 겪는 일들이 해석이 되기 시작하고, 뭘 하면 좋을지가 떠오르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 내가 쓴 글들은 내 인생에 대한 해석과 맞닿아 있고, 새로운 도전의 방향을 찾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다.     


둘째는 비슷한 상황을 겪는 사람들에게 마음에 위로와 새롭게 도전할 마음을 주기 위함이다.

지금은 100세 시대라고 할 만큼 수명은 길어졌다.

하지만 대부분 50대와 60대가 되면 퇴직이든, 실직이든 대부분 단절을 경험하게 된다.

또 꼭 중년이 아닌 요즘은 MZ 세대도 이러한 과정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을 겪을 때 다른 일자리를 찾거나, 새로운 도전을 할 분야에 대한 안내서는 참 많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에서 어떻게 마음을 지키고, 또 그 과정을 통해 어떻게 성장하고 성숙해 갈지를 돕는 책이나 안내자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아무리 공부를 하고 많은 정보를 가져도 공감하고 같이 다시 일어나 새로운 도전을 향해 나아가게 할 힘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게서 나오기는 어렵다.     


지금 내가 겪는 마음이나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는 나에게 소중하다.

그래서 내가 겪으면서 깨달아지고 느껴지는 마음들을 나름 객관화하여 글로 쓰기 시작하였다.

내가 쓰는 글들이 누군가의 마음을 보듬고 누군가에게는 도전할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는 이 시간, 더 많이 책도 읽고, 

더 많이 걷고 생각하며 오늘도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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