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반 아직 동트기 전에 집을 나서 선유도 공원으로 향했다.
좀 더 자고 싶은 유혹을 이기고 새벽공기를 마시며 아직 어두운 선유도 공원에 갔다.
새벽에 그곳을 간 이유는 해가 뜨는 모습을 사진에 담기 위함이다.
일부러 사진을 찍기 위해 출사를 간 적은 별로 없어서 일출 사진은 많지 않다.
그래서 얼마 전 마음먹고 옥수동 달맞이 공원에 가서 야경 사진을 찍은 것처럼 오늘은 일출에 도전했다.
나는 사진 찍기를 좋아한다.
누군가는 자신이 사진에 찍히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는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한다.
인물 사진을 찍을 때도 풍경 앞에 서서 찍는 증명사진보다 자연스러운 표정 담기를 좋아한다.
특별히 사진을 잘 찍는 것이 아니라도 내 시선으로 찍은 사진을 통해 느낀 의미를 마음에 담는다.
바라보는 풍경들은 나만의 것이 아니고 누구나 보고 구경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다리라면 그 다리를 건너 목적지로 갈 수도 있고, 산이라면 건강을 위해 등산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풍경을 바라보며 내 시선으로 그것을 사진에 담을 때 그것은 나에게 의미가 된다.
평범한 일상이 때로 어떤 때에 큰 의미로 다가오듯이,
멋지고 아름답다고 느껴진 모습을 사진에 담을 때 그 시간 그 장소의 모습은 나의 것이 된다.
문학 작품이든, 예술 작품이든 그것을 창작한 사람의 시선에 마음과 눈길이 사로잡히게 된다.
사진을 찍다 보면 무심코 지나던 모든 것을 관찰하게 되고, 새로운 시선으로 해석하게 된다.
이러한 관찰과 해석은 우리 삶이 무미건조하지 않고 풍성하고 신선할 수 있는 토양이 된다.
유명 화가의 인생작만큼 정말 잘 찍은 사진은 사람의 발길을 그 앞에 머물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런 시선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인생과 세상사에 대해서도 자신의 시선을 가지게 된다.
때로는 어제나 며칠 전에 뭘 했는지 한참을 생각해도 생각이 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렇게 우리의 기억은 쉽게 희미해지고 내 인생에 없었던 일처럼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다.
하지만 내 마음에 각인되었던 장면을 사진에 담아 놓으면 그 시간 기억과 그 마음에 추억도 생생하다.
오늘 일출과 함께 맞이한 선유도 공원에서의 기억도 오래 마음에 남을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사진을 보면 그 장소에서 내가 보고 느낀 것이 추억이 된다.
그 선선한 공기, 이른 새벽부터 와서 사진을 찍거나 낚시를 하는 분들, 살짝 구름에 가려진 채 뜨던 일출의 모습 모두가......
아파트 발코니에 화초들을 놓고 가꾸려고 해도 돈과 정성이 많이 들어간다.
그런데 사진 속에 담긴 모든 풍경의 값을 더해보면 사실 계산이 불가능하다.
사진으로 찍고 다시 그것을 볼 때 마음에 저장되었던 추억과 소중한 기억을 다시 꺼내는 것이다.
사진을 찍는 것은 그 어느 것보다 내 인생을 풍성하고 의미 있게 하는 행복한 취미다.
그래서 나는 기회가 될 때마다 세상을 내 시선에 담아 사진을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