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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라미 원 Nov 09. 2024

가족사진


가족사진           



잔잔한 첼로 음악을 들으며 일을 하는데 ‘가족사진’이란 노래의 선율이 나온다.

예전에 우연히 가수 김진호가 ‘불후의 명곡’이란 프로그램에서 부르는 노래를 들었다.

오늘 다시 한번 그 음악을 듣는데 그때 내 눈에서 흐르던 눈물이 또다시 흐른다.



이 노래는 가수 김진호가 자기 어머니를 생각하며 직접 쓴 가사와 곡이라고 한다.

김진호는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가족들과 함께 찍은 제대로 된 가족사진이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어머니와 함께 찍은 사진에 아버지 명함사진이 끼워진 것을 보고 그 자리에서 작사와 작곡을 한꺼번에 써 내려간 곡”이라며 ‘가족사진’에 얽힌 사연을 인터뷰에서 말했었다.          



바쁘게 살아온 당신의 젊음에 의미를 더해줄 아이가 생기고 

그날에 찍었던 가족사진 속에 설레는 웃음은 빛바래 가지만 

어른이 되어서 현실에 던져진 나는 철이 없는 아들이 되어서 

이곳저곳에서 깨지고 또 일어서다 외로운 어느 날 꺼내 본 사진 속 아빠를 닮아있네.          



나는 여전히 한 아버지의 아들이기도 하고, 한 아들의 아빠이기도 하다.

흐르는 눈물이 아들로서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연민인지, 아버지로서 아들을 향한 마음인지 잘 모르겠다.

분명한 것은 가사에서와 같이 나는 아버지를 닮았고, 아들은 또 나를 닮았다.

노래 영상에서는 중간중간 눈을 감고 숙연한 얼굴로 노래를 듣는 아버지의 얼굴이 비친다.

그리고 딸로서 부모님을 생각하며 눈물을 주체할 수 없는 사람들의 얼굴이 잡힌다.

세대 갈등과 세대 단절이 있다고 해도 우리는 부모를 닮은 자녀이기에 함께 눈에서 잔잔한 눈물이 흐른다.

이어지는 후렴구의 가사와 화면에 나오는 가족사진들은 더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나게 한다.          



내 젊은 어느새 기울어 갈 때쯤 그제야 보이는 당신의 날들이 가족사진 속에 

미소 띤 젊은 우리 엄마 꽃 피던 시절은 나에게 다시 돌아와서 

나를 꽃피우기 위해 거름이 되어 버렸던 그을린 그 시간들을 

내가 깨끗이 모아서 당신의 웃음꽃 피우길           



30년 전쯤에 부모님을 생각하면 ‘나를 꽃피우기 위해 거름이 되어버렸던 그을린 그 시간들’이라는 가사에 연신 손수건으로 눈을 닦으며 노래를 듣게 된다. 

한편으로는 지금 내 자녀가 나중에 부모를 생각할 때 이런 마음을 가지게 될까를 돌아보게 된다.          



우리 삶에서 가장 값진 것은 많은 것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열매를 맺는 것이다.

우리가 맺어야 할 열매는 첫째는 다른 인생의 꽃을 피우기 위해 내 삶이 거름이 되어줄 수 있는 성숙함이다.

나이가 들어도 미성숙한 사람은 끝까지 자기가 꽃을 피우려고 발버둥 치며 아무 꽃도 피게 하지 못한다.

성숙한 사람은 자기가 꽃을 피워야 할 때뿐 아니라, 자녀나 누군가가 꽃을 피우도록 자신이 거름이 되어 준다.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은 성숙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부끄러운 눈물이기도 하다.          



이 노래를 들으며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게 되고, 더 좋은 부모가 되지 못한 것이 미안하다.

가족은 가장 오랫동안 가까운 사이이지만 서로 사랑하며 서로 고마워할 시간은 그리 길지는 않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의 눈물을 흘리고 나면 함께 웃음꽃이 피어나게 될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cS-IiArGmcU


#가족사진

#김진호가족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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