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여행
장남이라 형이 없는 나에게 20여 년 전부터 형님 같은 분이 계시다. 그 가정과 함께 속초 여행을 하였다.
오랜 시간을 알고 지내고 함께 팀으로 해외에 같이 가거나 우리가 해외에 있을 때 방문도 해주셨지만 두 가정이 함께 여행을 한 건 처음이다.
꽤 오랫동안 겨우 1년에 한두 번 정도밖에 못 뵈었지만 만나면 언제나 웃음꽃과 이야기꽃이 피고 서로의 마음을 나누며 말이 통한다.
이번에 처음으로 두 가정이서만 속초 여행을 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오가는 차 안에서도 산책길과 숙소에서도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각자의 마음에 엉킨 실타래가 풀려간다.
마음이 통하지 않고 맞지 않는 사람과 여행은 때로는 고행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마음이 통하는 사람과 여행은 생각할수록 미소가 지어지는 추억이 된다.
막국수를 함께 먹어도, 숯불에 구워지는 생선을 먹어도 음식만이 아닌 웃음과 행복을 함께 먹었다.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하든 마음을 열고 나누는 이야기를 통해 웃음꽃과 잔잔한 감동이 마음에 채워졌다.
속초 하면 산과 바다만 떠오르지만 이제 마음에 새롭게 새겨진 뜻밖에 힐링은 ‘독서’였다.
‘설악 산책’이라는 곳이 있는데 너무 잘 꾸며진 환경에 그냥 조용히 하루종일 앉아 책을 읽고 싶은 곳이다.
바로 창 밖으로는 설악산이 시선을 사로잡는 곳에서 음료를 구매하거나 책을 사야 하는 어떤 부담도 없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에서 호사도 누렸다.
우리는 가는 날과 돌아오는 날만 정한 채 다른 어떤 계획도 세우지 않고 갔지만 말과 마음이 통하는 분들과 함께하니 그날 그때마다 검색창 하나면 충분했다.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고 출발했지만 모든 것을 준비하고 계획했던 여행에서도 누리지 못했던 만족이 가득한 여행이었다.
가족이 아닌 분들과 일이나 사역이 아닌 오롯이 여행을 함께 한 것은 흔치 않다.
하지만 봄과 여름의 경계선의 계절에 바닷길과 숲 속 산책로를 걸으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동해 바다의 잔잔한 파도를 통해 마음의 때를 씻어내는 시간이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서도 평생 많은 사람을 섬긴 두 분의 삶의 향기로 행복했다.
살면서 속마음과 진심을 다 나누는 관계가 있는 것은 행복한 축복이다.
또 그런 분들과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에 함께 여행을 할 수 있는 것은 금보다 귀하다.
이번 여행은 나에게도 나름의 위로와 새 힘이 필요한 시간에 주어진 너무도 값진 선물이다.
여행은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그 설렘은 새로운 곳, 그곳에서 경험하게 될 어떤 일에 대한 기대와 동경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삶에서도 ‘어딘가 가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무미건조하고 반복되던 일상이 끝나는 시간이 있다.
사실 그 일상이 내가 원하던 시간에 내가 원하던 방법으로 끝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다.
실직이든, 내가 결정한 퇴사나 어떤 일상을 떠나게 되는 때가 되면 여행을 해보기 바란다.
우리가 원치 않게 일상이 단절되면 심경이 복잡해지고 실타래가 얽힌 것처럼 여겨질 수 있다.
여행을 통해 내 인생의 새로운 여행에 대한 기대와 설렘을 가지는 것이 실타래를 풀 출발점이 된다.
여행이란 많은 돈을 들이고 계획을 잘 세우기만 하면 기대와 로망을 가진 만큼 행복을 얻게 되는 것이 아니다.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할 때 마음을 함께 나눌 사람들과의 여행은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앞으로 새롭게 맞이할 시간을 기대하게 하는 활력소가 된다.
여행의 만족과 행복은 ‘어디를 갔었나?’보다, ‘누구와 함께 했나?’가 아닌가?
우리의 인생이라는 긴 여행도 후회 없이 행복한 인생이 되려면 누구와 함께 하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여행은 함께여서 더 행복하고 더 소중한 사람들과 새로운 일상을 꿈꾸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속초 외옹치 바다향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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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설악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