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 같은 만남이 이런 걸까?
연휴를 맞아 아내와 집에서 3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북스테이 게스트하우스에서 하루를 묵기로 했다.
이 게스트하우스의 이름인 '지지향'은 종이의 고향이라는 뜻으로 조용히 책을 읽으며 사색하며 힐링하기에 좋은 곳이다.
파주 출판단지는 집에서 멀지 않고 조용히 사색하기 좋아 가끔 갔지만 이곳에서 숙박은 처음이다.
이곳은 방에 TV가 없고 각 방마다 컨셉이 있는데 우리에게 배정된 방은 '글쓰기방'었다.
글쓰기방과의 만남을 통해 다시 작가의 길이 숙명처럼 여겨진다.
방마다 방 컨셉에 맞는 책이 있고, 복도에도 책이 가득해 원하는 책은 아무 책이나 꺼내어 읽을 수 있다.
체크인을 하고 방에 가자마자 책 몇 권을 골라 야외 테라스에 놓여 있는 캠핑 의자에 앉아 책을 읽었다.
‘하늘 아래 외톨이로 서 보는 날도 하늘만은 함께 있어주지 않던가’ 김남조 시인의 〈설일〉 가운데 한 구절을 읽으며 하늘을 올려다보니 하늘이 나를 향해 미소를 짓고 있는 듯하다.
글을 쓰는 시간은 홀로 나와 만나는 시간이지만 인생에 수많은 만남과 사건을 추억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숙소 1층은 원래 조용하게 책을 읽기 좋은 카페이지만 이날은 어린이날을 맞아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서 자녀들과 함께 온 가족들로 사람들이 넘쳤다.
이곳뿐 아니라 출판단지 일대에 어린이날 관련 행사가 진행되면서 오랜만에 어른이 봐도 재미있고 유익한 그림책도 다니면서 여러 권 보았다.
책을 좋아하고 책을 가까이하다 보니 책이 많은 곳에 가면 보는 것만으로도 부자가 된 것 같은 마음이다.
최근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가졌던 열정과 동력이 조금 식으려 하는 때에 ‘글쓰기방’을 만난 건 새로운 마음에 자극이 된다.
작가이기에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누가 뭐래도 글을 쓰기에 작가가 되는 것이 아닌가?
살면서 여러 호칭이 있지만 ‘작가’라는 호칭은 사람들의 인정과 상관없이 마음에 책임감의 무게로 다가온다.
오늘도 ‘글쓰기방’을 만난 이야기로 다시 글을 쓴다.
#지지향북스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