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 특히 가족이나 연인과 대화할 때 종종 '전투 모드'에 돌입하곤 합니다.
사소한 말실수나 의견 차이에서 시작된 대화는 어느새 "누가 옳고 그른가"를 가리는 치열한 법정 공방으로 변질됩니다.
사실 옳고 그름을 따지는 순간, 이기든, 지든 그것 때문에 관계가 멀어진다면 서로 손해 보는 것입니다.
논리와 증거를 들이대며 상대방의 입을 다물게 하고, 마침내 "그래, 네 말이 맞아"라는 항복 선언을 받아낸다고 상대가 기분 상해하면 이겼다고 행복한가요?
만일 당신이 남편인데 아내에게 말싸움에서 이겨서 얻는 것은 거의 없고, 오히려 아내가 차려주던 식사가 잠시 중단될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옳음(Right)을 선택하겠습니까, 아니면 행복(Happy)을 선택하겠습니까?"
많은 사람이 관계에서 범하는 가장 큰 오류는 '논쟁에서의 승리'를 '관계의 성공'과 혼동합니다.
가족이나 연인과의 말다툼에서 승리하는 것은 사실상 '패배'나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이겼다는 것은, 당신이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이 졌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나의 논리적 승리가 상대방에게는 패배감, 소외감, 그리고 억울함을 남긴다면, 그 관계는 이미 금이 가기 시작합니다.
나도 말싸움에서 지고 나면 자존심도 상하고 속이 상합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지는 것이 이기는 것보다 편합니다.
말싸움을 이기고 끊을 수 없는 관계가 어려워진다면 그 불편함과 손해가 훨씬 큽니다.
대화에서 '져준다'는 것은 내 의견을 굽히고 비굴해지라는 뜻이 아닙니다.
또한 상대방의 잘못된 행동을 무조건 용인하라는 뜻도 아닙니다.
이것은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게임'에서 기꺼이 하차하겠다는 성숙한 결단을 의미합니다.
상대방이 억지 주장을 펼치거나 감정적으로 나올 때, 똑같이 맞받아치는 대신 "당신 말이 맞을 수도 있겠네", "내가 그 부분은 놓쳤었나 봐"라고 한발 물러서 보라. 놀랍게 그 순간, 팽팽하던 긴장의 끈이 풀리게 됩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말이 받아들여지고 이해받기를 원합니다.
당신이 먼저 '패자'를 자처하며 상대의 말을 수용하는 순간, 상대방은 방어기제를 내려놓고 비로소 이성을 되찾게 됩니다.
진정한 소통은 그때부터 시작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먼저 져주었을 때, 상대방은 스스로 돌아볼 여유를 갖게 됩니다.
맹렬히 공격해 오던 상대도 허공에 주먹을 날린 듯 머쓱해지며, 오히려 미안함을 느끼거나 관계의 벽이 허물어지기도 합니다.
우리는 낯선 사람에게는 예의를 갖추고 양보하면서도, 정작 가장 소중한 가족에게는 나의 옳음을 증명하려 애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집은 법정이 아니며, 가족은 판결을 내려야 할 피고인이 아닙니다.
오늘, 사랑하는 사람과 의견이 충돌한다면 숨을 한 번 고르고, 기꺼이 져주세요.
자존심을 내려놓고 관계를 선택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가장 강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선택이며, 결국 사랑을 지켜내는 '진정한 승리'입니다.
우리가 져주어서 잃는 것은 사소한 자존심뿐이지만, 얻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의 평안과 우리의 행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