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의 멸종'이 경고하는 것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경험은 무엇인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경험은 무엇인가?
크리스틴 로젠(Christine Rosen)의 저서 《경험의 멸종(The Extinction of Experience)》은 현대 기술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편리하게 만들었는지를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그 편리함의 대가로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는 '인간다운 경험'의 가치에 대해 날카롭게 파고든다.
로젠은 우리가 온라인과 스크린을 통해 세상을 접하는 동안, 인간성을 형성하는 데 필수적인 '마찰(Friction)'과 '육체성(Embodiment)'이 사라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책의 핵심 내용을 바탕으로 기술이 가져오는 부정적인 영향을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기술이 대체한 경험이 가져오는 부정적 영향
로젠은 기술이 우리에게 "효율적이고 매끄러운(Frictionless) 삶"을 제공하지만, 바로 그 '매끄러움' 때문에 인간 발달에 필수적인 요소들이 퇴화된다는 것이다.
① '마찰'의 실종과 인내심의 상실
인간관계나 실제 세상의 경험은 본래 번거롭고, 기다려야 하며, 때로는 어색한 '마찰'이 존재한다. 하지만 기술은 이 모든 과정을 생략(알고리즘 추천, 배달 앱, 데이팅 앱 등)해 버린다.
예를 들면 과거에는 연인을 만나기 위해 두근거림과 거절의 두려움, 서로를 천천히 알아가는 어색한 시간을 견뎌야 했습니다. 하지만 데이팅 앱은 손가락 하나로 상대를 '소비'하게 만든다.
우리는 편리함과 신속함을 얻는 대신 지루함, 모호함, 불편함을 견디는 '정서적 근력'을 잃어버리고 있다. 타인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 노력하기보다, 나에게 맞지 않으면 즉시 '차단'하거나 '스킵'하는 방식으로 대하게 되어 관계의 깊이가 얕아지게 된다.
② '탈육체화'와 공감 능력의 저하
온라인 만남은 얼굴을 마주 보는(Face-to-face) 경험을 화면(Face-to-screen)으로 대체한다. 로젠은 우리가 몸을 가진 존재라는 사실을 잊게 만드는 이 현상을 우려한다.
예를 들어 줌(Zoom) 회의나 메신저 대화에서는 상대방의 미세한 표정 변화, 분위기, 체취, 눈 맞춤의 깊이를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상대방을 온전한 인간으로 느끼지 못하고 화면 속의 정보나 캐릭터로 인식하게 된다. 이는 타인의 고통에 둔감해지는 결과를 낳으며, 악플이나 온라인 혐오가 만연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③ 우연성의 상실과 경험의 획일화
알고리즘은 우리가 좋아할 만한 것만 보여준다. 이는 실패를 줄여주지만, 뜻밖의 발견이 주는 기쁨과 성장이 기술에 의해 차단되는 것이다.
서점에서 책 등을 훑다가 우연히 낯선 책을 집어 드는 경험 대신, 온라인 서점의 "이 책을 산 사람이 함께 산 책" 목록만 보게 된다. 우리는 이미 길을 잃어 헤매다 발견한 골목길의 풍경 대신, 최단 거리 내비게이션만 따르고 있다.
이렇게 삶이 예측 가능한 범위 내에서만 작동하게 되어, 세상을 탐험하는 호기심과 예상치 못한 난관을 극복하는 문제 해결 능력이 퇴화되는 것이다.
2. 실제 경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3가지 태도
로젠이 말하는 '경험의 멸종'을 막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균형을 잡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입니다.
① '건강한 마찰'을 의도적으로 받아들이기
편리함을 거부하고,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태도다.
엘리베이터나 계산대에서 기다리는 동안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 지루함을 견뎌보는 것이다.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영상 대신, 내가 직접 발품을 팔아 정보를 찾아보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이 '불편한 시간'은 뇌가 쉴 수 있는 틈이 되며, 인내심과 자제력을 길러주는 훈련이 된다.
② 오감을 깨우는 '아날로그 활동' 확보하기
시각과 청각에만 의존하는 온라인 세계에서 벗어나, 촉각, 후각, 미각 등 온몸을 사용하는 활동을 루틴에 넣을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종이책을 넘기는 감촉을 느끼며 독서하기, 손으로 직접 글씨 쓰기, 흙을 만지거나 숲의 냄새를 맡으며 산책하기 등과 같은 것이다. 자신의 신체성을 자각하게 되어 정서적 안정감을 찾고, 화면 넘어가 아닌 '지금, 여기'에 실재한다는 감각을 회복하는 것이다.
③ '고독(Solitude)'과 '고립(Isolation)' 구분하기
온라인의 '초연결' 상태는 우리를 외롭지 않게 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자신과 마주할 시간을 뺏는다.
이것을 극복하려면 타인(SNS)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온전히 나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접속'을 끊는 것은 고립이 아니라, 나 자신과 연결되는 '고독'의 시간임을 알아야 한다.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의 소음 속에서 나만의 생각과 가치관을 정립할 수 있는 내면의 힘을 길러야 한다.
크리스틴 로젠은 "우리가 인간인 이유는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하기 때문이 아니라, 비효율적일지라도 서로의 눈을 보고, 만지고, 느끼며 시간을 공유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기술을 활용하되 기술에 종속되지 않으려면
생각해 보면 나도 이제는 손글씨를 거의 쓰지 않다 보니 손으로 글씨를 쓰는 일이 점점 어색하고 힘들어진다. 또한 예전에는 전화번호도 잘 외웠었는데 이제는 가족들 전화번호도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또한 20년 전에는 그 넓은 미국에 가서도 지도에 의존해 길을 찾아다녔는데 이제는 네비 없이 새로운 곳을 찾아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러한 것들이 우리의 삶이 편리해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진짜 나'를 잃어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기술을 잘 활용하되, 우리가 기술에 종속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의 경우, 전자책 독서만이 아니라, 종이책 독서도 병행한다. 그리고 자주 산책하며 사색하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문자나 카톡을 주고받을 때가 많지만, 가끔은 직접 전화를 하거나 직접 만남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디지털 시대가 우리에게 주는 편리함으로 우리 삶에 필수적인 경험을 대체하는 것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수 있다. 결국 우리의 인간성을 잃어버리고, 나아가 우리 인생마저 ‘숫자와 이미지’가 될지도 모른다.
이러한 노력은 디지털 시대에 인간다움을 지키는 최소한의 투쟁이다.
#경험의멸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