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왜 다시 '읽기'인가

by 동그라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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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왜 다시 '읽기'인가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더 열심히 책을 읽고 있다, 사람들은 이런 의문들을 가진다.

‘AI가 모든 정보를 빠르게 알려주고 내가 원하는 답들을 주는데 계속 책을 읽어야 할까?’

인공지능이 방대한 데이터를 단 몇 초 만에 요약하고 정제된 해답을 내놓는 시대다. 이제 지식을 머릿속에 축적하는 행위는 무의미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인지적 불균형’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AI가 정보를 처리하는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진 반면, 인간이 그 정보를 내재화하여 지혜로 전환하는 뇌의 회로 즉, ‘인지 인프라’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식이 필요 없는 시대"라는 주장은 치명적인 오해다. 오히려 AI의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제어할 수 있는 인간의 역량이 없다면, 인공지능은 생산성 도구가 아닌 인간의 사고를 마비시키는 ‘지적 마약’이 될 뿐이다. 이러한 시대일수록 우리에게는 기술에 종속되지 않는 인간 고유의 ‘문해력’이 필요하다. 효율성이라는 달콤한 함정 아래에서 우리 뇌가 사고를 멈추도록 방치해서는 안된다.



생성형 AI에 사고의 과정을 전적으로 의존할 때 발생하는 가장 큰 비극은 뇌 연결성의 상실이다. 이는 단순히 집중력이 떨어지는 수준을 넘어, 지식을 구성하는 뇌의 네트워크가 해체되게 만든다.

뇌 과학적 분석에 따르면, 스스로 사고하며 글을 읽고 쓰는 과정에서는 전두엽(논리·추론), 측두엽(언어 이해), 후두엽(시각 정보 처리)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광범위한 신경망을 형성한다. 그러나 AI에게 답변을 맡기는 순간, 뇌는 이 복잡한 협력을 멈추고 단순히 결과물을 소비하는 ‘수동적 상태’로 전락한다.

AI라는 편리함에 읽고, 사고하고, 쓰는 능력을 게을리하면 결국 스스로 지식을 소화할 능력을 잃게 된다.



AI 시대의 핵심 역량은 질문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독서는 어휘력을 늘리는 것을 넘어, 단어 뒤에 숨은 맥락과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게 한다. 풍부한 어휘와 개념적 배경지식이 없는 사람은 AI에게 정교한 명령을 내릴 수 없으며, AI가 내놓은 결과물의 오류(할루시네이션)를 잡아낼 수도 없다.

또한 책을 읽으며 "이게 왜 이럴까?"라고 스스로 질문하는 과정은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파악하는 메타인지를 발달시킨다. 아무리 강력한 능력을 가진 AI라도 질문하는 사람이 “오늘 날씨가 어때?”, 혹은 “미국의 수도는 어디지?” 정도의 질문만 한다면 단순히 네이버 검색 이상도 활용을 못하는 것이다. AI가 만든 콘텐츠는 대중적인 데이터의 평균값인 경우가 많다. 독서를 통해 다양한 관점을 접한 사람만이 AI의 결과물에 자신만의 철학과 비판적 시각을 더해 독창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AI가 가장 흉내 내기 어려운 영역은 인간의 '감정적 맥락'과 '삶의 서사'를 이해하는 것이다. 소설이나 에세이를 읽는 것은 타인의 삶에 들어가 그 사람의 감정을 공유하는 일이다. 이러한 서사적 지능은 복잡한 인간관계를 이해하고 협력하는 데 필수적이며, 이는 자동화될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 영역으로 남을 것이다.



때문에 독서는 단순히 지식을 얻는 수단이 아니라,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깊은 길이자 기술 문명 속에서 인간성을 수호하는 가장 강력하고 유지되어야 할 기술이다. 인지과학은 우리에게 준엄한 경고를 던진다. “읽지 않으면, 결국 읽지 못하게 된다.” 스스로 읽고 생각하기를 멈추는 순간, 우리의 뇌는 퇴화하고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의 화질은 급격히 저하될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은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라고 했다. 내 언어 지경을 확장시키는 가장 현명한 길은 꾸준히 책을 읽으며 문해력, 이해력, 사고력을 확장시키는 것이다. AI라는 가장 앞선 미래를 누릴 수 있는 소중한 열쇠는, 인간에게 허락된 가장 오래된 기술인 ‘읽기’에 있다.

지금 당장 책 한 페이지를 넘기는 행위는 단순히 종이를 넘기는 것이 아니라, AI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AI를 훌륭한 비서처럼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읽는 자만이 질문할 수 있고, 오직 질문하는 자만이 AI의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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