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황금가면’은?
김동률의 [황금가면]이란 곡의 뮤직비디오를 우연히 보는데 눈물이 난다.
심리학자 칼 융(Carl Jung)은 사회적 자아인 페르소나(Persona)를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입어야 하는 의복이라고 말했다. 50대를 지나오며 우리가 써온 수많은 가면은 결코 가짜 인생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친 세상의 풍파로부터 내 안의 연약한 진심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지켜내기 위해 스스로 선택한 '영웅의 가면'이었다.
세상이 말하는 정답이 너무 어려워 내 꿈이 어디로 갔는지 당최 알 수 없게 된 순간에도, 당신이 그 무거운 가면을 벗어던지지 않은 이유는 무책임해서가 아니라 너무나 책임감이 강했기 때문이다. 그 인내의 시간 자체가 이미 우리가 써 내려온 위대한 서사시가 된다.
우리는 흔히 꿈을 포기하고 현실과 타협했다고 자책한다. “그때가 좋았는데.”라는 말에 지나온 시간에 대한 패배주의가 가득하다. 하지만 우리는 영화보다 더 비현실적으로 급변하는 시대에서도 어떻게든 이겨내고 또 묵묵히 살아가고 있다.
어제의 나는 ‘별에게 맹세하며 전설을 꿈꾸던 소년.’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늘의 나는 AI가 일자리를 위협하고 노후가 불안한 현실 속에서도 묵묵히 제자리를 지키는 가냘픈 빛의 등대와 같은 모습으로 살고 있다.
우리가 삶의 현장에서 가면을 쓰고 살게 된다. 가면을 쓴 채 일터를 지키고, 웃음 뒤에 피로를 감추며 자녀의 앞날을 걱정하는 우리의 모습은 결코 시시하지 않다. 오히려 그 가면이야말로 당신이 이 척박한 현실에서 주저앉지 않고 이겨내고 있는 치열함을 보여준다.
세상이 정해준 내 역할이 맘에 안 들어 이렇게 맥없이 쓰러져갈 하찮은 내가 아니지
가슴을 힘껏 젖힌다 빛바랜 낡은 가면이 잠자던 나를 깨운다 난 황금가면이다
(황금가면 가사 중)
평소 맥없는 모습으로 일하던 일터의 책상 위로 올라가 외치며 노래하던 가사다.
우리에게는 누구나 다시 꺼내 쓸 황금 가면 하나쯤 있지 않은가?
김동률의 가사 중 "다 비켜라, 세상이 노래할 그 이야기 내가 쓸 거야"라는 외침은 20대의 치기가 아니다. 그것은 삶의 쓴맛과 단맛을 모두 본 인생이, 다시 한번 신발 끈을 묶으며 내뱉는 자신을 재정의하기 위한 위로의 메시지다.
우리가 꿈꾸는 것은 이제 거창한 명성이 아니다.
"비록 화려한 무대 주인공은 아닐지라도, 내 삶이라는 무대에서만큼은 부끄럽지 않은 주연이 되겠다."
이런 마음으로 가면을 고쳐 쓸 때, 그 가면은 나를 가두는 감옥이 아니라 새로운 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도약대가 된다.
현실이라는 벽 앞에서 작아지는 느낌이 들 때 기억한다. 내가 쓰고 있는 그 무거운 가면은 나의 약점을 가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이미 단단해진 이겨낼 힘이 된다.
가면 뒤에 숨은 눈물을 아는 나이기에, 나의 이야기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깊은 공감을 자아낼 수 있다. 굳이 세상이 주목할 위대함이 아니어도 좋다. 내가 매일 일터에서, 가정에서 보여주는 그 묵묵한 뒷모습이 이미 세상이 노래할 위대한 이야기의 한 구절이다.
아마도 이런 마음이 그 음악을 들으며, 그 영상을 보며 눈물이 나고, 또 위로가 되었던 것 같다.
우리가 오늘도 나의 가면을 쓰고 서 있는 자리는 단지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자리가 아니다. 그 어떤 자리에서도 우리는 각자의 치열한 싸움을 이겨내며 나의 ‘황금가면’을 쓰고 세상을 구하는 정의의 사도가 될 수 있다. 우리는 누가 알아주든 아니든 ‘세상이 노래할 그 이야기’를 쓰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nbueu_IoIH4&list=RDnbueu_IoIH4&start_radio=1
#황금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