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성공'하고도 '공허'한가?
조남호 작가는 현대인이 겪는 고통의 원인을 '수단화된 삶'에서 찾는다. 우리는 늘 '나중의 행복'을 위해 '지금의 고통'을 당연하게 여긴다. 좋은 대학을 위해 10대를 바치고, 좋은 직장을 위해 20대를 제물로 바친다. 하지만 막상 그 목표에 도달했을 때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환희가 아니라 "겨우 이거였나?"라는 허무함이다. 삶의 목적지가 '외부의 보상(돈, 명예, 안정)'에 가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는 성공(Success) 대신 충만(Fullness)을 삶의 키워드로 삼으라고 제안한다.
성공주의는 결과를 위해 과정을 희생한다. 결과가 나쁘면 과정은 무의미해진다.
충만주의는 과정 자체에서 '깊은 의미'를 발견한다. 결과가 어떻든 그 시간을 통과한 나는 이미 성장해 있다.
가장 현실적이고 치열한 '불안'의 현장에 있는 공무원 준비생이나 취준생에게 조남호 작가가 전하는 해법은 "준비를 포기하라"가 아니라 "준비하는 '이유'와 '방식'을 재정의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일’을 하기 위해 직업을 가진다. 단순히 그 직업을 통해 돈을 버는 것만이 목적이 되면 충만한 삶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단순히 "안정적인 월급 때문에 공무원이 되겠다"는 동기는 수험 기간을 지옥으로 만든다. 이는 나를 '안정'이라는 보상을 받기 위한 노동 수단으로 전락시키기 때문이다.
"나는 공공의 이익을 조율하는 행정 전문가가 되고 싶다" 혹은 "나는 이 공부를 통해 지독한 인내심을 시험하고 나의 한계를 돌파하는 중이다"라는 내면적 가치(심층 가치)를 설정해야 한다. 공부하는 행위 자체가 나의 자아를 실현하는 과정이 될 때, 책상은 감옥이 아닌 수련장이 되는 것이다.
수험생의 불안은 "떨어지면 내 인생은 끝이다"라는 생각에서 온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마음을 빼앗기면 현재는 불안의 소음으로 가득 차게 된다. 하지만 충만주의는 오늘 계획한 분량을 완벽하게 소화했을 때 느끼는 '지적 포만감', 어려운 문제를 논리적으로 풀어냈을 때의 '쾌감' 그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다.
조남호 작가는 "충만은 찰나의 강도에 있다"라고 말한다. 합격 발표 날의 기쁨보다, 오늘 하루 10시간을 온전히 몰입해 보낸 '밀도 있는 시간'에서 자존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취준생이 기업의 선택을 받기 위해 자신을 '상품화'한다. 하지만 나를 상품으로 보는 순간, 선택받지 못했을 때의 상처는 치명적이다.
구직 활동을 '나를 파는 행위'가 아니라, '나와 결이 맞는 파트너를 찾는 탐색'으로 보아야 한다. 탈락은 나의 가치가 낮아서가 아니라, 그곳이 나의 심층 가치를 실현할 무대가 아니었음을 확인하는 과정일 뿐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이에게 '과정'이라는 말은 사치처럼 들릴지 모른다. 하지만 조남호의 『공허의 시대』가 말하는 진짜 의미는 목적이나 목표에 내 영혼을 팔지 말라는 것이다. 합격이라는 결과가 내 인생 전체를 구원할 것이라는 환상을 버리고, 오늘 읽는 한 페이지의 문장에서 나만의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미 불안을 이긴 충만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