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추억을 소환하는 시간

여행 자유화 첫 해 배낭여행의 추억

by 동그라미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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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추억을 소환하는 시간

여행 자유화 첫 해 배낭여행의 추억



오랜만에 89년 우리나라 여행 자유화가 되던 첫해에 함께 배낭여행을 했던 친구를 만났다.

둘 다 기억하는 가장 큰 공통점은 그 시간이 지금까지 소중한 추억이고 삶의 원동력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서로 옛 추억을 소환하는 시간이었다.



지금은 휴가를 한국보다 외국에 나가서 즐기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불과 35년 전만 해도 국가에 특별한 허가가 없으면 해외에 마음대로 나갈 수도 없었다.

그러나 88년 올림픽을 치른 후 당시 대학교 3학년이 되던 때에 드디어 여행 자유화가 되었고,

그 여름 첫 유럽 배낭 여행족의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에는 여권을 받기 위해서는 당시 외무부에서 주관하는 교육을 이틀이나 받고서 여권을 신청할 수 있었다.

그리고 비자 없이 갈 수 있는 나라도 제한적이어서 프랑스도 비자를 받고 가야 했고 동구권은 헝가리만이 열린 상태였다.

그때 유럽엔 아직 한국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나마 한국 전쟁의 참상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때 여행은 7월에 떠났지만 나는 3월부터 꿈을 꾸며 살았다.

3월에 여행을 가기로 결정을 하고 여권을 내고, 비자를 내고, 유레일 패스를 구매하며 여행준비를 했다.

그 당시는 인터넷도 없고, 유럽 여행 자료도 ‘세계를 가다.’ 유럽 통합 편이 정보의 전부였다.

어느 날 그 책에 영국 편을 보다가 자면 영국에 가는 꿈을 꾸고, 프랑스 편을 보다 자면 프랑스 가는 꿈을 꿨다.

여행을 가서도 자충우돌하며 재미가 있었지만 준비하는 기간은 정말 꿈을 꾸는 시간이었다.



요즘은 여행을 가기 전에 온갖 숙소, 핫플, 맛집에 대한 정보와 유튜브로 검색하면서 아마도 막상 가면 이미 와 본 곳을 다시 온 듯한 데자뷔 느낌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가 첫 발걸음을 내딛던 35년 전 배낭여행은 거의 정보도 없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매 순간 흥미진진 했고, 지금도 그 시간의 기억들이 생생하다.



한 번은 북유럽을 가기 위해 독일의 함부르크를 가는 기차를 타고 아침에 일어나 보니 슈투트가르트였다.

당시에 한국에서 기차를 거의 타지도 않아서 기차의 앞부분과 뒷부분이 중간에 갈라져 다른 곳으로 가는 것은 상상도 못 했다.

하지만 우리는 다음 일정이 정해져 있지 않은 채 다녔기 때문에 그곳에서도 하루 머물며 구경을 하고 다시 다음 목적지로 향하였다.

이렇듯 좌충우돌하는 것마다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과 체험의 연속이었다.



우리가 살면서 인생 전체를 아무 계획도 없이 우왕좌왕하면서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한번쯤 여행은 모든 것을 정하고 짜인 계획에 따라가기보다 대략의 동선 정도만 생각한 채 가보는 것도 그 자체가 새로운 활력이 될 수 있다.

그 과정 속에서 전혀 예기치 않은 만남과 상황을 통해 우리 삶에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

돌아보면 배낭여행이 후에 라오스에서도 살고, 두바이에서도 살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던 것 같다.



오늘 오랜만에 35년 전 배낭여행을 같이 했던 친구를 만나 엣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의 추억 여행을 했다.

당시 거의 아무 정보도 없이 40일의 유럽 배낭여행은 무모한 도전이었지만 가장 소중한 추억의 한 페이지다.

그리고 지금 전혀 계획하지 않았던 인생에 새로운 여행을 하게 된 이 시간을 누리고자 하는 새 마음이 든다.

당시도 무모한 도전 같던 여행이 지금 인생에 큰 추억인 것처럼 지금도 돌아보면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인생의 1막에 어떻게 살았든 인생의 2막 앞에서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다.

하지만 첫 배낭여행을 앞두고 두려워하기보다 꿈을 꾸었듯 다시 인생 2막 앞에서 꿈을 꾸려한다.

지금 내딛는 발걸음이 이제 인생의 마지막 날까지 정말 잘 한 결정이라는 소중한 추억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