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부부와 마찬가지로 와이프와 종종 다투곤 한다. 그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 바로 집정리다.
장모님의 말을 빌리면 와이프의 경우 어린시절부터 정리를 잘 못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회사에서 가져온 쇼빙백의 경우 안에 물건을 정리하지 않고, 또 추가로 쇼핑백을 만들어온다. 집이 좁은 특성상 자연스레 쇼핑백은 바닥에 자리를 잡게 된다. 여기에 밖에서 외출하고 돌아와서도 겉옷을 옷걸이에 바로 걸지 않는다.
이런 와이프와 살게 되면서 난 이렇게 어지럽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게 됐다. 보통 청소는 내가 담당을 하고 있는데, 청소기를 밀고, 걸레질을 하는 시간보다 바닥에 쌓여있는 짐을 옮기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짐이 많은 것을 싫어하게 됐다. 그렇다고 결벽증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귀찮음이 심해 정리한 것을 더 어지럽히기 싫어 아예 건드리지 않는다.
자연스레 딸 아이도 커가면서 딸 아이의 짐도 많아지고, 결국 집은 앞뒤 베란다는 물론, 바닥에 택배 박스며, 책 등이 자리를 잡고 있다.
내가 정리하고 청소하면 된다 생각하고, 연차를 쓰는 날이나, 휴직 때도 집을 정리하곤 했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오히려 와이프는 자기 물건이 어디 있냐고 따져 물었고, 너무 많은 짐을 정리하다 보니 어디에 뒀는지 기억하지 못해 와이프와 싸운 경우도 많았다.
와이프는 더 큰 집으로 이사가면 수납공간이 많아 깨끗이 살 것이라고 말하지만, 지금의 나와 장모님은 이를 믿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짐이 더 늘면 늘었지 줄지 않을 것이란 것을 알기에.
혼자 집을 정리하려고 해도 문제는 와이프가 버리지 않는다는 데 있다. 매번 입을 옷이 없다며 새옷을 산다고 말하면 언제나 사라고 말하는 게 나다. 대신 안 입는 옷은 버리자고 말하지만, 와이프는 자신의 물건을 쉽사리 버리지 못한다. 오죽했으면 장모님이 결혼하자마자 와이프의 짐이 들은 큰 박스 3개를 신혼집으로 가져왔을까.
더 큰 문제는 딸 아이가 와이프를 닮아가고 있다는 데 있다. 딸 아이 역시 자신이 만든 종이접기 하나 버리길 싫어한다. 그렇다고 서랍에 잘 정리하지도 않고 책상 위나 쇼파 위 등 아무렇게나 놓곤 한다.
이런 딸 아이에게 가끔 와이프가 책상 정리하라고 혼을 낼 때면 나도 모르게 허탈한 웃음이 나온다. 화장대를 지금까지 5번 이상 정리해줬는데, 다시 똑같게 만든 장본인이 와이프니 말이다.
이런 정리하는 일로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가끔 나도 모르게 와이프한테 짜증을 낼 때가 있다. 그러면 이 짜증이 다툼으로 이어지고, 심할 경우 큰 싸움으로 번지곤 한다.
예전에 주말마다 와이프가 예약을 하고 놀러 다닐 때마다 한번 정도는 집 대청소를 하자고 말했지만, 애를 핑계로, 힘들다는 핑계로 늘 미뤄왔다.
상황이 이렇자 내 인생의 모토가 '미니멀 라이프'가 돼버렸다. 솔직히 집에서 내 물건은 옷과 신발 빼곤 거의 없다. 솔직히 나는 정장을 입고 가방을 들고 출근했다가 퇴근하고 다시 그대로 출근하는 식으로, 다른 짐이 없다. 와이프가 3~4개의 가방을 가지고 있는 것과 달리 난 단 하나만 사용하고, 이것도 낡으면 새것을 산 후 예전 것은 바로 버린다. 다만 출입처 등에서 선물로 받은 것들이 몇몇 있는데, 이 역시 본가나 친한 분을 만나면 나눠주면서 짐을 덜고 있다.
가끔 커뮤니티를 보면 집정리 주제로 이야기가 올라올 때가 있다. 이런 글을 유심히 보는데, 짐을 더 늘리지 않을 것, 2년간 사용 안한 물건은 버릴 것 등이 다수의 공감을 얻고 있다. 이런 글을 와이프에게 보여주고 싶지만, 싸움으로 번질까 시도 하지는 않는다.
집정리와 관련된 성격 차이. 한 사람이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인 것은 알지만, 절충하기가 쉽지 않다. 매번 집정리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싫고, 이와 관련해 와이프와 다투는 것도 힘든 게 사실이다.
모든 것을 끌어안고 살려는 와이프. 필요없는 것은 비우고 살자는 나. 진짜 큰 집으로 이사가면 해결이 되는 것인지. 악착같이 돈을 벌어 큰 집으로 이사해 바닥에 짐이 없는 집에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