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를 하루 쓴 9월의 어느 날. 예전 육아휴직 때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와이프의 정장을 스팀다리미로 다렸다.
출근을 하는 와이프는 서둘러 아침식사를 마치고 집을 나섰고, 나는 딸 아이와 아침을 먹었다. 장모님과의 식사와 달리 나랑 있으면 느긋하게 아침을 먹는 딸 아이. 등교시간에 늦을까봐 나는 딸 아이를 채근하기 시작했다.
힘들게 아침을 먹인 후 양치와 세면을 시키고 미리 와이프가 준비한 옷을 갈아입혔다. 머리를 묶으려는 나에게 딸 아이는 그냥 머리띠를 하고 갈 것이라며 머리띠를 착용하고 집을 나섰다.
오랜만에 딸 아이와 함께 학교를 가는데, 예전 육아휴직때 기억이 떠올랐다.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 딸 아이의 손을 잡고 학교를 갔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혼자 학교를 향해 가려는 딸 아이. 언제 이렇게 컸는지 시간이 참 빠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학교에 도착해 딸 아이에게 인사를 한 후 딸 아이가 들어가는 모습을 다 지켜본 후에야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집에 돌아와서 미처 못한 설거지와 청소 등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 정도 집안일을 하고 조금 쉬려는데 와이프한테 카톡이 왔다. 영어학원 가기 전에 잠깐 놀이터에서 놀게 해주라는 지시였다. 알았다고 답을 한 후 남은 집안 일을 하고 점심을 먹으며 간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어느덧 딸 아이가 하교할 시간이 돼 다시 학교로 향했다. 친구와 함께 교문 밖을 나온 딸 아이를 발견하고 딸 아이에게 다가갔다. 가방을 대신 들어주고 집으로 향하면서 오늘 학교에서 어땠는지 물으니 "비밀"이라고 말하는 딸 아이.
집으로 돌아와선 간단히 간식을 먹고 킥보드를 들고 놀이터로 향했다. 영어학원 셔틀버스를 타기까지 20분 정도 시간이 있었다.
다른 때와 달리 이날 놀이터엔 아이들이 없었다. 딸 아이는 혼자 놀이터를 누리는 게 좋은지 킥보드를 신나게 탔다. 그러다가 좀 지겨우면 줄넘기를 하곤 했다. 킥보드와 줄넘기를 번갈아 몇 번 하니 영어학원에 갈 시간이 됐다.
더 놀고 싶어하는 딸 아이를 달래 집으로 돌아와 학원 가방을 들고 셔틀버스 타는 곳으로 나갔다. 저 멀리 영어학원 셔틀버스가 보였고, 딸 아이는 씩씩하게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자마자 안전벨트를 맸다. 밖에서 바라보는 딸 아이에게 손을 흔드니 딸 아이도 손을 흔들어줬다.
딸 아이가 커가면서 놀이터 등 노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직 아기인데, 학업 경쟁에 치이는 모습을 볼 때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신나게 놀게 해주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불평을 하는 딸 아이에게 학원 그만 다닐까라고 말하면 바보되면 어쩌냐며 울먹이는 딸 아이. 아직 아기이고, 이렇게 착한데, 학업에 치이는 딸 아이가 안쓰럽다.
울딸~ 바보 안 되려고 힘든데도 학원 가겠다고 말하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빠 딸~ 아빠는 울딸이 안쓰러우면서도 너무 대견해. 아빠는 울딸이 공부를 잘하면 좋겠지만 못하더라도 크게 혼낼 일은 없어. 지금처럼 열심히 하려는 모습만 보여주면 돼. 대신 인성 바르고 건강하게만 자라줘. 그리고 너무 빨리 크지 말고 천천히 컸으면 좋겠네.